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모의고사 자동채점 앱 ‘토익체커’ 개발사 ‘빅토니(Victony)’를 만나다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해 수영복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양선아 대표는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개발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지인의 말 한마디에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단다. “누나는 앱 개발도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전자상거래에서는 앱이 필수”라는 남동생의 권유에 공부의 영역을 앱 개발 영역까지 넓혔다. 그녀는 그렇게 스타트업에 한 발짝씩 다가섰다. 목표가 생기면 주저없이 시작했고, 문이 열리지 않으면 열릴 때까지 두드렸다.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할 시간마저 아껴서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데에 매달렸던 양선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성수동 사무실을 찾았다.
빅토니(Victony)의 멤버들. 왼쪽부터 한상훈 개발자(26), 양선아 대표(34), 이경원 기획자(30).
쇼핑몰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해 여기까지 왔다.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쇼핑몰을 제대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 덕분에 배운 개발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 남동생의 권유로 배운 앱 개발은 내겐 신세계와도 같았다. 기획, 디자인, 개발을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의 ‘맛’을 본 후 당시 멘토링을 해주셨던 분의 회사에서 기획서 작성하는 법, 버그 해결하는 법 등을 배우면서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각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은 없는 상태였다.
개발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앱창작터에서 1년간 기획과 개발 공부를 한 후 창업진흥원이 주최한 ‘앱창업 전문 코스’에서 단계별로 1~2등의 성적을 거두었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사업 아이템은 언제 구상한 건가.
앱창작터에서 같이 개발 공부를 하던 지금의 이경원 기획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사업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학교 졸업 시 일정 점수 이상의 토익 점수가 필요해서 준비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200개의 문제를 하나하나 채점해야 하고,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도 성가신 일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기존에 있는 토익 시험 타이머 앱에 채점 기능을 더해 성적관리까지 가능한 앱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토익시장을 조사해보니 어느 정도 규모가 있었다. 한 해 토익 응시자 230만 명, 한 해 판매되는 토익서적 450만 권, 토익교재 빅3(해커스, 토마토, 모질게) 매출은 460억 원이었고 학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빅토니(Victony)는 학원에서 만든 앱을 살펴보며 부족한 점들을 체크하였고,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의 답안 DB를 모았다.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앱을 만들기 위해 실전 느낌이 날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서도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토익체커’ 앱을 소개해달라.
나는 토익체커(TOEIC Checker/Android, S Pen)를 똑똑한 OMR 앱이라고 부른다. 토익체커는 우리가 실제로 시험장에서 답을 마킹하는 OMR 용지와 똑같이 생겼지만, 자동채점 기능이 있어 3초 안에 200문제를 채점해주고 성적 결과에 대해 분석을 해준다. 쉽게 말해서 공부는 문제집으로 하고, 채점은 토익체커로 하면 된다.
토익체커의 세부 기능은 크게 시간관리, 오답노트, 단어암기 이렇게 3가지로 나뉜다. 각 문제당 내가 몇 초 안에 문제를 풀었는지 체크할 수 있는 타이머가 있고, 채점 결과가 나오면 맞춘 문제와 틀린 문제로 정렬하여 해석을 볼 수 있다. 또한, 단어장을 만들어 암기 공부를 할 수 있다.
올해 9월에 정식 버전을 런칭하였고, 갤럭시 노트3에서 S Pen을 활용해 실전처럼 마킹할 수 있는 S Pen 버전도 런칭하였다. 앱은 다운로드 후 문제집 1권까지 무료로 풀어볼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포인트를 구매하거나 광고를 시청하여 포인트를 쌓는 방식이다.
시중에서 파는 토익 문제집 아무거나 사서 앱으로 채점할 수 있는 건가. 그러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토익체커는 국내 시중에 나온 토익 실전 모의고사 170여 권의 답안 정보를 모두 갖고 있다. 시중에 있는 문제집의 90% 이상을 확보한 상태이고, 새 문제집이 나오면 그때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다. 답안 정보는 모두 엑셀로 정리하여 DB로 저장하였고, 해설서 1권도 저장해놓았다.
저작권 문제는 개발 초기부터 창업진흥원이 소개해준 저작권 법률 변호사 및 저작권위원회와의 상담을 통해 신경을 썼던 이슈이다. 문제와 답을 모두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되지만 답만 가지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도 문제집 표지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된다고 하여 사용자가 자신이 보유한 문제집과 같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비슷한 디자인으로 대체하였다.
사용자 피드백은 어떤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의 경우 서비스 피드백을 통해 개선할 수 있었다. 사업가이자 교수님이신 윤성관 멘토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디자인이든 기능이든지 간에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면 성공한 서비스”라고. 작년에 윤성관 멘토님이 베타 버전에서 터치로 마킹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걸 보시더니 자동스크롤 기능을 도입해보라는 피드백을 주셨다. 한 문제에 대한 마킹을 하면 그 아래 항목이 하나씩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게 되면서 페이지를 넘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정말 편하게 마킹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용자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단어장 부분이었다. 우리는 공부가 지루하지 않게끔 재미있는 단어장을 만들어보고자 단어마다 하나의 카드 모형에 담아 소소한 기능을 붙였다. 그러나 사용자가 원한 건 그저 “한 화면에 최대한 많은 단어를 심플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단어 뜻만 확실하게 보여주고 단어음성지원 버튼을 넣은 ‘담백한’ 단어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였다.
앞으로의 계획
수많은 문제집을 보다 보니 감이 생기더라. 문제집의 질에 대한 차이를 느꼈다. 좋은 문제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문제집은 채점하기에 불편하거나, 해설이 부족하거나, 유형 분석이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있었다. 따라서 사용자들에게 문제집을 추천해주고 시험을 잘 보는 노하우도 제공할 계획이다. 토익체커 외에도 학원에서 강사가 일일이 채점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아카데미체커’를 개발한 상태이다. 당분간은 이 2개의 앱 서비스에 집중할 생각이다.
한편, 토익 시험은 일본에서도 200만 명이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일본어 문제집을 수집하여 일본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다음 달에는 창업진흥원의 ‘글로벌 시장개척단 파견사업’ 유럽 파견팀 자격으로 우리의 서비스를 유럽에도 소개할 예정이다. 토익을 공부할 때에는 휴대폰에 꼭 다운로드해야 하는 ‘토익 필수 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출처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18] 200문제를 언제 다 채점할지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앱, ‘토익체커(TOEIC Checker)’ @ Global Hackathon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