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스타트업의 죽음에 관하여

돈이 산처럼 쌓였다. 투자자들은 군대처럼 몰려들었다. 테라노스, 7억 달러. 위워크, 22억 달러. 퀴비, 17억 5천만 달러. 숫자는 거대했고, 꿈은 더 거대했다. 그러나 거대한 것들은 그만큼 크게 무너진다.

테라노스는 작동하지 않는 혈액 검사 기술로 무너졌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검은 터틀넥은 언론을 현혹했으나, 기술의 실체는 없었다. 사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진실은 돈으로 덮을 수 없다. 7억 달러가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지는 못했다.

위워크는 무모한 지출과 부실한 지배구조로 망했다. 뉴욕 맨해튼의 화려한 사무실, 호화로운 인테리어, 끝없는 파티. 22억 달러가 낭비되었다. 애덤 노이만은 CEO로서 과도한 권한을 행사했다. 공유 오피스 사업은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세워졌다. 그의 왕국은 사라졌다. 돈의 착각은 공허했다. 결국 지속 불가능한 성장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퀴비의 수명은 짧았다. 여섯 달. 제프리 카젠버그, 전직 디즈니 회장의 이름값은 컸으나 고객은 없었다. 17억 5천만 달러를 들여 만든 콘텐츠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했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시장의 반응을 읽지 못한 대가는 컸다.

자우본의 웨어러블은 한때 애플과 경쟁했다. 9억 3천만 달러의 투자금으로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품질은 떨어졌고, 고객들은 떠났다. 핏빗에 졌다, 애플에 졌다. 기술 세계에서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강물은 언제나 앞으로 흐른다. 뒤처진 자는 사라진다.

무비패스는 경제 원리를 무시했다. 월 9.95달러에 무제한 영화. 극장은 분노했고, 회사는 현금을 태웠다. 어느 날 서비스가 멈췄다. 고객들은 분노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을 벌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었다.

파이어 페스티벌은 인스타그램의 화려함과 현실의 처참함 사이 괴리를 보여주었다. 럭셔리 텐트 대신 난민 캠프 텐트가 기다렸다. 고급 요리 대신 치즈 샌드위치가 제공되었다. 2천 6백만 달러는 바하마 섬의 모래 속에 묻혔다. 창시자 빌리 맥팔랜드는 감옥으로 갔다.

비피는 자동차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 1억 5천만 달러로 화려한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그러나 중고차 거래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했다. 물류 비용은 치솟았고, 마진은 얇았다. 확장성은 없었다. 비용 구조가 무너지자 회사도 무너졌다.

펫닷컴의 마스코트는 슈퍼볼 광고에 등장했다. 모든 것은 화려했다. 그러나 애완동물 사료 배송은 비쌌다. 물류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3억 달러를 태우고, 닷컴 버블과 함께 사라졌다. 소켓 인형만이 기억에 남았다.

홈조이는 청소 서비스 우버를 꿈꿨다. 4천만 달러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법의 벽에 부딪혔다. 청소부들은 독립 계약자인가, 직원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가정집 청소의 반복성을 높이지 못했다. 고객 유지율은 낮았다. 법적 문제와 비즈니스 모델의 결함이 공존했다.

베터 플레이스는 전기차의 미래를 내다봤다. 비전은 옳았다. 그러나 실행은 틀렸다. 8억 5천만 달러를 들여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건설했다. 자동차는 없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인프라가 먼저냐, 자동차가 먼저냐. 그들은 인프라를 택했다. 시장은 준비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사막에 버려진 배터리 교체소들이 증언한다.

빈 사무실에 먼지가 쌓인다. 유리창에는 창업자의 꿈이 아직 희미하게 비친다. 누군가의 열정이, 누군가의 밤샘이, 누군가의 땀이 서렸던 공간. 그곳에 이제 아무도 없다. 스타트업의 죽음은 이렇게 온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이 세계에서 돈만으로는 비즈니스를 성공시키지 못한다. 열정이 비전을 불태우고, 전략이 로드맵을 제공하며, 실행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고, 적응력이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생존을 보장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없다면, 가장 잘 자금을 지원받은 스타트업조차도 흔들릴 수 있다.

물고기는 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죽는다. 그들의 죽음은 조용하다. 어느 날 웹사이트가 닫히고, 직원들이 짐을 싼다. 뉴스는 한 줄로 정리된다. “XX사, 문 닫다.” 그들의 죽음은 또한 시끄럽다. 언론은 비웃고, 투자자들은 한탄하고, 경쟁자들은 교훈을 얻는다.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흐르듯, 스타트업의 실패는 단순히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혁신의 서곡이 되기도 한다.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실패한 벤처의 잿더미에서 일어났다. 페이팔의 맥스 레브친은 슬라이드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어파머에서 다시 일어났다. 트위터의 잭 도시는 스퀘어를 통해 부활했다. 죽음이 새로운 삶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폭풍우 속에서 길을 잃은 배처럼,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항해하던 옛 선원들처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검증하라, 확장하기 전에. 현명하게 지출하라. 지배구조를 우선시하라. 빠르게 적응하라. 투명하게 소통하라. 이것이 살아남는 법이다.

벤처 캐피털이 주도하는 경제에서, 자금 조달을 검증과 동일시하는 유혹은 크다. 이는 종종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요소를 가린다. 마치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다고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다.

폐허가 된 성에 가본 적이 있는가. 한때는 웅장했던 기둥들, 화려했던 홀, 권력이 넘쳤던 방들. 이제 그곳에는 바람만이 지나간다. 스타트업의 죽음도 그러하다. 화려했던 것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남는다. 교훈으로, 경고로, 때로는 영감으로.

진정한 성공은 자금 조달에 관한 헤드라인이 아니다. 시간에 견디는 가치 창출에 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진정한 가치는 시간을 견딘다. 시장은 정직하다. 가치 없는 것은 사라진다. 가치 있는 것은 살아남는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실패는 배움이다. 실패는 다음 성공의 밑거름이다. 눈 내린 들판에 발자국을 남기듯, 우리는 모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누군가에게 길이 되기를. 그 길을 따라 더 나은 스타트업이 태어나기를. 더 정직하게, 더 가치 있게, 더 지속 가능하게.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글로벌

‘번영과 몰락 사이’ 라이트 에이드의 두 번째 파산이 말해주는 자본주의 풍경

트렌드 인사이트

‘대한민국 경제의 전환점’ 차기 정부가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 정책

트렌드

[최앤리의 스타트업×법] 거래처가 폐업했어요

이벤트

중기부, 대기업-스타트업 협력 지원 확대…30개 스타트업에 최대 6천만원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