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대규모 IPO, ‘부칼라팍’ 사례로 살펴본 국내 스타트업 동남아 진출 청사진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부칼라팍’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기업이지만, 자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전체에 걸쳐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인도네시아어로 ‘가판대를 세우고 비즈니스를 한다’라는 뜻을 지닌 ‘부칼라팍’은 올해 8월 실시한 기업공개(IPO)에서 약 7조 1천억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비롯해 1조 8천억 원 투자유치에도 성공하는 등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화제를 모았다.
투자자들의 면모 역시 화려하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을 비롯해 미래파이낸셜그룹과 ‘대한민국 1위 포털’ 네이버의 조인트벤처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 성장펀드’, 신한금융그룹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이들의 투자배경에는 ‘부칼라팍’의 경쟁력 및 성장가능성 등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0년 창업자 아흐매드 재키가 대학생 시절 설립한 작은 기업이 불과 10년 만에 동남아시아 최고의 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이번 기고에서 KK Fund 제너럴 파트너 콴 수의 ‘부칼라팍’ 투자스토리를 통해 동남아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부칼라팍’ 창업자 아흐매드 재키의 창업스토리
인도네시아 센트럴 자바의 솔로 근방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부칼라팍’ 창업자 아흐매드 재키는 11살 때 삼촌으로부터 컴퓨터를 선물 받은 이후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컴퓨터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중학교 시절, 인도네시아 전국 컴퓨터사이언스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컴퓨터 관련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재키는 대학진학 후에도 각종 전국 컴퓨터 관련 대회에서 상을 싹쓸이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자랑했고, 이를 바탕으로 교내 창업동아리를 설립,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재학시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수가 사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재키는 그 동안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모두 쏟아 부으며 국수사업에 몰두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돈을 잃고 부도를 경험하기도 했다. 훗날 재키는 인터뷰를 통해 “국수사업 실패는 매우 쓰라린 경험이긴 했지만, 값비싼 레슨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했다” 고 밝히기도 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국수사업 실패의 아픔을 겪은 재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재키는 소상공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부칼라팍’의 시작이었다. 단돈 5달러의 창업자금으로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부칼라팍’을 창업한 재키의 현재 자산은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KK Fund 제너럴 파트너 콴 수, ‘부칼라팍’의 미래를 내다보다.
본격적인 창업과 함께 ‘부칼라팍’의 도전은 계속되었고, 2년이 지난 2012년 KK Fund의 제너럴 파트너 콴 수가 이끄는 GREE(현 Strive) 벤처로 투자를 받으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부칼라팍’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한 콴 수는 Emtek과 같은 투자자를 소개하며 후속 투자를 성공시켰고, 이를 기점으로 여러 대규모 투자자들 및 전통적인 대기업, IT 기업들이 ‘부칼라팍’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글로벌 IT기업 블랙베리와의 협력을 통해 BBM 쇼핑 플랫폼을 구축했고, Gojek과 함께 배달서비스를 개발, 페이스북을 비롯해 광고, 마케팅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콴 수의 벤처투자를 통해 MyLapak 기능을 활용한 플랫폼에 개발에 성공한 ‘부칼라팍’는 미래에셋과 네이버, 신한금융지주, 엠텍 등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한층 안정적인 경영체계를 마련했고,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도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획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모바일 앱스토어를 통한 상용화에 성공한 ‘부칼라팍’ 플랫폼은 온라인 결제는 물론 배달과 비디오 스트리밍 등 다채로운 서비스로 연계, 발전시킴으로써 인도네시아 내 많은 모바일 사용자들의 니즈를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부칼라팍’, 거침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성공의 기반을 다지다.
