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시진핑과 90분 회담, 6일 자오러지·리창 면담…MOU 15건 체결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시진핑 국가주석(서열 1위)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6일에는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서열 3위), 리창 국무원 총리(서열 2위)와 잇따라 면담했다. 중국 권력 핵심 3인을 이틀 만에 모두 만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5일 정상회담에서 “역사의 올바른 편에 확고히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자오러지 위원장은 6일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도록 함께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이후 10여년간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로 복귀했다는 신호다.
시진핑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90분 정상회담
이 대통령은 5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약 90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 예정된 60분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변함없이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현재 세계는 백년의 변화(百年變局)가 커지고 있고 국제정세는 복잡해지고 있다”며 “역사의 올바른 편에 확고히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또한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이 일본 군국주의를 격퇴했다”며 항일 공동 역사를 강조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민생 협력 등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중 상무장관 회의 정례화,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협력 확대, 자연산 수산물 수출입 위생 관련 MOU 등이 포함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양국 정상이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자오러지 “정상 간 공동 인식 잘 이행하겠다”
이 대통령은 6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자오러지 위원장을 만났다. 자오 위원장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서열 3위 인사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님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 간에 정치적 신뢰와 민간 부문의 우호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데 뜻을 함께했다”며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사회 전반의 인식과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양국 간에 상호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자오 위원장이 2012년 산시성(陕西省) 서기 시절 삼성전자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 투자(총 70억 달러 규모)를 유치한 점을 언급하며 “한중 간 경제 협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셨다”고 평가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시안에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건설했으며, 이 공장은 현재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가동 중이다.
자오 위원장은 “우호와 협력은 시종일관 중한 관계의 선명한 바탕색”이라며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심화하는 중한 관계가 양국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심지어 세계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양국 정상 간에 이룩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잘 이행하고 소통과 조화를 강화하며 각 분야의 협력을 심화함으로써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도록 함께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노재헌 주중대사, 하정우 AI미래수석이, 중국 측에서는 쑨웨이동 외교부 부부장,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러우친젠 외사위 주임위원이 배석했다.
리창 총리와 오찬…”평화가 곧 민생”
이 대통령은 자오 위원장과의 면담에 이어 베이징 조어대에서 리창 총리와 면담 및 오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곧 민생”이라는 소신을 밝히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외교 채널뿐 아니라 안보·국방 분야에서도 교류와 소통을 이어가자고 했다.
양측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연내 마무리하기로 하고, 디지털 경제·바이오·환경 등 신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6일 저녁 ‘차세대 지도자’ 천지닝과 만찬
이 대통령은 베이징 일정을 마친 뒤 상하이로 이동해 천지닝(陈吉宁) 상하이시 당서기와 만찬을 갖는다.
천지닝 서기는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시진핑 주석과 칭화대 동문으로 ‘칭화방’ 핵심 인물이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칭화대 총장을 거쳐 2015년 환경보호부장(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베이징 시장을 역임한 뒤 2022년 리창 현 총리의 뒤를 이어 상하이 서기로 발탁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시진핑 현 주석, 리창 총리 등이 거쳐 간 상하이 당 서기는 중국 최고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의 관문이다. 천 서기는 2023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면담한 바 있어, 외국 기업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위 실장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상하이와 한국 간 지방정부 교류, 인적 교류,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 관리 등에 대해 유익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상하이서 벤처 서밋·임시정부 청사 방문
방중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상하이에서 ‘한중 벤처 스타트업 서밋’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이 예정돼 있다. 김구 선생 탄신 15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자리다.
10여년 만의 ‘관계 정상화’ 신호
이번 방중에서 이 대통령이 중국 권력 서열 1~3위를 이틀 만에 모두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공항 영접에 장관급(인허쥔 과학기술부장)이 나온 것도 역대 최고 수준의 의전이다.
자오러지 위원장의 “중한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가도록 주도하겠다”는 발언은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완전 복원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관계 복원의 모멘텀이 이번 국빈 방중으로 공고화된 셈이다.
서열 1~3위 전원 면담은 사드 이후 10여년 경색의 공식적 종료를 의미한다.
이 대통령이 자오러지 위원장에게 2012년 삼성 시안 공장 유치를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대기업 투자 유치가 과거 협력 모델의 상징이었다면, 이번 MOU에 포함된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협력 확대’는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사드 이후 끊긴 중국 VC의 한국 투자, 한국 스타트업의 중국 진출이 재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한한령으로 투자 손실을 본 사례가 있는 만큼, 지정학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과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