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AI 스타트업 DeepSeek(딥시크)의 신규 챗봇이 돌풍을 일으키며 AI 개발 분야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새 장(章)을 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양측 챗봇의 상반된 답변이 이슈다.
28일 DeepSeek의 AI 어시스턴트가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 1위에 오르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에 따른 파장으로 월가의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OpenAI와 구글 등 미국의 AI 공룡 기업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선두 AI 기업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개발·운영 비용으로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측 챗봇의 근본적인 차이는 AP통신이 진행한 심층 비교 테스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DeepSeek의 챗봇은 중국의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극히 유사한 답변을 제시한 반면, ChatGPT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면적인 분석을 제공했다.
‘곰돌이 푸’ 캐릭터에 대한 질의에서 이러한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DeepSeek은 “중국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사랑하는 만화 캐릭터”라는 표면적 설명에 그쳤으나, ChatGPT는 이를 시진핑 주석을 풍자하는 정치적 상징으로 규정하며 중국 정부의 검열 시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에 대한 답변에서는 그 간극이 더욱 두드러졌다. DeepSeek은 “범위를 벗어난 질문”이라며 답변 자체를 회피했지만, ChatGPT는 이를 “현대 중국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시위의 배경, 전개 과정, 추정 사상자 수는 물론 현대 중국 사회에 미친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미중 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양측은 판이한 입장차를 보였다. DeepSeek은 “상호 존중과 상생 협력”을 강조하는 중국 외교부의 공식 레토릭을 충실히 반영했다. 반면 ChatGPT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지정학적 경쟁, 남중국해·대만 문제 등 복잡다단한 양국 관계의 현실을 균형 있게 조명했다.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DeepSeek은 “대만은 고대부터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에 반해 ChatGPT는 중국과 대만 양측의 입장, 그리고 국제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이 문제의 복잡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비교 분석은 2023년 중국이 도입한 AI 제품 사전 보안 검토 및 승인 제도의 실질적 영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AI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AI 기술 발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양국의 근본적인 접근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이번 사례는 AI 챗봇이 단순한 기술적 경쟁을 넘어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의 차이까지 반영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향후 글로벌 AI 산업의 발전 방향과 규제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각국의 정치적·문화적 가치관이 AI 시스템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글로벌 AI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DeepSeek과 ChatGPT의 이번 대결은 단순한 기술력의 비교를 넘어, AI 시대의 정보 통제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보편적 가치의 조화라는 더 큰 과제를 우리 앞에 던져주고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