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은 시대를 초월해 놀랍도록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 19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 버블,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그리고 현재의 AI 열풍까지.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그 근저에 흐르는 인간의 욕망은 동일하다. 쉽게, 빨리,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거품의 속성 또한 놀랍도록 유사하다.
일본의 버블 시대는 극단적인 자산 가격 거품의 표본이었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은 모든 상식을 벗어났다. 도쿄 23구의 땅값을 모두 합치면 미국 전체의 땅값보다 비쌌다는 사실은 지금 들어도 믿기 힘든 이야기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영원한 상승을 믿었다. 도쿄의 땅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시장을 지배했다.
제조업체들까지 본업을 제쳐두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보다는 부동산 매매가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현상이었다. 노동과 생산보다 투기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왜곡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닷컴버블 시대는 또 다른 형태의 광기를 보여줬다. ‘인터넷’이라는 키워드만 있으면 충분했다. 실제로 작동하는 서비스가 있는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앞다퉈 돈을 쏟아부었고, 많은 회사들이 하룻밤 사이에 수백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학생들은 학교를 중퇴하고 스타트업을 차렸으며, 프로그래머들은 스톡옵션을 믿고 낮은 연봉을 감수했다.
하지만 현재의 AI 열풍은 미묘하게 다르다. 물론 과대평가의 측면이 있지만, 적어도 주요 AI 기업들은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ChatGPT는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이고, 기업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OpenAI는 실제 매출을 올리고 있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들의 AI 투자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닷컴버블 시대의 아마존과 비슷하다. 당시 아마존은 적자를 내고 있었지만, 적어도 실제로 책을 팔고 있었다.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마존은 닷컴버블 붕괴 후에도 살아남아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거품이 꺼진 후에도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이다. 그들은 모두 ‘실체’가 있었다. 닷컴버블이 꺼진 후 살아남은 아마존, 이베이, 구글 같은 기업들은 모두 실제로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허상이 아닌 실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불경기에 창업해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다. 메일침프는 닷컴버블 붕괴 직후인 2001년에 설립되었다. 우버와 슬랙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탄생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메일침프는 중소기업들의 이메일 마케팅 문제를, 우버는 도시의 이동 문제를, 슬랙은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WeWork의 몰락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화려한 비전과 카리스마 있는 설립자만으로는 더 이상 부족하다. 투자자들은 이제 실질적인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요구한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성장’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현금흐름 관리와 수익성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AI는 분명 혁신적인 기술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모든 AI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과거의 버블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허상을 쫓는 기업들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과거의 버블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성공이 쉽게 오는 것처럼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 모두가 돈을 벌고 있을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때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체 없는 성공은 결국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제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더 신중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창업자들은 진정한 가치 창출에 집중한다. 이는 건강한 변화다. 거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지만, 실체가 있는 혁신은 살아남는다. 이것이 지난 30년간의 경제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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