‘부칼라팍’의 초기 성공을 이끈 케이스는 2010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접이식 자전거다. 당시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와 자전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부칼라팍’은 온라인을 통한 자전거 관련 마켓 플레이스를 전격 오픈,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는 곧 플랫폼 사용자 급증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점차 확대해 나가며 장밋빛 그린 ‘부칼라팍’이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칼라팍’보다 더욱 많은 판매라인을 보유한 ‘토코피디아’라는 거대 플랫폼과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칼라팍’의 훌륭한 엔지니어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고, 자체적인 검색엔진 마케팅과 검색엔진 최적화 등 꾸준히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웹 트래픽 순위를 집계하는 Alexa 랭킹 및 웹사이트 트래픽 상승 등을 이끌어내며 무서운 속도로 거대 플랫폼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또한 투자자 엠텍은 당시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IT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라디오와 같은 미디어에 ‘부칼라팍’ 브랜드를 적극 노출시키며 인지도 및 신뢰도 상승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시장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며 맞춤형 포지셔닝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온 ‘부칼라팍’의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은 와룽(소상공업체)으로 옮겨갔고, 2018년 ‘인도네시아의 중소기업들을 돕는다’는 슬로건 아래, 긍정적인 영향력 전파를 인정받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트렌드, ‘부칼라팍’ 새로운 성공열쇠
다양한 협업과 투자유치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간 ‘부칼라팍’은 2016년 약 1,700만 명의 유저 보유와 함께 100만 이상 SME 플레이어에도 선정되는 등 인도네시아의 4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섰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인도네시아의 모든 전자상거래 및 핀테크 시장을 점령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기세를 몰아 현재 글로벌 프로젝트 ‘부카 글로벌’을 새롭게 출시하며 지속가능한 발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기술 및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었다는 점은 ‘부칼라팍’의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증하는 요인 중 하나다. 비대면 트렌드가 일상화되며, 많은 기업의 판매경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전환되는 추세로, 400억 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온라인 쇼핑 시장이 역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같은 상황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도 규제와 변동성 리스크가 발생한 중국의 기술 및 전자상거래 부문과는 확연히 비교된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Shopify의 기업들을 위한 온라인 스토어 제공, Bukalapak의 인도네시아 내 소상공업체를 위한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제공 등 스타트업들의 상생과 협력전략이 큰 기지를 발휘했다는 것이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 중에서도 ‘부칼라팍’이 지원한 소상공업체 ‘와룽’은 인도네시아 소매 지출의 약 90%를 차지하며 ‘부칼라팍’ 프로젝트의 신속한 진행과 빠른 상용화의 기폭제가 됐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간 상생작용을 이끌어내며 ‘부칼라팍’은 대규모 성공적 투자유치는 물론 인도네시아 기술 및 유통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상장에 성공했으며, 이를 기점으로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기술 부문 투자의 중심이자 거점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부칼라팍’ 성공의 핵심! 전략적 파트너쉽 제휴와 시장점유 전략
‘부칼라팍’의 성장요인은 시장점유 전략과 전략적 제휴 영향력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E-와룽시장(와룽 상인 수수료)은 2015년 290억 달러에서 2020년 3,6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부칼라팍’은 전체 와룽 시장의 39%를 점유하고 있고, 전자상거래 부분에선 자카르타 등의 대도시를 넘어 동남아시아 전체의 약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술기업은 인도네시아 현지 스마트폰 보급과 인터넷 개발로 인해 5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상태로, 부카 펭가디안(Buka Pengadaan), 기업 고객을 위한 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전자상거래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과 전략으로 사업 가치를 높여갔다.
