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6월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었다. ‘휴양·창업·문화가 공존하는 실리콘비치’라는 포부를 내걸고 시작한 여정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을 것이다. 제주에서 정말 혁신이 가능할까? 관광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답을 얻었다.
416개의 기업이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다. 이들의 매출은 2,657억원에 달한다. 1,645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숫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제주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아니 제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증명한 수치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의 선순환이다. 센터가 직접 투자한 52.6억원이 901억원의 후속 투자를 이끌어냈다. 17배가 넘는 레버리지 효과다. 컨텍의 코스닥 상장은 그 상징적 사례다. 21배의 투자 수익을 기록하며 제주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전국에 알렸다.
더 인상적인 것은 선택의 정확성이다. 팁스 프로그램에서 센터가 추천한 10개 기업이 모두 선정되었다. 100%의 성공률. 이는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기업을 보는 안목과 육성하는 능력이 검증된 결과다.
제주에서 우주를 꿈꾸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특별하다. 스펙스가 딥테크 팁스에 선정된 것은 제주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의 증거다. 지리적 제약이 창의적 제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컬크리에이터 분야에서 2년 연속 전국 최우수를 배출한 것도 의미 깊다. 제주만의 독특함이 전국적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역성이 곧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셈이다.
이제 센터는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벤처 빌더로의 진화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아이디어 단계부터 함께 기업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스타트업 지원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성과는 숫자 너머에 있다. 1,645명의 일자리라는 것은 1,645개의 개인사가 제주에서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제주를 떠나지 않고도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섬. 기술과 창의로 먹고살 수 있는 섬. 관광업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섬. 이것이 지난 10년이 만들어낸 진짜 변화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실리콘비치’라는 초기 비전은 이제 역사가 되었지만, 그 꿈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제주만의 장점을 살린 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센터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을 단순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철학, 제주의 특성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바꾸겠다는 전략, 지역과 글로벌을 연결하겠다는 비전.
10년 전, 누군가는 제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 앞으로의 10년은 더 기대된다. 지금까지가 가능성의 증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가능성의 실현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10주년을 축하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에 박수를 보낸다. 제주에서 시작된 혁신이 대한민국 전체의 모델이 되기를, 작은 섬에서 시작된 꿈이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기대한다.
가능성은 증명되었다. 이제는 실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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