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샤오미, 반도체 굴기의 11년 여정…”중국판 애플” 꿈 현실화되나

중국 스마트폰 대표주자 샤오미(小米)가 반도체 자립을 향한 11년간의 험난한 여정 끝에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지난달 세계 4번째 3나노미터(nm)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창립 15주년을 맞아 향후 10년간 500억 위안(약 69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선언하며 ‘중국판 애플’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샤오미의 반도체 도전은 2014년 ‘펑파이(澎湃)’ 칩 개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2017년 첫 자체 개발 시스템온칩(SoC) ‘펑파이 S1’을 출시하며 애플, 삼성, 화웨이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 능력을 갖춘 스마트폰 제조사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후 기술적 한계와 비용 부담으로 SoC 개발이 중단되면서 샤오미의 ‘칩 굴기’는 좌절을 맛봤다. 2019년부터는 전원 관리, 충전, 배터리 등 소형 칩 모듈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레이쥔(雷军) 창립자 겸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135억 위안과 2,5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모바일 SoC 개발을 재개했다. 2024년에는 퀄컴 출신 임원을 영입해 ‘칩 플랫폼 부서’를 신설하며 조직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그 결실이 지난 5월 공개된 ‘쉬안제O1(玄戒O1·XringO1)’ 칩이다. TSMC 3nm 공정으로 제조된 이 칩은 애플,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세계 네 번째 3nm 모바일 프로세서로 평가받는다. 샤오미 15S Pro 등 플래그십 제품과 태블릿에 탑재돼 대량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샤오미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격화되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를 지속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기술 자립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레이쥔 회장은 창립 15주년 기념 연설에서 “과거의 실패는 어두운 역사가 아니라 학습 과정”이라며 “샤오미의 ‘칩의 꿈’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10년간 500억 위안 투자 계획은 퀄컴, 미디어텍 등 해외 공급업체 의존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과학기술 자립자강(科技自立自强)’ 노선에 부합하는 민간 기업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샤오미의 반도체 자립 노력이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하나인 샤오미가 자체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 퀄컴과 미디어텍의 중국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샤오미가 2023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14.1%)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자체 칩 개발 성공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샤오미가 진정한 의미의 기술 자립을 달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샤오미의 도전이 성공할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 소장 /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시선으로 중국 현황을 관찰하고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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