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26 APEC, 중국 ‘선전’서 개최…개혁개방 상징 도시

어촌에서 글로벌 기술도시로, 40년 기적의 현장

202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33차 정상회의가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개최된다. 2025년 11월 1일 시진핑 주석은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의장국 인계식에서 선전 개최를 공식 발표했으며, 이는 2001년 상하이, 2014년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선전을 개최지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하며 수십 년 만에 작은 어촌에서 현대적 국제도시로 발전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선전의 변화를 “중국 인민이 창조한 세계 발전사 속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살아있는 교과서

선전은 1980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다. 당시 인구 3만 명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선전은 현재 약 1,800만 명(2024년 말 기준 1,799만 명)이 거주하는 초대형 메트로폴리탄으로 성장했다. 4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룬 변화는 세계 도시 발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꼽힌다.

홍콩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선전은 외국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했고, 이는 중국 경제 성장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오늘날 선전은 1인당 GDP가 중국 주요 도시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수출입 규모는 상하이와 베이징을 능가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기술 혁신의 중심

선전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전기차 제조사 BYD, IT 대기업 텐센트,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특히 선전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메카로 불린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도매시장인 화창베이(华强北)에서는 스마트폰부터 드론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전자부품을 구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 정부는 연구개발(R&D)에 GDP의 5% 이상을 투자하며, 인공지능, 5G 통신, 바이오기술 등 미래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2만 개 이상의 하이테크 기업과 수백 개의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혁신 생태계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그레이터베이 지역의 핵심 축

선전은 홍콩, 마카오와 함께 광둥-홍콩-마카오 그레이터베이 지역(粤港澳大湾区)을 형성하며 “세계 경제의 성장 극”으로 간주된다. 이 경제권은 면적 5만 6,000㎢에 인구 8,600만 명, GDP 1조 7,000억 달러 규모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만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베이 지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레이터베이 지역을 금융(홍콩), 제조업(광둥), 관광·서비스업(마카오)이 결합된 통합 경제권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선전은 이 중에서 기술 혁신과 첨단 제조업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미래지향적 도시 인프라

선전의 도시 풍경은 그 자체로 중국의 현대화를 상징한다. 600미터 높이의 핑안 파이낸스센터를 비롯한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스카이라인은 미래 도시를 연상시킨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버스와 전기택시가 운행되는 친환경 도시이기도 하다.

지하철 16개 노선이 운영되고, 홍콩과는 고속철도로 15분 만에 연결된다.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은 연간 5,000만 명 이상의 승객을 처리하는 국제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다.

APEC 개최의 전략적 의미

중국이 선전을 2026년 APEC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단순한 장소 선정을 넘어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식 발전 모델의 성공 사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아태 지역 경제협력에서 중국의 기술력과 혁신 역량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홍콩과 인접한 선전에서 APEC을 개최함으로써 일국양제(一國兩制) 체제 하의 통합과 번영을 강조하려는 정치적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AI 협력과 디지털 경제 주도권 선점

시진핑 주석은 2026년 APEC 주최국으로서 중국의 핵심 의제를 명확히 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및 디지털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세계 AI 협력 조직 설립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APEC 회원국들과 함께 인민들의 AI 소양을 높이고 아태 지역의 디지털·스마트 격차를 메우고 싶다”고 강조하며, 중국이 AI 분야에서 아태 지역의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술 동맹에 대응해 중국이 개도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선전이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AI 기업들의 본거지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제는 더욱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착착 진행되는 준비 과정

중국은 2026년 APEC 개최를 위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5년 9월 28일 중국무역촉진위원회(贸促会)는 베이징에서 APEC 공상자문위원회(ABAC) 업무 회의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런홍빈 회장은 “2026년 APEC 주최는 당과 국가의 대외 업무에 기여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 31일에는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공상지도자 정상회의 교대식에서 중국무역촉진위원회가 2026년 주최권을 공식 인수받았다. 회의 준비는 APEC의 기존 메커니즘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

중국의 APEC 개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0월 27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호주 앨버니지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호주는 중국의 APEC 개최를 명확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주 측은 이번 회의가 중국과 호주의 다자간 협력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측은 회의 기간 동안 개방형 경제 건설 성과를 전시하고 아태 지역 협력을 심화시킬 계획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현대화 경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PEC 회원국 정상들은 2026년 선전에서 만나 아태 지역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40년 만에 세계적 기술도시로 변모한 선전의 현장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는 AI와 디지털 경제를 중심으로 한 아태 지역의 미래 경제 협력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제시하는 AI 협력 조직과 아태공동체 비전이 역내 국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장 / 편견 없는 시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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