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도어 있나 보세요” 농담, 2개월 만에 ‘인생샷’으로

경주 농담이 베이징 셀피로…시진핑 “사진 기술 좋으시네요”

사진 출처 : 이재명 대통령 X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시진핑 국가주석 내외와 ‘셀피’를 찍었다. 카메라는 2개월 전 경주에서 시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15 울트라. 당시 “백도어 있는지 확인해 보라”던 농담이 양국 정상의 ‘인생샷’으로 돌아왔다.

경주의 농담

지난해 11월 1일 경주 APEC 정상회의. 시진핑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샤오미 스마트폰 두 대를 선물했다. “디스플레이는 한국산”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 대통령이 폰을 살펴보며 “통신 보안은 잘 됩니까?”라고 물었다. 시 주석은 웃으며 “백도어(后门)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라”고 받아쳤다. 이 대통령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공개석상에서 즉흥 농담을 거의 하지 않는 시진핑의 모습에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즉흥적으로 발언하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번 교류는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시진핑이 농담을 건넨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이 장면이 검열됐다. 관영매체는 정상회담 성과는 보도했지만 샤오미 농담은 제외했고, 바이두·샤오훙슈 등에서도 관련 영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베이징의 셀피

2개월 뒤인 1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90분 정상회담과 2시간 국빈만찬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뒷주머니에서 샤오미 폰을 꺼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사진 하나 찍어도 되겠습니까?”

시 주석이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까지 불러 네 명이 함께 셀피를 찍었다. 촬영을 마친 시 주석은 “사진 촬영 기술이 좋으시네요”라고 칭찬했고, 이 대통령은 폰을 들어 보이며 “그때 주신 선물로요”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X(옛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화질은 확실하쥬? 경주에서 선물 받은 샤오미로 시진핑 주석님 내외분과 셀카 한 장. 덕분에 인생샷 건졌습니다 ㅎㅎ” “가까이서 만날수록 풀리는 한중관계, 앞으로 더 자주 소통하고 더 많이 협력하겠습니다^^”

중화권 반응: “시진핑이 농담하는 건 처음 봤다”

게시물은 6일 오후 10시 기준 3만 3천여 개의 ‘좋아요’, 6200회 이상 리포스트, 449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중화권 소셜미디어에서도 빠르게 퍼졌다. X(옛 트위터)와 해외 중국어 커뮤니티에서는 “시진핑이 유머 감각이 있을 줄 몰랐다”, “자학적인 개그를 보게 될 줄이야”, “통역사들은 진땀 났을 텐데 두 사람만 여유롭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흥미로운 건 중국 본토의 태도 변화다. 경주 APEC 때 ‘백도어 농담’은 중국 내에서 검열됐다. 관영매체 보도에서 빠졌고, 바이두·샤오훙슈에서도 영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셀피는 달랐다. 중화망 등 관영매체가 셀피 장면을 직접 보도했다. 농담은 가렸지만, 농담의 결과물은 내보낸 셈이다.

백도어 농담이 셀피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개월. 사드 이후 10년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녹는 속도다.

정상 간 개인적 교감은 비즈니스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경주 APEC 이후 양국은 벤처·스타트업 협력 MOU를 체결했고, 7일에는 상하이에서 한중 벤처 스타트업 서밋이 열린다. 농담이 투자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장 / 편견 없는 시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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