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지자체의 인구감소 문제가 훨씬 심각하며, 이에 대한 해법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 이미영 블루포인트 이사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스타트업과 지자체 간 협업을 통한 해결책이 주목받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가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딥블루챗’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역혁신을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을 공개했다. 블루포인트는 기존의 정책적 접근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이 지역 시장을 창출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방법론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과 실증 기반의 검증 시스템이 특징이다.
지역 관광사업의 한계와 문제점…관광 체류인구 확대가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
현재 많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생활 인구 확대 프로젝트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역 축제나 행사가 단순 복제되는 경향이 있어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일시적인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자체들이 예산을 받았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보다는 일시적인 단순 프로젝트나 상징물 건립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영 블루포인트 이사(투자본부 컴퍼니빌딩그룹장)는 “지역 인구감소 문제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지역에서조차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관광 체류인구는 등록인구 대비 8.62배로, 군인(4.11배), 외국인(3.5배), 통근(2.6배)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단양과 보령의 경우 체류인구 비율이 4.34배에 달하며, 인구감소 1인당 대체 효과를 위해서는 숙박 관광객 14명 또는 당일 관광객 81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영 이사는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출산율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외부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축제나 행사가 인근 지역의 성공 사례를 단순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들이 예산을 받았을 때, 지역을 클러스터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보다는 단순히 일시적인 프로젝트나 상징물 건립에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며 “교통과 같은 필수 인프라는 지자체 간 협업을 통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실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중심에서 문제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호주 시카다 이노베이션즈 성공사례를 보라
블루포인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스타트업적 접근을 제안한다. 이미영 이사는 지역혁신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예산 중심적 사고에서 문제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지자체에서는 예산 확보가 실적이 되다 보니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의 자원만을 활용하는 폐쇄적 접근에서 벗어나 전국의 자원을 활용해 최선의 솔루션을 찾는 개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영 이사는 호주 시카다 이노베이션즈의 사례를 주목할 만한 벤치마크로 제시했다. 시카다 이노베이션즈는 지난 25년간 350개 이상의 딥테크 벤처를 육성하고 1,000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1조 8천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유치했다. 이 이사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가 쇠퇴한 공업단지를 우주와 첨단산업의 딥테크 창업 교육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성공적인 테크밸리로 성장시킨 사례”라며, “이러한 방식의 지역 기획과 유관 스타트업 집적화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단계 실증사업 기반 투자 모델 도입
블루포인트는 지자체의 프로젝트나 활동 후 실증 사업과 투자를 연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그 지역에서 시장을 창출해 내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지역의 결핍을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성장과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사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4단계 실증사업 기반 투자 모델을 도입했다. 이는 기업 인프라, 지역 환경, 도시 간 시너지를 기준으로 한 권역 선정, 선정 권역의 차별화된 테마 발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산업기반 전수 조사, 실증사업을 통한 시장 검증으로 구성된다.
이 이사는 “지역의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진출하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한 지속적인 제품 고도화와 스케일업을 통해 지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4년 ‘BETTER里’ 프로젝트로 구체화
이러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블루포인트는 영주에서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BETTER里(배터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파운드 로컬(Found Local)’ 주제로 복합 로컬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2023년 첫 시행된 Better里 사업에는 90여 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했으며, 이는 지역 기반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높은 잠재력을 보여준다.
현재 지자체들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이 40% 미만에 그치는 상황에서, 블루포인트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미영 이사는 “스타트업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연결을 통해 작은 프로젝트들이 확장되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관광적 요소와 산업적 요소를 결합한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블루포인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는 한편 투자사로써의 역할도 함께한다. 이 이사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기업과 지자체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성장을 투자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간담회에서는 성공적인 지역 활성화 사례도 공유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주거 커뮤니티 ‘엔코스테이’를 운영하는 앤코위더스, 한옥 기반 모던 스테이 라운지 ‘버틀러리’를 운영하는 프라우들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블랭크
블랭크는 인구 감소 지역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정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부동산 시장에서 외면받던 빈집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임대관리 시장에 기술을 적용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블랭크는 ‘유휴하우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7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북 영주, 충북 단양, 경남 남해 등지에서 빈집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지역 거주형 공유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한,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인구 감소 지역의 생활인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사 블루포인트는 블랭크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주목했다. 블루포인트 관계자는 “지방의 빈집 문제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블랭크가 보여준 사업적 역량과 지역 네트워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향푸 블랭크는 빈집 사업의 전 과정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빈집의 사업성 검토부터 리모델링, 임대관리에 이르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체계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접근이다.
-프라우들리
프라우들리가 서비스 중인 ‘버틀러리’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도 국제적 수준의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틀러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 한옥에서 숙박하며 한국 문화를 심도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다수의 한옥스테이 숙소를 운영 중이며, 서울 종로구 북촌 지역에는 카페와 고객 라운지를 겸한 ‘북촌라운지’를 설립해 방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버틀러리의 차별화 전략 중 하나는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문화적 이해를 돕고 한국에 대한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투어 프로그램, 고궁 투어, 북촌 하이킹 투어 등의 관광 상품과 함께 다도 체험, 한국어 클래스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의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동시에, 현대적인 서비스와 편의성을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한국의 독특한 위치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버틀러리의 성공은 문화유산과 현대적 관광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엔코위더스
엔코위더스는 외국인 대상 단기 임대 플랫폼 ‘엔코스테이’를 통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외국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유학생, 근로자, 재외 교포 등 한국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적합한 주거 공간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특징은 외국인들에게 복잡하고 생소할 수 있는 한국의 임대 계약 과정을 간소화했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외국인 사용자들은 검증된 호스트(임대인)와 최소 한 달 단위부터 주거 단기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엔코위더스는 자회사인 ‘엔코스테이’를 통해 ‘엔코플렉스’라는 코리빙(공동 주거 공간) 건물을 운영하며 외국인 대상 단기 임대 사업의 수익성을 입증했다. 현재는 임대인과 외국인을 연결해주는 단기 임대 플랫폼 엔코스테이의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엔코스테이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일일 방문자 수는 2000명에 달하며,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5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매월 약 300건의 예약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누적 사용자 수는 약 1만5000명에 이른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 확보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엔코위더스의 플랫폼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주거 문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외국인들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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