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국이 문 닫자 중국이 문 열었다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H-1B 비자 신청료를 10만 달러로 인상하는 포고령에 서명했을 때, 베이징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준비된 답을 가지고 있었다.

리창 총리가 8월 14일 서명한 외국인 출입국 관리규정 개정안. 그 속에는 젊은 과학기술 인재를 위한 새로운 ‘K비자’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행일은 10월 1일이다.

중국 국무원 관계자는 “중국의 발전에는 전 세계 인재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시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인재 유치 정책 이상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이 닫은 문, 중국이 연 문

2024년 H-1B 비자 승인자 중 71%가 인도 출신, 11.7%가 중국 출신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연봉 6만-8만 달러 수준의 젊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다. 10만 달러 신청료는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트럼프의 포고령이 발표된 직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기업들은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9월 21일 시행 전까지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수천 명의 과학기술 인재들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혼란을 겪었다.

인도 외무부는 “가족들에게 인도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미국 상공회의소는 “직원과 가족, 고용주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타이밍의 절묘함

중국의 K비자는 기존 12개 일반 비자 유형과 달리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입국 횟수 제한이 없고, 유효 기간도 길며, 중국 내 고용주나 초청기관의 초청장도 필요하지 않다. 나이, 학력, 경력 요건만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입국 후에는 교육, 문화, 과학기술 분야 교류는 물론 창업과 사업 활동도 가능하다. 신청 절차 역시 기존보다 간소화되었다고 중국 당국은 설명했다.

대상자는 명확하다. 국내외 유명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과학기술 분야 학사 이상 학위를 받은 외국 청년,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 교육 및 연구에 종사하는 외국 청년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시나리오

이민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재집권 시 H-1B 정책 강화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가우라브 카나 교수는 “스테판 밀러는 이전 행정부에서 이민 수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8월 K비자 발표가 이러한 전문가 예측과 맞물린 타이밍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중국의 대외개방 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2025년 상반기 중국을 출입한 외국인은 3,80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했고, 무비자 입국은 1,364만 명으로 53.9% 급증했다. 중국은 현재 75개국과 무비자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글로벌 인재 경쟁의 새 국면

스터디포털스 연구에 따르면 2025년 1월-7월 기간 중국의 AI 학위 과정에 대한 관심은 88% 증가했다. 반면 미국의 AI 학위 과정에 대한 관심은 25% 감소했다.

중국교육국제교류협회의 찰스 선 대표는 “중국이 단순히 사업에 개방되어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경쟁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의 시험대

10월 1일 중국 K비자 시행 이후 실제로 얼마나 많은 과학기술 인재들이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할지가 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신시대 인재강국 전략 실행”과 “국제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H-1B 정책 변화와 맞물린 절묘한 타이밍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과학기술 인재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문턱을 높이는 동안 중국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글로벌 인재들의 선택이 두 나라의 기술 패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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