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상상력은 때로 어른들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2025년 2월 25일, 서울 삼성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제1회 주니어 메이커 오디션데이’가 그 증거였다. 과학·공학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Geekble)이 주최한 이 행사는, 겨울방학 동안 ‘인턴십 캠프’와 ‘주니어 메이커 프로젝트’를 통해 갈고닦은 초등학생들의 창의력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자리였다.
“쇼앤텔(Show and Tell)이 학생들의 자신감과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을 보았다”라는 김마크 COO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더 많은 설명이 아니라 더 많은 실천의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해결하려 했던 문제들이 놀랍도록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원격 물고기 밥주는 기계, 전기 없이 물을 데우는 발열 물병,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도구. 이런 발명품들은 거창한 혁신보다는 소소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따뜻한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이윤슬(델타) 학생의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가족과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리모컨을 잃어버려 찾는데 고생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그의 ‘Find Me’ 프로젝트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소한 좌절감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가끔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보다,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는 아이디어가 더 많은 이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걸까.
프로젝트 발표 이후에는 메이커로서의 역량과 자세, 영감의 원천, 실패를 마주하는 법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잊고 사는 많은 질문들을 아이들은 여전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박찬후 대표의 폐회사는 울림을 남겼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AI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인간이 직접 하던 것들이 대체되고 있다. 이럴수록 ‘How’나 ‘What’이 아닌 ‘Why’를 고민하는 메이커 정신이 중요하다”라는 그의 말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더 필요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왜’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오디션을 통해 메이커 유형과 크리에이터 유형 별로 최대 2명씩의 주니어 긱블러 연습생이 선발된다. 선발된 아이들에게는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는 교육 강좌 무료 수강, 개인 프로젝트 멘토링, 공간 지원, 긱블 채널 출연 기회 같은 특전이 주어진다. 결과는 3월 10일, 긱블 에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상상하고 현실로 만드는 인간의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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