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인사이트

같은 바다를 바라보되, 각자의 배를 타다

G와 H는 같은 대학 경영학과에서 수학했다. 같은 강의실, 같은 교수의 말을 들었다. 어떤 날은 나란히 앉아 밤을 지새우며 과제를 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였고, 시험 기간이면 같은 책을 들여다보았다. 술자리에서는 미래를 논했다.

묘하게도 졸업 후 그들은 똑같은 사업 구상을 품었다. 두 개의 다른 샘에서 솟아난 물이 같은 맛을 지닌 것처럼, 그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가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누가 이 아이디어의 원조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함께 나눈 대화 속에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우연히도 시장의 필요성을 동시에 포착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의 배에 오르지 않았다. 각자의 뱃길을 택했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의 플랫폼은 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자가 되었다. 한때 같은 교정을 거닐던 이들이 이제는 같은 바다에서 서로의 항로를 노려보는 사이가 되었다. 시장 분석가들은 그들의 사업 모델을 비교하며 누가 더 뛰어난지 토론했고, 사용자들은 두 플랫폼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끊임없이 논쟁했다.

G와 H가 함께 창업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단 한마디였다. “상성이 맞지 않았다.”

상성(相性). 그것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것, 또는 물과 물처럼 자연스레 하나가 되는 것을 가른다. 그것은 강물이 흐르는 방향과 속도에 관한 것이었다. 공동창업은 결혼과도 같은 깊은 인연이었다.

창업자는 뱃사공과 같다. 격류를 만나면 어떤 뱃사공은 정면으로 맞서려 하고, 어떤 뱃사공은 우회하려 한다. G와 H는 서로 다른 기질의 뱃사공이었다.

G는 계획적이었다. 사업 모델을 세울 때도 철저한 시장 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했다. 투자자들을 만날 때도 완벽한 준비와 논리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신뢰를 얻었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그에게 사업은 과학이었다.

반면 H는 직관적이었다. 시장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파악했고, 때로는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기회를 포착했다. 투자자들에게 열정과 비전으로 호소했고, 직원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리더였다. 그에게 사업은 예술이었다.

G와 H는 의사결정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G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한 후에야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었고, H는 직관에 의존했다.

또한 두 사람은 위험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H는 때로는 모든 것을 걸고 싶어했고, G는 언제나 안전한 길을 택했다. 이런 차이는 공동창업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처음에는 G의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했다. 철저한 준비와 안정적인 실행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반면 H의 회사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H의 과감한 혁신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G의 회사는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의 바다에서 ‘최초’라는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G와 H는 같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열 척의 배가 같은 물결을 가르며 달렸다. 어떤 배는 빠르게, 어떤 배는 천천히 움직였다. 누가 먼저 출발했는지, 누가 먼저 그 바다를 발견했는지를 두고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앞선 자의 돛에는 자부심이 부풀었고, 뒤따르는 자의 노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바다는 깃발을 보지 않는다. 바다는 그저 배를 받아들일 뿐이다.

물은 바위를 닳게 하고 바위는 물을 갈라놓는다. 세월이 흘렀다.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찾아왔다. 어느 겨울날, H는 자신의 배를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특별한 배를 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건넌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의 배는 이제 그들 삶의 물결이 되어 있었다. 반면, G의 배는 여전히 특별한 날에만 타는 배로 여겨졌다. 화려하나 친숙하지 않은 배였다.

H는 바다의 소리를 들었다. 바다를 처음 발견한 자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바다와 하나가 된 자가 위대함을. 진정한 혁신은 화려한 돛이나 독창적인 노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임을. 배달의 배가 그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을 나르는 배’였으나, 이제는 사람들의 식사 자체가 되었다. 더 이상 특별한 도구가 아닌, 일상의 물결이 된 것이다.

흐르는 물은 그릇의 모양을 가리지 않는다. H는 자신의 배를 다시 만들었다. 화려한 깃발 대신 편안한 노를 달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배를 ‘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건널 뿐이었다. 배는 보이지 않고 목적지만 남았다.

