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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식품 브랜드의 성공 열쇠, ‘지속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

동남아시아 식품 시장이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환경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식품 브랜드에 환경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기업만이 장기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24년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42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지역의 2024년 성장률을 4.6%로 전망하며, 중산층 및 고소득 가구 수는 2030년까지 연평균 5%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성장은 식품 산업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가져왔다. 소득 증가로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대기오염, 해양 플라스틱 오염, 산림파괴 등 환경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심한 10개국 중 6개국이 위치한 지역이다.

민텔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클레임을 담은 식음료 신제품 출시 비중이 2020년 17%에서 2023년 22%로 증가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점은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 브랜드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소비자의 93%, 필리핀 86%, 베트남 85%, 태국 80%, 말레이시아 69%, 싱가포르 64%가 브랜드의 환경 문제 해결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선택지를 브랜드가 제공해주길 원합니다,” 민텔의 동남아시아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제인 리(Jane Lee)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65%를 차지하는 세 가지 핵심 소비자 그룹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속가능성에 있어 브랜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첫 번째 그룹은 ‘지위 추구자(Status Seekers)’로, 상대적으로 젊고 국제적이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소비자층이다. 이들은 구매하는 제품을 통해 성공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길 원하며, 삶의 모든 측면에서 최고의 것을 추구한다.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38%를 차지하는 이 그룹은 지속가능성을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배려하는 소비자(Considerate Consumers)’로, 주로 중장년층 또는 은퇴한 여성들이 포함된다. 중간 소득층에 속하며 교육 수준이 높고 소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전체 소비자의 6%를 차지한다.

세 번째 그룹인 ‘신중한 계획가(Prudent Planners)’는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후 신중하게 구매 결정을 내리는 소비자들이다. 재정적으로 매우 계획적이며 세심한 조사에 기반해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확실히 관리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20%를 차지한다.

민텔은 또한 국가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 소비자의 관심사와 우선순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으며, 특히 산림 파괴 저감에 관심이 많다. 다만 Z세대 소비자 중 일부는 환경 이슈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브랜드 차원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과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높은 관심과 실천 의지를 보이며, 전 연령층에 걸쳐 환경 친화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특히 민감한 이슈로, 식음료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 소비자들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며, 이는 다른 아세안 국가와 비교해 같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브랜드가 환경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강하게 기대하고 있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 의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브랜드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통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첫째,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자극하고,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메시지를 단순화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복잡한 개념일 수 있으므로, 소비자 교육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지속가능성을 일상생활과 연결해야 한다.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념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선택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고, 인센티브 및 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순환경제 이니셔티브를 홍보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선택이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텔은 AI 도구 ‘Spark’를 활용해 개발한 지속가능한 식품 콘셉트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그린 하모니’ 식물성 태국 바질 볶음 요리, ‘스파이스 퓨전’ 업사이클 잭프루트 커리, ‘어스 바운티’ 코코넛 & 렌틸콩 라이스볼 등은 현지 원료와 업사이클링을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의 예시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대형 식품기업 A사의 마케팅 책임자 B씨는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기업들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시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C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동남아시아의 경제 성장이 계속되는 한, 지속가능성은 식품 브랜드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지고,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핵심 비즈니스 전략으로 접근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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