IP와 생성 AI 관련 개발자 생태계 ‘스토리(Story)’의 초기 개발사인 Programmable IP Labs(PIP Labs, 핍 랩스)가 약 1,092억 원(미화 8,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래디쉬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를 약 5천억 원(미화 4억 4천만 달러)에 매각한 이승윤 CEO와 이세돌과의 대국으로 유명해진 알파고(AlphaGo의 개발사인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의 최연소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인 제이슨 자오 CPO가 공동 창업했다.
이번 투자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주도로 폴리체인 캐피탈(Polychain Capital), 삼성 넥스트, 스콧 트로브리지(Scott Trowbridge), TPG 캐피털 회장 데이빗 본더만(David Bonderman), K11의 설립자 에이드리언 청(Adrian Cheng), 하이브(HYBE)의 설립자 방시혁 의장 등이 동참했다. PIP Labs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1,910억 원(미화 1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지식재산권(IP)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래머블 IP(Programmable IP) 플랫폼이다. 창작자들은 스토리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하고 이를 토큰화할 수 있다. 토큰화된 IP는 블록체인상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로 저장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기록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IP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재창작, 판매, 배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와 수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IP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군 중 하나로, 할리우드 영화와 빌보드 차트 음악은 물론, 유저 생성 콘텐츠(UGC), 온라인 게임 내 아이템과 캐릭터, AI 모델의 학습에 사용되는 훈련 데이터까지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특히 최근 전 산업에 걸쳐 생성형 AI(학습 모델에 기반하여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2차 생산해 내는 AI의 일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IP의 가치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량의 IP를 학습해야 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상, AI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개개인의 IP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의 발전과 대중화로 인해 IP 콘텐츠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AI는 누구나 손쉽게 창작자가 되어 스튜디오급의 새로운 IP를 독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나, 현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는 빅 테크 기업들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콘텐츠를 활용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IP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음식 블로거부터 동영상 크리에이터, 음악가, 만화가, 그리고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다양한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IP를 보호하고 확대할 수 있는 해결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스토리는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창작자와 스토리 생태계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은 스토리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IP를 게시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상에 게시된 IP는 ‘프로그래머블 IP(Programmable IP)’ 형태로 표현된다. 해당 IP 자산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정책과 권리를 명시해 배포될 수 있으며, 게시된 정보는 누구나 확인 가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IP 자산과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즉, ‘창의력 증명 (Proof-of-Creativity)’ 이라고 정의된 이러한 스마트 컨트랙트 프로토콜을 통해 창작자들은 자신들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관리하며 권리를 보호하고, 자동화된 로열티 지급 등의 규칙을 정의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IP Labs 이승윤 대표는 “빅테크 기업들이 창작자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어떠한 보상도 지불하지 않은 채 그들의 IP로 자신들의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는 본래 창작자에게 가야 할 모든 트래픽을 가져감으로써 잠재적 수익원까지 빼앗아 가는 것”이라며 “적어도 구글은 정보를 취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문을 제공했던 많은 지역 신문사에게 어느 정도 트래픽을 유도해 줬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다수의 지역 신문사는 사라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현재의 AI는 창작자들이 원본 IP를 창작할 동기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AI 기술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스토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행해지는 창의적인 실험이 지속 가능하고 계속해서 번영할 수 있도록 중개인을 제거하고 창작자와 AI 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창작자들은 스토리를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IP에 대한 소유권과 라이선스를 메타데이터의 형태로 프로그래밍하여 명시하고, AI 모델은 명시된 데이터를 준수하여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도 창작자들에게 공정한 수익을 즉각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IP와 AI 두 시장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효율적인 산업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16z의 웹3 투자를 담당하는 크립토 펀드(crypto fund)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크리스 딕슨은 “인터넷의 경제적 기반인 ‘콘텐츠 제작자와 배급자가 수요 공급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AI의 확산으로 인해 뒤흔들리고 있다.”고 언급하며, “스토리는 AI 시대에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은 대규모의 참여자들이 경제적인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 있어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며, 스토리 플랫폼은 창작자가 AI 시스템에 제공하는 IP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PIP Labs의 이승윤 대표는 검증된 혁신가로, PIP Labs의 세 번째 투자 라운드를 이끌며 그의 야심 찬 비전을 지원하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PIP Labs의 공동 설립자 겸 CPO(Chief Protocol Officer)인 제이슨 자오(Jason Zhao)는 스토리 플랫폼을 레고랜드에 비유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레고(Lego)’라는 용어는 오픈소스로 구현된 개별 기능들의 코드 조각을 의미하며, 주로 다양한 기능을 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제이슨 자오는 “스토리를 IP의 레고랜드라고 생각해 보라”면서, “스토리 플랫폼에서 개별 IP는 IP 레고로 변신한다. 이들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 자산으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조합되거나 재창조될 수 있다. IP 레고와 생성형 AI는 음과 양의 관계와 같다. 이 둘이 합쳐지게 되면 창작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 팬덤 시장에 재미있는 IP 레고와 마법 지팡이와도 같은 생성형 AI를 쥐여주게 되면, 이들은 기존의 콘텐츠(게임, 음악, 영화, 패션 등)를 융합하고 재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재창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토리 플랫폼상에는 이미 200개 이상의 팀이 2천만 개 이상의 IP를 대상으로 IPFi(IP Finance), AI, 소비자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스페이스 러너스(Space Runners)의 아블로(Ablo)는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최신 패션 아이템을 맞춤 제작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AI 패션 디자인 서비스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Balmain, Dolce & Gabbana, Pangaia, NBA 챔피언, Smiley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AI 스토리텔링 플랫폼인 Sekai는 스토리 텔러, 아티스트, 팬들이 그들의 IP를 활용해 공동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즉, Sekai를 통해 주요 만화 스튜디오들은 이제 자신들의 IP를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게 하여 팬들로하여금 여러 스핀오프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과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이슨 자오 CPO는 스토리의 비전과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스토리는 IP의 경로를 추적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단순한 API를 구축하고 있다”며 “레딧,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IP 사용, 리믹싱, 수익 부분을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오 CPO는 스토리가 지향하는 바를 이메일 프로토콜인 SMTP에 비유했다. “SMTP가 이메일의 기본 프로토콜이듯, 스토리는 IP를 위한 기본적인 프로토콜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IP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협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토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중립성과 신뢰성 확보다. 자오 CPO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개발자들과 창작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일단 규칙이 등록되면 우리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토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자오 CPO는 “현재는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향후 IP 라이선싱이나 로열티 거래에서 적은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AI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규제 없이 데이터를 사용하려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스토리는 선제적으로 바람직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는 현재 대형 AI 모델 기업들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자오 CPO는 “구체적인 기업명은 밝힐 수 없지만, 수백만 명의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대형 모델과 IP 수익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토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자오 CPO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스토리가 모든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에서 의식하지 않고도 사용되는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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