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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원 매각설의 주인공, 온리팬스 ‘라드빈스키’는 누구인가

(c) Leonid Radvinsky

성인 콘텐츠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가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조원 규모의 매각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회사의 단독 소유주인 레오니드 ‘레오’ 라드빈스키(Leonid Leo Radvinsky)라는 인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과연 누구이며, 어떻게 이토록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까.

라드빈스키의 삶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서사를 따른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시카고에서 성장했다. 명문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그의 진짜 관심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었다.

2004년, 스물대 중반의 라드빈스키는 성인용 캠방송 사이트 ‘마이프리캠스(MyFreeCams)’를 창업했다. 이것이 그의 성인 콘텐츠 업계 진출의 신호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성인 콘텐츠 시장은 지금처럼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라드빈스키는 이 분야의 잠재력을 일찍이 간파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짜 전환점은 2018년에 찾아왔다. 라드빈스키는 영국의 사업가 팀 스토클리 부자가 2016년 창업한 온리팬스의 지분 75%를 인수하며 회사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후 CEO로 취임한 그는 온리팬스를 성인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으로 급속히 전환시켰다.

온리팬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명쾌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구독자들로부터 직접 요금을 받는 구조다. 특히 성인 콘텐츠에 특화하면서 기존 포르노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중간 업체 없이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이 모델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리팬스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를 선사했다.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성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새로운 수입원을 찾으면서 플랫폼에 유입되는 크리에이터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2023년 기준 온리팬스는 크리에이터 411만 명, 이용자 3억 5천만 명을 보유한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연 매출은 6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원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과를 직원 30여 명의 소규모 조직으로 이뤄냈다는 점이다.

라드빈스키가 온리팬스로부터 받은 배당금만 해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소 10억 달러를 넘는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매각이 성사된다면, 그는 약 5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토록 거대한 부를 축적한 라드빈스키는 의외로 공개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언론 인터뷰는 물론 공적인 자리에 나서는 일도 드물다. 그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건 개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몇 가지 프로젝트와 투자 내역, 그리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엘릭서(Elixir)에 대한 지원 정도뿐이다.

그렇다면 라드빈스키는 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팔려고 하는 걸까. 업계 관계자들은 온리팬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커지면서, 그가 플랫폼을 장기 보유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온리팬스는 성공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성 상품화 논란부터 미성년자 접근 가능성, 성착취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드빈스키는 사업의 지속가능성보다는 확실한 수익 실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레오니드 라드빈스키의 이야기는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성공 서사다. 전통적인 기업가들과 달리 그는 철저히 뒤에 숨어 있으면서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온리팬스라는 플랫폼 하나로 전 세계 성인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꾼 그의 경영능력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의 성공이 온전히 긍정적으로만 평가될 수는 없다. 성인 콘텐츠 산업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들에 대한 책임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조원 규모의 매각이 성사된다면, 라드빈스키는 분명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성인 콘텐츠 사업가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산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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