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벤트

실리콘밸리에 문 연 ‘순환형’ 창업 거점

11개 침실 규모 주거형 창업 공간, 연 16주 한정 이용으로 더 많은 기업에 기회 제공

아산나눔재단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마테오에서 첫 해외 거점인 ‘마루SF’를 공식 개관했다. 마루SF는 한국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임시 거점으로, 업무·주거·네트워킹 기능을 통합한 단기 체류형 공간이다.

개관식에는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을 비롯해 엄윤미 이사장, 임정택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국내외 투자자와 창업가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무실 아닌 ‘주거형’ 공간으로 차별화

마루SF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공유오피스가 아닌 주거 중심의 설계다. 외관부터 교외 고급 주택에 가까운 이 공간은 11개 침실과 주방, 공용 업무 공간을 갖춰 총 30여 명이 동시에 거주할 수 있다. 미국 대학 기숙사나 게스트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내부 구조로, 실리콘밸리 출장에 나선 스타트업이 숙식을 해결하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 기간은 1회 2~6주, 연간 최대 16주로 제한된다. 더 많은 기업에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글로벌 벤처캐피털 등 창업 생태계와 아산나눔재단이 선정한 53개 기업만 이용할 수 있으며, 선착순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초기 딜레마 해결이 목표”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마루SF 설립 배경에 대해 “초기에는 돈이 없고, 한국에서 성공한 뒤에는 서비스와 제품이 ‘한국화’돼 외부에서 통하지 않는 딜레마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가능성 있는 초기 스타트업이 돈이 없더라도 세계를 경험하고 고객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정몽준 명예이사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50년 전 오일쇼크 와중 중동에서 세계 진출의 문을 열었듯,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자본도, 자원도, 기술도 아닌 ‘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의 용기'”라며 “마루SF에 모인 모든 창업자들이 제 아버지 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 “네트워크와 정보가 큰 힘”

실제 이용자 반응은 열광적이다. 개관식 당일 마루SF에는 상장사 원티드랩 공동창업자인 황리건 플랫폼 총괄이사가 미국 시장 조사를 위해 한 달간 머물고 있었다. 황 이사는 “비용은 언제나 골치인 데다 원티드랩처럼 한국에서 시작한 기업은 미국 진출 시 기본적인 정보와 인맥이 부족하다”며 “창업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시범운영 기간 중 마루SF를 이용한 조용원 와들 COO는 “최근 오픈AI GPT-5 해커톤에서 전 세계 93개 팀과 경쟁해 1위를 차지했는데, 글로벌 진출의 본격적인 첫 순간에 마루SF가 함께 했다”고 전했다. 김효준 앳 대표는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로컬’이 되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 바로 마루SF”라고 평가했다.

2014년 마루180 이후 세 번째 창업 공간

마루SF는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세 번째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자 첫 해외 거점이다. 재단은 2014년 마루180, 2021년 마루360을 개관해 국내 스타트업 공유오피스를 운영해왔다. 2024년 한 해 동안 56개 팀이 마루성장존에, 73개 팀이 마루시드존에 입주했다.

재단은 2024년 ‘프론티어 기업가정신’을 키워드로 삼아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글로벌 트랙, 다양성 트랙, 기후테크 트랙, 예비창업 트랙 등 네 개 전형으로 개편했다. 지난해 47:1의 경쟁률을 뚫고 30개 팀을 선발해 집중 육성했으며, 기후테크 분야에서는 52개 창업팀을 발굴하고 360회의 멘토링을 진행했다.

정 상임이사는 정몽준 명예이사장의 장녀로,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다 2013년 재단에 합류해 마루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재단은 2011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서거 10주기를 맞아 출범했으며, 2024년 약 271억 원의 사업 수익과 203억 원의 사업 비용을 기록했다.

엄윤미 이사장은 “마루SF는 한국과 미국의 창업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프론티어 기업가정신’을 실현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허브가 될 것”이라며 “멤버십 파트너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하며, 최신 창업 트렌드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분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 남기기


관련 기사

글로벌

아산나눔재단, 실리콘밸리에 ‘마루SF’ 개관…한·미 창업생태계 연결 허브 역할

이벤트 스타트업

2025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데모데이 성료…펄스애드 등 4팀 대상

이벤트 스타트업

에이피알 김병훈 “매일 14시간씩 10년…그렇게 돌파구 찾아왔다”

이벤트

아산나눔재단,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개최…기조연설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