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엑셀러레이터들은 어떻게 스타트업을 발굴할까? ‘GAN 컨퍼런스’ 참가후기
전세계 투자자들과 언론의 눈길을 끌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엑셀러레이터’ 를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대중들이 꽤 많다고 느낀다.
‘엑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은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시작되어 발전되었다.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는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로 현재 시장가치 10조에 이르는 기업인 에어비엔비(Airbnb)와 드롭박스(Dropbox)등이 이곳에서 배출되었다. 또다른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스(Techstars)에서는 센드그리드(Sendgrid), 소셜씽(Socialthing), 온스와이프(OnSwipe)를 필두로 417개의 회사가 엑셀러레이팅 되었으며 그 중 49개의 회사가 인수되며 엑싯(Exit, 자금회수) 사례를 남겼다.
스파크랩(SparkLabs)에서 근무한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집중한 업무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 해 본다면 ‘엑셀러레이터’의 올바른 정의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소개하고, 우리가 그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지 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엑셀러레이터’의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배우고 한국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그들과 네트워킹 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스파크랩은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Global Accelerator Network (이하 GAN))의 회원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GAN은 전세계 59개 도시에 있는 50개의 엑셀러레이터가 소속된 네트워크이다. 창업자들을 위해 초기 투자 및 멘토링을 기반으로 한 3개월~6개월 사이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들이 엄격한 심사와 기준을 통과해야만 가입 할 수 있다. 각설하고.
GAN에서는 엑셀러레이터 간 네트워킹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연간 행사로 행사를 하나 진행한다. 바로 GAN 컨퍼런스가 그것이다.
올해 GAN 컨퍼런스는 미국 뉴욕에서 전세계 50여 개 엑셀러레이터가 참여한 가운데 3일간 진행되었다. 행사 일정 동안 각국의 엑셀러레이터는 서로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공감했다. 참고로 스파크랩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엑셀러레이터이기도 했다.
[테크스타스 뉴욕 오피스에서 진행된 GAN 컨퍼런스 세션 전경]
이번 컨퍼런스는 주최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아젠다가 아니라 행사 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전세계 엑셀러레이터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놀랍게도 상당부분 공통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컨퍼런스에서 그 고민에 대해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이 진행됐다.
엑셀러레이터 커리큘럼 계획,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유명 엑셀러레이터는 프로그램 운영뿐만 아니라 지분투자도 병행하기 때문에 당연히 최고의 스타트업을 선발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 하지만 수익성만을 보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와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을 선발한다. 심지어 GAN 소속 엑셀러레이터와 같이 멘토링이나 네트워크가 탄탄한 프로그램에는 이미 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도 많이 지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발된 회사를 놓고 보면 사업 진행 단계가 가지각색이다.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회사부터, Series-A 투자를 유치한 회사까지. 어느 장단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미국 유타에 위치한 엑셀러레이터 붐스타트업(Boom Startup)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회사마다 주간 목표를 정하고, 실행 가능한 KPI를 지정해 주어 회사별로 맞춤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론위주 교육을 제공하기 보다 멘토의 실질적 경험과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를 통한 교육 세션의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또한, 붐스타트업은 Alumni (동문) 들과 실시간으로 네트워킹하고 질문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소속감을 높이고 멘토링 세션에도 커리큘럼과 형식을 만드는 것을 추천했다.
엑셀러레이터, 선발부터 후속투자 유치까지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성과는 주로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후속투자 유치율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미국 와이컴비네이터의 후속투자 유치율은 무려 70%다. 투자사가 많아질수록 폐업 확률도 높아지기에 이 수치는 매우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엑셀러레이터들은 딜 플로우(deal flow)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즉, 좋은 스타트업을 선발하여 초기투자를 진행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과정부터, 후속투자와 엑싯(Exit) 전략까지 연결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엑셀러레이터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할까?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대부분의 엑셀러레이터는 신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스타트업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와 엔젤리스트(Angelist) 등을 통해 주로 접하며, GAN 회원사들은 F6S라는 플랫폼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받는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멘토와 투자자들의 추천이나 스타트업 관련 행사 및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인연이 시작되기도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크런치베이스와 엔젤리스트에 회사 정보를 등록하고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로켓펀치에서 크런치베이스와 제휴를 맺어 한국 스타트업의 정보를 영문으로 제공하고 있다.
