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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경계를 지우는 한국 IP의 새로운 실험

네이버 웹툰 스태그타운

우리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 한국 문화 콘텐츠가 단순히 해외로 ‘수출’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변주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IP의 글로벌화는 이제 단순한 번역이나 현지화를 넘어섰다. 콘텐츠가 탄생한 곳과 성장하는 곳이 다르며, 그것이 다시 제3의 형태로 재탄생하는 복잡한 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여러 개의 뿌리를 내리고, 각기 다른 토양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새로운 가지를 뻗어가는 것과 같다.

네이버웹툰의 ‘스태그타운’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북미 아마추어 작가 플랫폼에서 시작된 이 작품이 1,8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할리우드 제작사인 럭키챕과 손잡고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 기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외국 작가가 작품을 연재하고, 이것이 다시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문화적 DNA가 국경을 넘어 진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의 면면이다. ‘바비’를 제작한 마고 로비의 제작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VFX 아티스트 벤자민 브루어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인물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은 한국 플랫폼이 가진 글로벌 영향력을 방증한다.

한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태원 클라쓰’ 뮤지컬화는 또 다른 차원의 진화를 보여준다. 한국의 웹툰이 한국, 일본, 대만에서 각각 드라마로 제작된 데 이어, 이제는 일본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창작진의 다국적성이다. 한국의 이희준 극작가, 일본의 사카구치 리코 각본가, 토니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헬렌 박 등이 참여한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단순한 ‘현지화’를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준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와 뮤지컬 이태원 클라쓰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콘텐츠의 탄생지와 성장지가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태그타운’이 그랬듯, 좋은 콘텐츠는 어디서든 발굴될 수 있으며, 플랫폼의 국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둘째, IP의 변주 가능성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웹툰에서 드라마로, 드라마에서 뮤지컬로, 그리고 다시 영화로 –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변주가 가능해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변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현상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한국의 정서를 담은 원작이 일본의 감성으로 재해석되고, 여기에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문법이 더해진다. 이는 마치 서로 다른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이루는 것과 같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를 넘어선다. 이는 문화가 전파되고 소비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처럼 한 문화권에서 다른 문화권으로 일방향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화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이 100개 이상의 IP 영상화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변주를 시도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마치 문화적 빅뱅과도 같다. 하나의 IP가 무한한 우주로 팽창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제도 제시한다. 다양한 문화권의 정서를 아우르면서도 작품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완성도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는 지금 거대한 실험의 한가운데 있다. 한국의 플랫폼들은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를 넘어, 글로벌 문화 교류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분명 새로운 도전이지만, 동시에 한국 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가 목격하게 될 것은 더욱 다채로운 문화적 실험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의 중심에서, 한국의 플랫폼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 변화의 물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갈 창의적인 상상력과 실천뿐이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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