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세상을 혁신해나가는 회사 ‘참치컴퍼니’
최재현 대표가 만 스무 살 때였다. 사람들이 청계산 등산로에서 먹을거리를 팔고 있었단다. 재밌겠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3번씩 산에 올라 오이를 팔기 시작했다. 한 개에 천 원. “너무 커서 다 못 먹겠다”는 어느 등산객의 ‘피드백’ 이후 그의 오이 장사는 진화한다. 적당히 자른 오이를 800원에, 껍질 벗긴 오이를 1500원에, 한입에 먹기 좋게 자른 오이 조각을 밀폐 용기에 담아 3000원에 팔았다. 500원만 깎아달라는 등산객의 흥정에 응했더니 그분이 다음번에 다시 와 오이를 사는 ‘재방문율’도 경험하고, 3000원짜리 오이가 잘 팔리지 않는 걸 보면서는 오이의 ‘적정 가격 책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3개월간 4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보다 더 값진 성과는 그의 적성을 발견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과 내가 원하는 직업, 이 둘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던 시기에 진학했던 법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휴학하고 있던 때였다. 최재현 대표는 군 제대 후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벌이는 소셜 플레이 청년 단체, ‘유스보노(YOUTHbono)’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강북청년창업센터를 찾았다.
참치컴퍼니 최재현 대표
‘유스보노’를 조직해 어떤 활동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2010년에 개발, 디자인하는 친구와 경영학 전공 친구 대여섯 명을 모아 공공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단체를 만들어 약 2년간 활동하였다. 우리가 했던 프로젝트는, ‘삼성역 손 소독기 프로젝트’, ‘한강시민공원 분리수거 프로젝트’, ‘사당역 우측보행 프로젝트’ 등이 있다.
2010년 2월, 신종플루 유행으로 인해 곳곳에 손 소독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시민들이 잘 사용하지는 않더라. 우리는 손 소독기 입구에 로마 ‘진실의 입’ 모양의 디자인 조형물을 설치하였다. 그 입에 손을 넣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앗싸 호랑나비~”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게 했다. 시민들이 재미있어하며 웃더라. 한 시간에 1명 정도 이용하던 손 소독기에 ‘진실의 입’을 설치했더니 6시간 동안 247명이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처음에 “문제가 생길 시 바로 철거”라던 역무원분들도 무척 좋아하셨고, 신문에도 기사가 났다.
이후 한강시민공원에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되지 않는다길래 종이 분리수거통은 우유팩 모양으로, 플라스틱 분리수거통은 페트병 모양으로 만들어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랬더니 시민들이 쓰레기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더라. 또한, 직장인이 많이 다니는 사당역에 우측보행이 잘되지 않는다길래 계단 오른쪽에는 ‘칼퇴근’, 왼쪽에는 ‘야근’이라는 글씨 스티커를 붙였더니 우측보행이 68%나 증가하였다.
지도교수님도, 후원 단체도 없는 상태에서 실행만이 답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이템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합심과 열정이라는 걸 경험했던 시간이었다. ‘유스보노’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수상을 하였고, TEDxGangnam 등 강연을 다니기도 했고, 우수청년단체로 선정되어 청와대 초청을 받기도 하였다.
창업하게 된 계기
대학 졸업을 앞둔 2012년 당시에는 청년 창업 분위기가 무르익던 때였다. 회사 내 모임 관리 앱을 만들어달라는 외주를 수행한 뒤 번 돈을 갖고선 무얼 해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찍 결혼한 친구의 아내가 아기를 낳았다고 하여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 “아내의 임신 40주 동안 주차별 필요한 건강기능식품과 용품이 다 정해져 있는데, 그걸 하나씩 알아보면서 구하기가 번거로웠다.”
나는 친구가 알려준 엄마들 커뮤니티 카페에 여동생 아이디로 들어가 계속 지켜보면서 엄마들이 겪는 문제들을 하나씩 파악해나가기 시작했다. 산모교실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설문지도 돌려보았다. 마침내 2013년 3월, 임신 주차별로 필요한 제품을 보내주는 임신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웹사이트 ‘맘스포티(MOM’s 40)‘로 임신 관련 사업을 시작하였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쫄지말고 투자하라에 출연도 하고, 다양한 분들을 만나며 사업 소개를 하였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돌아오는 말은 “결혼도 안 한 사람이 임신 분야를 잘 알 수 있을까요?”였다. 그런 시선에 자극을 받아 2013년 5월, 팟캐스트 임신부 토크쇼 ‘배부른 참견‘을 시작하게 된다.
‘배부른 참견’이라.. 팟캐스트 이름이 독특하다.
