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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법 통과, 기회인가 족쇄인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AI기본법이 통과됐다.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관련법을 갖추게 된 것. 2020년 7월, 첫 발 이후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ChatGPT가 등장했고, 전 세계는 AI 열풍에 휩싸였다. 법안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산업계는 규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전긍긍했다. 이제야 겨우 기본적인 틀을 마련한 셈이다.

AI기본법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것은 ‘고영향 AI’에 대한 명확한 정의다. 현재 법안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모호한 정의는 자칫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 AI를 도입하려 할 때, 이것이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통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려 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업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혁신은 뒷전으로 밀리고, 안전한 길만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조사권이다. 단순 민원만으로도 정부가 사실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조항은 기업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치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기업들은 언제든 정부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규제는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정부가 내놓은 AI 투자액은 미국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통령 직속 국가 AI 위원회는 예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기본법이 규제 중심으로 흐른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면 차라리 규제라도 풀어주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AI 산업의 모습은 마치 안개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다. 방향은 알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선장이 부재한 상황이다. 국가 AI 위원회는 수장의 부재로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고, 예산은 삭감되었으며, 인력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의 GPU 규모를 15배 이상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2조 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를 포함한 3대 게임체인저에 4조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주어진 1년의 시간. 이 기간 동안 우리는 AI기본법의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하고, 규제와 진흥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하위법령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생성형 AI의 학습 데이터 목록 공개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뒤처졌지만, 아직 경주는 끝나지 않았다. AI기본법 통과를 계기로, 우리나라 AI 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그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노력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I기본법을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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