데모데이 이후, 엑셀러레이터의 의무는 어디까지인가?
3개월이라는 프로그램 이후에도, 그들의 후속투자 유치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엑셀러레이터들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고, 엑셀러레이터의 성과는 투자사의 후속투자 유치율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리스크가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희망하는 VC를 찾는것도 쉽지 않고, 대부분 투자 규모가 맞지 않기도 하다.
불가리아 기반 엑셀러레이터 일레븐(Eleven)에서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엔젤투자자를 찾아 나선다고 한다.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VC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일레븐은 적극적으로 엔젤투자클럽을 찾아 다니며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데모데이보다 프라이빗 디너 행사를 개최하여 엔젤투자자들이 스타트업과 가깝게 교류할 수 있도록 생태계 변화를 꾀했다고 전했다. 또한, 꾸준히 스타트업의 트렌드와 업계 정보에 대해 투자자들을 교육시키고 끊임없는 정보 교류를 통해 관심도를 높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엑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을 선발하여 Series A, B, C및 그 이후까지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주는, 말 그대로 동반자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참고로 스파크랩의 경우 지난해 10월에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스(SparkLabs Global Ventures)를 설립하여 엑셀러레이터를 졸업하여 해외 진출에 성공한 해외 스타트업에게 후속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미박스와 노리 등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데모데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일까?
‘데모데이’는 이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빈번하게 개최되고 있으며 엑셀러레이터 혹은 인큐베이터에서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투자자, 언론, 대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업계 임직원들이 많이 참여한다.
데모데이에서 발표하는 회사들은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발표를 준비하게 되는데, 투자유치부터 유저 모객, 언론 노출 및 마케팅 등을 주로 목표로 한다. 이렇다 보니, 엑셀러레이터 입장에서는 어떤 관중을 집중적으로 초대 할 것 인가부터 고민에 빠진다. 이제 갓 MVP가 출시된 초기 스타트업의 발표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 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컨퍼런스에 모인 엑셀러레이터 중 시카고에 위치한 리치(REach) 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관중을 초대하기 위하여 우선 행사 규모를 대폭 확장하였고, 단순한 회사 발표만이 아니라 해당 사업 분야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하는 데모데이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회사들의 발표 외에 대중들에게 도움이 되는 패널 토론을 진행하여 모객을 했고, 업계에 대한 자료와 회사 소개서 등이 담긴 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또한 리치는 투자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Alumni(동문)을 초대하여 키노트 발표를 진행하는 등 보다 더 생산적인 데모데이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셀러레이터의 브랜딩과 마케팅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엑셀러레이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스타트업이 엑셀러레이터들의 특색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엑셀러레이터들 또한 브랜딩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기 마련이다.
‘Accelerate’라는 책의 출판을 담당한 FG프레스(FG Press)의 Sandy Grason은 엑셀러레이터들이 성공적인 딜 플로우를 만들기 위한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엑셀러레이터의 비전을 명확히 정하고, 스타트업 및 투자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Apple의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도왔던 스티브 잡스의 나레이션 영상, ‘Here is to the Crazy Ones’ 를 통해 볼 수 있듯, 엑셀러레이터도 그들만의 진정한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브랜딩은 합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회사가 감정적으로 사람들과 공감하는”것 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하루 3~4회의 네트워킹 시간이 마련되었다.
엑셀러레이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모든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진행하는 벤처 엑셀러레이터 (Venture Accelerator), 비영리 엑셀러레이터 (Non-Profit), 컨설팅을 위주로 하는 서비스 엑셀러레이터 (Service Accelerator) 등이 있는식이다. 각기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서 최대한 많은 스타트업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공통된 비전이 있다.
이번 GAN 컨퍼런스에서는 엑셀러레이터들이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민했던 자리로 기억된다. 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 트랜드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앞으로 계속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많은 파트너들을 얻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많이 생소했던 ‘엑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현재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올바르게 잡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엑셀러레이터들의 몫이라는 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