배부른 참견을 통해 임산부·출산부 20분과 총 100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제일 먼저 알게 된 건 엄마들의 외로움이었다. “남편이랑 같이 만들었는데 아이는 나 혼자 키운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7회째부터는 아빠도 같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었다. “잘해주고는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남편의 답변에 ‘아 그럼 아빠와 엄마가 같이 쓸 수 있는 앱을 만들어서 임신정보 및 임산부의 현재 상태를 주기적으로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의 40주(Daddy’s 40)‘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암 투병 소식으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대구에 계셨던 아버지를 서울로 모시고 와서 간병하면서 맘스포티는 사실상 개점 휴업을 하게 되었다.
올해 다시 사업을 재개하였다.
작년 12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올해 3월에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에 참가하였다. 그때 만난 팀원들은 ‘구글 나우(Google Now)‘ 같은 생활 앱을 만들고자 했는데 나는 그걸 잘 만들 자신이 없더라. 내겐 맘스포티 사업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아버지가 하시던 약국 유통 서비스 ‘메디젠(MEDIGEN)‘도 남아있던 찰나였다. 고민 끝에 임신 관련 사업 아이템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다행히도 내 걱정과 달리 팀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4월 말부터 개발에 들어가 올해 7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쓰는 임신 관리 앱 ‘아빠의 40주(Daddy’s 40)‘를 출시했다.
‘아빠의 40주’ 앱을 소개해달라.
아빠의 40주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쓰는 임신 관리 앱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기를 혼자 키우는 것 같은 외로움 때문에, 아빠 입장에서는 잘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아빠의 40주는 아빠에겐 ‘자상한 아빠가 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 엄마에겐 ‘자상한 남편 같은 서비스’가 되어준다.
베타서비스를 통해 확인했던 건 2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사용자의 반응이었다. 재방문율 95%, 앱 잔존율 70%를 기록하면서 네이버에 ‘금주의 앱’으로 소개받기도 하였다. 두 번째로는 아빠가 더 적극적으로 앱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먼저 앱을 내려받은 후 ‘초대하기’를 통해 아빠도 앱을 사용하게끔 할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엄마보다 아빠 사용자 데이터 트래픽이 3배나 많았다. 피드백도 인상 깊었다. “좋다”가 아니라 “고맙다”고 하시더라. 부부 관계가 훨씬 좋아졌다고.
주요 기능은 무엇인가.
아빠의 40주는 임신 관련 기본 정보와 부인의 현재 몸 상태에 따른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출산예정일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임신 정보가 뉴스피드 형식으로 보인다. 푸시 알림을 받을 시간을 설정해놓으면, 정해진 시간에 엄마에게는 건강 관련 질문이, 아빠에게는 매주 3번 엄마의 답변을 분석한 정보 및 임신 기본 정보가 전달된다. 제공되는 정보 하단에는 관련 물품과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맘스포티 링크를 달아놓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비스의 범위를 ‘임신’을 전후로 하여 자연스럽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출산 후에는 사용하지 않는 앱이 아니라 육아를 할 때에도 도움을 주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임신을 기다리는 분들도 쓰실 수 있게 할 것이다. 우선 임신하면서 가는 곳(보건소, 산부인과) 위주로 영업해나갈 생각이다. 내년에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창업진흥원의 ‘타깃국가 현지화 및 마케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콘텐츠를 중국어로 번역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앱 사용자 연동의 범위를 가족으로 넓히려고 한다.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었는데 맞은편에 계신 환자분이 내게 그러더라. “그쪽은 아버지랑 아들이 대화를 많이 나누네요.” 의외로 가족 간의 소통이 잘 일어나지 않고 있고, 자신의 질환을 가족한테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라. 나도 이전까지 아버지의 몸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실 줄 몰랐다. 지금까지의 모든 헬스케어 서비스는 자기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점검하는 서비스이다. 나는 가족의 건강이 가족 서로가 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무엇을 할 것이다.’라고 딱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유스보노 활동을 할 때부터 작년까지, 사람들의 일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달려온 것 같다.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필요한 게 많더라. 그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 ‘이런 서비스나 제품이 없을 때 환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건 이런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것이겠구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모셨던 방에서, ‘내 나이 마흔이 되면 세계 인구가 100억 명 정도 될 것 같은데, 지금부터 노력해서 세계인 10명 중 1명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꿈이 생겼다. 그래서 아빠의 40주를 만들게 된 것이고,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분들로부터 “타겟 시장이 작다, 돈이나 벌 수 있겠느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이 하나도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여 팔 수 있었던 것처럼, 시장이 작다고 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이 시장에 오히려 집중해서 더 열심히 해나갈 생각이다.
회사명을 ‘참치컴퍼니’로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참치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아가미를 여닫는 기능이 없어 쉬지 않고 헤엄을 쳐야지만 숨을 쉴 수 있다.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회사, 우리의 비전을 회사명에 담았다.
출처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19] 쉼 없이 세상을 혁신해나가는 회사, ‘참치컴퍼니’ @ Startup Weekend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