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0에서 5000까지, 코스피 46년의 숫자들

1980년 100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가 46년 만에 5000을 찍었다. 숫자가 말하는 한국 증시의 궤적과 다음 과제.

1월 22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19.54를 기록했다.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로 산출을 시작한 이후 46년 만이다. 종가는 4952.53으로 5000선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증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000 단위를 넘는 데 걸린 시간

숫자를 나열해보면 속도의 변화가 보인다.

100에서 1000까지는 9년이 걸렸다. 노태우 정부 시기인 1989년 3월 31일, 코스피는 처음으로 네 자릿수에 진입했다. 당시 금융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했고, 전기·전자는 9%에 불과했다.

2000선 돌파는 2007년. 1000에서 2000까지 18년이 걸렸다. 이후 코스피는 오랜 정체기에 들어간다. 2008년 금융위기로 1000대까지 후퇴했고, 3000선을 넘은 건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에서였다. 2000에서 3000까지 13년 6개월. 이 시기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었다.

변화는 2025년부터 시작됐다. 4000선 돌파가 2025년 10월, 그로부터 3개월 만에 5000을 찍었다. 과거 10년 넘게 걸리던 1000포인트 상승이 이제 분기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1000 돌파는 1989년으로 9년이 걸렸고 금융업이 36%를 차지했다. 2000은 2007년으로 18년, 3000은 2021년으로 13년 6개월이 소요됐다. IT서비스 비중이 11.6%로 올라왔다. 4000은 2025년 10월로 4년 9개월, 5000은 2026년 1월로 불과 3개월 만이었다. 지금은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가 시총의 46%를 차지한다.

5000의 실체

이번 기록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1월 22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상승 기여도는 각각 37.76%, 20.36%다. 두 기업이 상승분의 58%를 만들었다. 전기·전자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은 46%에 달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38%를 차지한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장중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돌파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산한 수치다. 한국 기업 최초의 ‘천조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1년 전 ‘5만 전자’라 불리며 바닥을 기던 주가는 15만 7000원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한국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수출 주도 시장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붐의 핵심 수혜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온기가 시장 전체로 퍼졌는지는 다른 문제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3% 이상 상승한 종목은 954개 중 299개에 그친다. 전체의 3분의 1도 안 된다.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 정해창 연구원은 “유동성에 기대는 장세가 아니라 펀더멘털이 주도하는 상승”이라고 평가했지만, 그 펀더멘털이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증가 폭은 크지 않다. 특정 섹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외부 충격에 따른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음 숫자, 코스닥 3000

코스피가 5000을 찍은 22일, 다음 목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22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코스닥 3000을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민병덕 의원이 이 같은 구상을 밝혔고, 참석 의원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은 같은 날 970선에서 마감했다. ‘천스닥’이 눈앞이라고들 하지만, 3000은 현재 대비 3배 이상의 상승을 의미한다. 코스피가 46년에 걸쳐 이룬 여정을 코스닥은 어떤 방식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

민 의원이 제시한 방법론은 토큰증권(STO)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디지털자산을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활용하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은행 중심으로 가면 안 된다는 주장도 함께 전달됐다. 다만 구체적인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오찬 후 “당과 청와대가 자본시장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3차 상법개정안 신속처리, 주가누르기 방지법, 중복상장 문제 등도 함께 논의됐다.

남은 숫자들

코스피 5000을 구성하는 숫자들을 다시 정리해본다.

46년. 코스피가 100에서 5000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3개월. 4000에서 5000까지의 시간이다. 1000조 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으로, 한국 기업 최초다. 58%.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상승에 기여한 비중이다. 46%. 전기·전자 업종이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몫이다. 299개. 연초 대비 3% 이상 오른 종목 수로, 전체 954개 중 일부에 불과하다. 970. 코스닥의 현재 위치다. 3000. 정치권이 제시한 코스닥의 다음 목표다.

코스피 5000은 도착점이 아니다. 한국 증시가 반도체 의존에서 벗어나 체질을 바꿀 수 있는지, 코스피의 온기가 코스닥과 실물경제로 퍼질 수 있는지. 숫자는 질문을 던지고,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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