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들이 모여 강한 팀이 되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던 여름 극장가에서 마블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 2014) ‘를 봤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했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7~80년 대 히트곡들은 OST를 찾아듣게 만들었다.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Awesome mix)을 만들까 고민했을 정도.
더불어 영화에 선보여지는 UX는 아이언맨 시리즈 이후 가장 인상적이었으며(하단 영상 참조), 짧은 쿠키영상 속 ‘하워드 덕‘을 보면서 박수를 쳤었다. 세상에 하워드 덕이라니!
다양한 강점이 있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며 스타트업 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한 장면
코스믹 어벤저스? 찌질한 개인이 모여 우주를 구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구성원은 일반적인 수퍼히어로 캐릭터들과는 괘를 달리한다. 인물 면면을 보면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사기꾼과 인정많은 암살자, 단순무식한 싸움꾼,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너구리 그리고 성격좋은 식물형 외계인이다. 개개인에게 독특함은 있지만 영웅급은 아니라는 의미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어번저스의 캡틴아메리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칭 전설의 무법자 피터 퀼(스타로드)는 안하무인 무법자들 손에 자란 사기꾼이자 도둑이다. 충성심과 책임감, 리더쉽이 충만한 ‘미국군인’과는 성향 자체가 다르다. 알고보니 ‘전 우주에서 명망이 자자한 고귀한 왕조의 후손이더라’는 논외로 치자.
블랙위도우를 연상시키는 이 팀의 홍일점이자 녹색피부가 인상적인 암살자 가모라는 마블 세계의 파괴자 타노스의 수양딸로, 원작에서는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여전사로 나오지만 영화상 그녀는 냉정한 암살자라기 보다는 인정에 치우치는 인물로, 캐릭터의 강렬함과 전투방식만 놓고보면 블랙위도우의 현란함에는 많이 못미친다.
또한 은원과 니편 내편이 확실한 인물로 이 팀의 행동대장 격인 드랙스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싸움꾼으로 원작에서는 범우주적 빌런 타노스를 죽일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캐릭터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제 성질을 못이겨 앞뒤 가리지 않는 민폐 캐릭터로 나온다. 드랙스는 외견상 어벤저스의 헐크를 연상시키지만 헐크의 이중적 복합성과 신을 패대기치는 압도적 파괴능력과는 거리가 있다.
여기에 현상금 사냥꾼인 너구리 로켓은 원치않은 과학실험으로 인해 바뀐 자신의 인생과 주변 상황 모두가 불만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토니 스타크처럼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과학자적 능력은 있지만, 성격은 차라리 헐크와 같이 항상 화가 나 있는 캐릭터다. 유일하게 평화롭고 온유한 기질의 나무 외계인 그루트는 이 팀에서 가장 능력자 축에 속하지만 수동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게다가 대중적 소통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영화에서 그루트의 대사는 딱 두마디다. ‘아이 엠 그루트(I am Groot)’와 ‘위 아 그루트(We are Groot)’. 그리고 억양으로나마 말귀를 알아듣는 이는 로켓뿐이다. 얼핏 얼음과 불의 노래(왕좌의 게임)의 호도(르)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웅이 될 잠재능력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피해의식과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은 일반적으로 팀에 녹아들지 않는다. 팀의 결속을 깨트리는 속성이 다분하기에 오히려 팀을 구성할 때 피해야할 유형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여 팀이 된 것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며, 이들은 팀이 되어서야 비로소 영화속 난관을 극복하게 된다. 역경을 헤쳐나가려면 개인적 역량 뿐만 아니라 팀웍을 다져야 하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다. 무릇 팀이란 이런게 아닐까.
어벤저스 같은 팀? 저스티스리그 같은 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팀!
스타트업 팀원에 대한 예를 들때 대체적으로 ‘어벤저스’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어벤저스는 일당백 영웅들로 구성된 이상적인 팀을 일컬을때 회자된다. 이는 DC히어로로 구성된 저스티스리그(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플래시, 아쿠아맨 등 DC코믹스 히어로들로 구성된 )도 마찬가지겠다. 이들 히어로로 구성된 올스타 팀들은 수퍼영웅들이 팀을 이뤄 각각의 빌런 혹은 악당들에 대적하는 서사구조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전체적인 얼개는 유사하지만, 이 어벤저스식 스토리의 전제조건은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전세계(혹은 우주)를 구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 흔히 볼 수 있는 팀이나 집단은 일당백 영웅이 모여서 구성되는 경우 보다는 약한 개인들, 혹은 한 두 가지 약점을 가진 이들이 모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즉, 팀은 능력있는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뭔가 여백이 있는 이들이 모여 힘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이라면 모르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처음부터 영웅 캐릭터를 찾으려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놀드 베이트먼은 팀빌딩에 대한 정의하길 ‘하나의 팀이 서로 함께 일하는 과정을 배워가고, 팀 구성원들이 좀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라고 했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토론하고,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스타트업 팀의 이상적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기에 팀원이 사람만 좋아서는 곤란하겠지만.
창업열풍과 함께 앙트프러너십(기업가정신)과 오너십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런 정신은 CEO등 경영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팀원의 덕목이기도 하다. 또 스타트업에는 그런 인재가 적합하다. 그리고 그런 인재가 모인 팀이 강해진다.
사업을 결심한 당신, 어벤저스와 같은 팀을 구성하고 싶겠지만 당신이 추구해야 할 팀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현실적이다. 그리고 마블 세계관에서 결과론적으로 보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저스보다 윗등급에 있는 팀이기도 하다.
Guardians of The Galaxy UI Reel from Territory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