G도 이러한 변화를 눈여겨보았다. 그는 여전히 단단한 나무와 정확한 나침반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손’에 맞는 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배도 조금씩 변화했다. 여전히 견고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계획은 그대로였으나 배의 모양이 달라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G와 H의 배는 모두 바다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들이 찾은 바다는 처음 그들이 그리던 것과는 달랐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출발했느냐가 아니었다. 누가 더 화려한 돛을 달았느냐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배가 사람들의 일상에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느냐는 것이었다. 바다는 욕심을 모른다. 바다는 그저 흐를 뿐이다.

배달의 배가 그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을 나르는 도구’였으나, 이제는 사람들의 저녁 식탁 자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배달의 배를 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저녁을 먹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배달의 배는 그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가장 성공한 배는 보이지 않는 배다.

이동의 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가마를 대체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걸음 자체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동의 배를 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간다’고 생각할 뿐이다. 걸음과 배가 하나가 되었다.

G와 H의 배도 그런 변화를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항해’, ‘혁신적인 도구’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사람들의 물결 자체에 녹아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서비스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었다.

어느 새벽, H는 포구에 서서 말했다. “진정한 혁신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때, 그것은 이미 그들의 피가 되었다.” 그 말을 들은 G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제 경쟁자라기보다는 같은 바다를 아는 어부 같았다. 같은 달을 보고 같은 조류를 읽는 자들이었다.

G와 H의 배는 ‘선점’의 환상을 보여준다. 먼저 바다에 나갔다고 해서, 먼저 별자리를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고기를 잡는 것은 아니다. 물고기는 시간을 모른다. 물고기는 그저 물살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물살의 변화를 읽고, 그물의 눈을 그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시장은 창업자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시장은 그저 흐를 뿐이다.

G의 배는 처음에는 많은 고기를 잡았다. 단단한 나무로 만든 그의 배는 거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물고기들은 그의 그물을 피해 다녔다. 그물은 여전히 튼튼했으나 물고기가 줄어들었다. 반면 H의 배는 처음에는 적은 고기를 잡았으나, 끊임없이 그물의 눈을 바꾸었다. 그는 물고기의 습성을 따라 그물을 던졌고, 그것이 결국 풍어로 이어졌다. 물고기는 그물을 원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그저 헤엄칠 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G도 늦게나마 바다의 변화를 읽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단단한 나무로 배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물의 눈을 더 자주 바꾸었다. 그리고 그 또한 다른 방식으로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계획은 그대로였으나 실행이 달라졌다.

결국 G와 H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지만 같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히 ‘많은 그물’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들이 자연스레 그물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었다. 강요된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진정한 혁신은 사람들이 그것을 혁신이라 부르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

시간이 흘러 G와 H는 모두 마침내 자신만의 바다를 찾았다. 그 바다는 처음 그들이 그리던 것과는 달랐다. 더 깊고, 더 넓고, 더 푸른 바다였다. 그들은 더 이상 서로를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 바다는 끝없이 넓었고, 그 안에는 충분한 물고기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은 물고기를 잡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지혜를 나누었다. G는 H에게 단단한 배를 만드는 법을, H는 G에게 물고기의 마음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혁신을 이루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성공은 단순히 ‘최초’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다는 시간을 알지 못한다. 바다는 그저 흐를 뿐이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혁신은 시간을 초월한다. 그것은 단순히 ‘최초’가 아니라 ‘영원’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영원함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에서 비롯된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트렌드

[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112. 공동 창업 시, 대표이사의 법률적 의미와 선임 시 고려사항

트렌드

[스타트업 회계·세무] 공동창업자와 갈라설 경우 지분은?

스타트업

[가상 스타트업 창업기] ⑤ 천군만마였던 팀원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다

스타트업

‘사업 성공에는 그가 있었다’ 역대 최고의 공동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