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12일 발표한 ‘2024년 유튜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유튜브 트렌드는 팬덤 문화의 진화와 일상 기반 콘텐츠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인기 주제,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최고 인기곡, 쇼츠 최고 인기곡 등 4개 부문의 연간 순위를 공개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팬덤의 역할 변화다. 유튜브 컬처 &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14~44세 한국 온라인 이용자 중 90%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의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최소 주 1회 이상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리액션, 패러디, 리믹스 등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을 제작하며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로 진화했다.
올해 스포츠 분야에서는 올림픽과 AFC 아시안컵 관련 콘텐츠가 높은 관심을 받았으며, 음악 분야에서는 데이식스, QWER, 아일릿 등의 팬덤이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눈물의 여왕’, ‘흑백요리사’, ‘선재 업고 튀어’ 등 인기 콘텐츠의 팬덤 역시 활발한 2차 창작 활동을 통해 콘텐츠의 영향력을 확장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는 현상이다. ‘마라탕후루’ 챌린지는 크리에이터가 직접 제작한 노래와 안무가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내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발전했다. ‘두바이 초콜릿’ 역시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인 레시피 재현과 개발이 제품 출시로 이어지는 등 산업적 파급효과를 창출했다.
2024년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TOP 10을 분석한 결과, 일상의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7년 차 부부의 대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인생 녹음 중’이 2위, 반려묘와의 일상을 담은 ‘언더월드 UNDER WORLD’가 3위를 차지했다. 육아 일상을 다룬 ‘태요미네'(6위)와 방송인 최화정의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는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7위)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음악 분야에서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최고 인기곡 TOP 10 중 9개 곡을 여성 아티스트가 차지했다. 특히 피트니스 크리에이터 김계란의 유튜브 시리즈에서 결성된 밴드 QWER의 ‘고민중독’이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aespa의 ‘Supernova'(2위),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4위) 등 걸그룹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여성 솔로 아티스트 중에서는 로제(ROSÉ)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APT.’가 5위를 기록했다.
쇼츠 최고 인기곡 리스트에서는 참여형 콘텐츠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서이브의 ‘마라탕후루’를 비롯해 ‘티라미수 케익’, ‘나루토 댄스’ 등 챌린지 배경음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바비 콜드웨의 ‘What You Won’t Do For Love’와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도 한국 이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프로 배구단은 인도네시아 선수 메가와티 퍼티위의 활약으로 현지 인기 주제 리스트에 진입했으며, BABYMONSTER의 ‘SHEESH’는 인도네시아 최고 인기곡 5위를 기록했다.
특히 ‘KIA 타이거즈 삐끼삐끼 댄스’는 글로벌 문화 교류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발매된 JTL의 ‘My Lecon’이 인도네시아 DJ의 리믹스 버전으로 재해석되어 전 세계적 트렌드로 발전했다. 대만 프로야구단,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이 참여하며 범문화적 현상으로 확장됐다.
2024년 유튜브 트렌드는 디지털 문화의 진화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첫째, 팬덤의 진화다. 팬들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로서 역할하고 있다. 둘째, 일상의 가치 재발견이다. 화려한 제작이나 거창한 서사보다 진정성 있는 일상의 기록이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셋째, 여성 콘텐츠의 약진이다.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유튜브 측은 “2024년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문화적 영향력이 본격화된 해”라며 “향후 팬덤 기반의 참여형 콘텐츠와 일상 공감형 콘텐츠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문화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트렌드 분석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단순한 콘텐츠 유통 채널을 넘어 새로운 문화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디지털 문화가 글로벌 트렌드와 활발히 교류하며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이러한 변화가 기존 미디어 산업과 대중문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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