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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대한민국 창업 지도’ 세계 6위의 기업가정신을 마주하며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세계 6위’라는 조사를 접했다. 숫자와 그래프, 도표로 가득한 보고서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통계 너머에서 창업가들의 삶과 꿈,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가 보였다.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협회(GERA)가 발표한 보고서는 건조한 숫자들의 나열이 아니었다. 56개국의 기업가정신을 비교 분석한 이 보고서는 마치 한 편의 현대사회 지도처럼 읽혔다.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가 10점 만점에 6.0점을 기록했다는 것. 전년보다 0.2점 상승했다는 단순한 수치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변화의 방향이었다. 2022년 9위, 2023년 8위를 거쳐 2024년 6위로 상승하는 과정은 단순한 순위의 상승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점차 도전과 혁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여다보면, 시장 개방성이 0.7점 상승했고, 대외협력 수준은 0.5점 올랐다. 이런 변화는 우리 사회가 점차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열린 생태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반 성인들의 인식 변화였다. ‘창업이 용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0.2%로 늘어났다는 것은, 창업이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9.2%에 그쳤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창업의 동기였다. 여전히 부의 창출(79.6%)과 생계유지(34.0%)가 주된 동기이긴 했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라는 응답이 10.2%로, 전년보다 6.4%p나 증가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여기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서사를 발견한다. 과거 한국의 창업 이야기는 대개 생존과 성공을 향한 처절한 분투기였다. 하지만 이제 그 이야기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초기창업활동 중인 응답자의 38.5%가 기업의 수익과 성장보다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 증가했다. 상품과 서비스 판매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는 응답이 19.1%로, 전년 대비 7.2%p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의 증가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우리 창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 새로운 도구들은 이제 창업가들의 일상적인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세부적인 지표들을 들여다보면 더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된다. 정부 정책, 교육 여건, 시장 환경 등을 평가하는 13개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전년 대비 점수가 상승했다. 특히 초중고 교육 및 훈련(4.8점, 0.3점↑), 재무적 환경(5.4점, 0.3점↑) 등의 상승은 창업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의미 있는 전환이 보인다. 생존과 성공만을 좇던 사회에서, 점차 가치와 의미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로의 전환. 닫힌 체계에서 열린 생태계로의 전환.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에서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로의 전환이다.

UAE가 7.1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리투아니아(6.4점), 사우디(6.3점), 카타르(6.0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6위에 올랐다. 미국(5.2점)이나 일본(5.1점), 영국(4.5점) 같은 전통적인 경제 강국들을 앞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우리나라의 점수 변화 추이는 의미심장하다. 2022년 5.7점에서 2023년 5.8점, 그리고 2024년 6.0점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창업과 혁신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나라에 대한 통계는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숫자들 속에 담긴 수많은 창업가들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들은 여전히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고,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변화하는 사회, 개선되는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인식이 그들과 함께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창업 서사의 한가운데 있다. 그것은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도전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건조한 통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숫자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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