소규모 업체(와룽)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모든 소매점의 95%가 오프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결제 수단이 대부분 현금이라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한 높은 수요 대비 소규모 유통 업체의 매출 감소, 불안정한 성장세 등 와룽 시장의 고질적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칼라팍’은 사업안정성 확보 목적의 플랫폼을 제공, 로컬 시장을 집중 겨냥하며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신용관계가 불확실한 경우, 원활한 상거래를 위해 영업보호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등 자국 내 소상공업체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성은 물론 모바일 기술발전 및 금융부문 등 인도네시아 핀테크 시장을 개척하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한국의 첨단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 모델을 가져오거나, 잠재력과 수익성을 겸비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의 채택을 촉진해 더 많은 유저, 더 높은 거래량을 유도하거나 소매업자 자금 조달을 위해 ‘부칼라팍’과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매업자들이 온라인상에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투자할 수밖에 없는 초기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생태계 구성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폭넓은 기회와 성공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로컬 시장, 현지 소비자 문화 등에 대한 국내 스타트업의 선제적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 스타트업이 ‘부칼라팍’과 같은 전략적 제휴방식을 적용한다면, 자연스러운 시장안착은 물론 보다 효과적인 시장 진입, 확장으로 이어지며 성공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칼라팍’ 전략적 제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은 마케팅 목적으로 회사를 홍보하고, 기업을 위한 추가 자원을 확보한다. 전반적으로 재정적 지원과 새로운 고용원, 폭넓은 지식, 더 나은 기술 습득 기회, 추가 자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의 작은 키오스크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Google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5,890만 명에 달하는 소규모, 중소기업(MSME) 사이에서 자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었다. 그들이 회사 차원에서 Google과 함께 MSME들에게 디지털 기술에 대해 교육하는 동안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칼라팍’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을 마치게 되면, MSME들은 온라인 판매 사업 촉진을 위해 결국 Bukalapak에 합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부칼라팍’은 Google로부터 디지털 기술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MSME 교육에도 많은 자원을 부여한다. 그 결과 ‘부칼라팍’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플랫폼을 주요 거래 플랫폼으로 채택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Google과의 협력을 통한 디지털 전문성 확보로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로, 2020년 ‘부칼라팍’이 인도네시아의 전자 상거래 강화를 위해 Microsoft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부칼라팍’은 새로운 자원과 디지털 기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 직원들이 배울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부칼라팍’은 플랫폼을 위해 보다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6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가맹점, 600만 명의 오프라인 가맹점, 1억 명의 고객 지원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를 선호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채택한 것이다.
또한 각 회사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지식 격차를 메울 수 있었다. ‘부칼라팍’ 직원들은 두 회사가 협력을 진행하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로부터 더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고, 결과론적으로 ‘부칼라팍’은 Microsof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치적인 성과는 부분은 물론 다양한 측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 또한 이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파트너 기업의 자산과 지식을 활용,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 간의 지식 격차를 해소하고, 부서 내 리소스를 공유하며, 고객 및 다른 비즈니스에도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의 새로운 개척과 진입을 원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과 상생 파트너십이 사업의 성공적인 현지화 및 현지 사업 확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유리한 고책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마무리하며…
‘부칼라팍’의 성공기반에는 철저한 현지화와 소비자들의 쉬운 접근성과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가 큰 몫을 했고, 대부분의 서비스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익숙한 제품 및 서비스들과 연계된 것들이다.
이러한 ‘부칼라팍’ 성공 요인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동남아시아로 진출 시, 객관적인 기준점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의 정부정책, 시장, 문화, 사람들 성향 등 그 나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스터디가 반드시 수반되어 한다는 점이 보다 명확해졌다. 이와 같은 과정을 생략하고, 불도저식으로 무턱대로 접근하다가는 많은 어려움과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임 분명한 사살이다.
기회는 열려있고, 성공은 준비된 자의 몫이다. ‘부칼라팍’의 성공스토리를 교훈삼아 보다 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동남아 진출을 통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글 : KK Fund / KK Fund는 스타트업 투자에서 성과를 낸 제너럴 파트너들이 설립한 벤처 캐피탈 펀드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초기 단계 투자를 중점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에 오피스를 오픈한 최초의 동남아 벤처캐피탈이다. 주로 헬스케어, IoT, 제4차산업, 블록체인, 핀테크,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e스포츠 등 섹터의 시드에서 시리즈 A 단계의 스타트업 중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진출을 한 한국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