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의 하자센터는 좀 다른 풍경이었다. 보통은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청년과 청소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포부를 품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모하고 순진한 꿈일까, 아니면 이 시대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희망일까.
지난 4월 5일 토요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임팩트 홀씨’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청년과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는 자리였다. 약 150여 명의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모여 온종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묘한 긴장감을 공유했다.
행사는 대학생 대상의 ‘Hult Prize Korea National Competition’과 청소년 대상의 ‘Youth Impact Competition’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총 25개 팀—대학생 19팀, 청소년 6팀—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소셜임팩트오퍼레이션스(SIO), 마음인베스트먼트, 하자센터가 공동 주최했고, 서울여자대학교 사회혁신센터와 헐트 국제경영대학원이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다.
대학생 부문 우승은 성균관대학교 Sprout 팀이 차지했다. 그들은, 인도 여성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위급 상황에서 긴급 신호를 전송하고 GPS 위치를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팔찌를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놀라운 점은 그것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 반응을 검증하고, 미래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놓았다.
심사위원들은 아이디어의 사회적 가치, 실행 가능성, 글로벌 확장성을 꼼꼼히 따져보며 참가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과 조언을 쏟아냈다.
청소년 부문에서는 ‘미리’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들이 만든 건 초등학생 대상의 미디어 리터러시 보드게임 ‘큐!’였다. 허위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창의적인 게임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청소년의 디지털 정보환경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함께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돋보였다”며, “학습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전용 척도까지 직접 개발한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청년 창업팀들의 부스 전시가 있었고, 곳곳에서는 임팩트 생태계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문제의식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로 다른 접근 방식에 감탄하기도 하고, 협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임팩트 홀씨’의 또 다른 특별함은 헐트프라이즈를 경험했던 알럼나이들이 직접 기획과 운영을 맡았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협업한 행사답게, 세종대학교 외식경영학부의 도시락 협력, 비건 옵션이 포함된 케이터링, 허니콤보드 사용 등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디테일도 돋보였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소셜임팩트오퍼레이션스(SIO)는 “2018년부터 헐트프라이즈 코리아를 통해 청년들이 글로벌 사회문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왔다”며 “이번 ‘임팩트 홀씨’는 그 도전이 사회와 더 넓게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고 전했다.
Hult Prize Korea National Competition 우승팀인 Sprout는 헐트프라이즈의 세 번째 단계인 Digital Incubator에 진출해 전 세계에서 모인 대학생 도전팀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이 청년과 청소년들의 아이디어가 먼 곳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지금은 미약해 보이는 이 시도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의 문제 해결 여정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서 더 넓고 힘 있게 확장되기를,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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