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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업생태계 ‘지역 확산’ 신호탄…서울 20위·지방 5곳 순위 진입

어떤 도시가 살아있는지 알고 싶다면 그곳의 스타트업을 보면 된다. 젊은 기업가들이 모여드는 곳, 새로운 아이디어가 돈과 만나는 곳,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험을 감행하는 곳. 그런 의미에서 서울이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기관인 스타트업블링크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전년 대비 한 계단 오른 20위를 기록했다. 이는 3년 연속 30% 이상의 생태계 성장률을 기록한 결과다. 숫자로만 보면 그저 한 단계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 한 계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스타트업블링크는 전 세계 창업 생태계를 ‘지도화’하는 기관이다. 2017년부터 매년 전 세계 100개 이상 국가와 1,000개 이상 도시를 평가해왔으며, 올해는 총 118개국 1,473개 도시가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크런치베이스, 스타티스타, SEMrush 같은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과 협력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평가이니 그 신뢰성은 충분하다.

평가 기준은 세 가지다. 스타트업 수, 협업공간, 투자자 수, 창업행사 등의 규모를 측정하는 양적 지표. 유니콘 기업 수, 투자유치 규모 등 성과와 영향력을 보는 질적 지표. 그리고 창업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별 법·제도, 규제 등 여건을 평가하는 사업환경 지표. 이 세 가지 잣대로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들여다본 결과, 우리는 여전히 전 세계 20위를 3년 연속 유지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연간 생태계 성장률이 23.7%로 글로벌 평균을 웃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블링크는 이를 두고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유니콘 기업 육성, 글로벌 기업 유치, 외국인 창업 유입 확대 등 다각적 정책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지방 도시들의 약진이다. 울산, 제주, 강릉, 포항, 청주 등 5개 도시가 올해 처음으로 순위권에 편입됐다. 대전의 경우 58%라는 놀라운 생태계 성장률을 기록하며 부산을 제치고 국내 2위 도시로 올라섰다. 이는 창업 생태계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스타트업블링크는 한국의 과제로 초대형 혁신기업의 부재, 도전 문화 확산 부족,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꼽았다. 실제로 글로벌 1위 샌프란시스코, 2위 뉴욕, 3위 런던과 비교하면 아직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창업진흥원의 유종필 원장이 “우수한 지역 스타트업의 역량이 국내외 생태계 평가에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 마련과 글로벌 확산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서울이 글로벌 20위권에 진입한 것도, 5개 지방 도시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온 것도 모두 그 변화의 증거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변화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갈 수 있는 더 큰 그림이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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