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김연아, 그리고 이상혁.
1월 2일 청와대 영빈관. 신년 인사회에서 대한민국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이 e스포츠 선수에게 처음으로 수여됐다. 받은 이는 ‘페이커’ 이상혁.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6회 우승, 사상 첫 3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가진 선수다.
청룡장 수훈자 명단은 짧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손흥민, 장미란, 이봉주. 올림픽 금메달 3회 이상에 준하는 공로가 있어야 받을 수 있는 훈장이다. 이상혁은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은 각자의 벽을 깼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박세리는 LPGA에,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 한국인의 자리를 만들었다. 김연아는 피겨 변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냈다. 이상혁의 벽은 달랐다. 그의 종목 자체가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논쟁적인 장면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도 갈린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장애를 질병 코드에 등재했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20년 전에도, 지금도 게임 옆에 붙어 다닌다. 부모들은 여전히 걱정하고, “그래서 나중에 뭐 할 건데?”라는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청룡장이 수여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이 됐다. 이상혁은 그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극마크를 단 유니폼이 게임 화면 속에서 빛났다.
“국가대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한때 국가대표란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축구장, 빙판, 수영장, 체육관. 몸을 쓰는 것이 스포츠였고, 스포츠를 잘하는 것이 국위선양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은 다양해졌다. 키보드와 마우스 앞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시대가 됐다.
이상혁의 경력은 13년이다. 2013년 SK텔레콤 T1에서 데뷔한 이후 단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았다. 선수 생명이 짧다는 e스포츠에서 30세까지 정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록이다. LCK 10회 우승, 롤드컵 6회 우승. 미국 언론은 그를 “e스포츠계의 마이클 조던”이라 부른다.
더 주목할 만한 건 경기 밖의 기록이다. 13년간 단 한 번의 구설수가 없었다. 기복 없는 언행, 절제된 인터뷰. 그 신뢰가 쌓여 2025년 T1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30대 중반까지 현역을 뛰겠다는 뜻이다.
청룡장은 그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세대에게 건네진 인정이기도 하다. PC방에서 꿈을 키웠던, “게임 좀 그만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던 세대. 게임으로 밥을 먹겠다는 말에 부모님이 한숨을 쉬던 세대. 국가가 그들에게 말한다. 당신들의 영역도 스포츠입니다. 당신들의 영웅도 국가대표입니다.
손흥민은 발로 뛰었고, 김연아는 빙판 위에서 날았다. 이상혁은 키보드 앞에 앉았다. 셋 모두 같은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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