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체험기 #3] 실리콘밸리 IT인들의 숙소, 해커홈(HackerHome) 이야기
실시간 주차 예약 서비스 ‘파크히어’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파킹스퀘어’팀에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500Startups) 체험기를 기고해 주셨습니다. 해당 기고는 4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마운틴뷰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 500스타트업 밖의 다양한 사람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한 ‘해커홈(HackerHome)’이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에 있었는데요. 실리콘밸리에만 20군데 이상 있는 해커홈 중 우리가 묵은 곳은 빅(Vic)이라는 대만인이 10년 이상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에어비엔비엔비(Airbnb)가 활성화되면서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네요.
이름만 봐도 감이 오시겠지만 해커홈에는 주로 스타트업/테크 관련된 게스트들이 묵습니다. ‘IT계 커뮤니티 조성을 추구하는 숙박 스타트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숙소 위치도 스타트업/IT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방문할만한 곳을 기준으로 설명하고있습니다.
저희가 있었던 해커홈은 500스타트업 마운틴뷰 사무실까지는 도보로 5분 걸립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는 택시로 30분 걸립니다. 택시비는 총 112불 정도 나왔는데, 우버를 타면 이보다 40% 정도 더 싸게 갈 수 있습니다. 차 없이 미국에서 생활해보니 우버가 왜 좋은지 알겠더군요. 마운틴뷰같은 마을에서는 특히 우버 없이 택시 잡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동할 일이 잦다면 차를 렌트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마운틴뷰에서 차 없이 샌프란시스코를 갈 때는 칼트레인(Caltrain)을 타면 됩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립니다.
에어비엔비는 ‘남는 방을 공유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처음부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지어진 집도 많습니다. 해커홈이 그런 곳 중 하나였죠. 4인 1실 형태의 게스트하우스로, 1인당 하루 5만원대에 묵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거부감이 없고 밤 귀가 밝지 않은 분이라면 즐겁게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방에 여러 사람이 들락 날락하는 경우가 많으니 쉴 때는 확실히 쉬고 온전히 일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개발하거나, 해커홈에서 만난 사람들
저희와 함께 머무른 게스트들은 개발자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타트업에서 일하길 원하는 사람이었죠. 해커홈에 머무르는 사람들끼리 한 달에 1-2번 정도 파티가 있어 쉽게 네트워킹할 수 있습니다. 물론 꼭 파티를 통하지 않아도 한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끼리도 오며 가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습니다. 해커홈에 머무른 사람들을 위한 페이스북 커뮤니티까지 있습니다. 이곳에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지식을 나누겠다며 자발적으로 세션을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해커홈에서 네트워킹을 독려하는 실리콘밸리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저희를 맞이한 건 베트남계 아메리칸 하우스 매니저 빈(Vinh)이었습니다. 2-3년 정도 해커홈에서 일했다는 빈은 숙소를 관리하고 게스트들간 네트워킹을 돕습니다. 도착한 날도 빈의 주도로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에디(Eddie)와 캐나다에서 온 아민(Amin)은 Y콤비네이터 인터뷰를 보기 위해 왔습니다. 에디는 단 10분의 인터뷰를 위해 15시간 넘게 날아왔다고 합니다. 에디는 농작물 재배, 농장 경영을 도와주는’애그리(Agrivi)’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자신의 처부모님이 농사로 고생하는 걸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하네요. 실리콘밸리에 몇 일 지내보니 사람들이 저돌적이고, 사업과 관련된 결정들이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진다고 정신이 없다네요.
아민은 사물을 소리로 작동시키는 하드웨어 서비스 ‘우비(Ubi)‘의 창업자 중 한명입니다. 서비스 이름을 듣고 모두들 ‘우버 아니고?(Not Uber?)’라고 되묻던 기억이 나네요. 아민은 숙소에서 가장 바쁜 비즈니스맨이었습니다. 식사 도중에도 계속 비즈니스 콜을 받고 저녁 늦게까지 미팅을 다녔습니다. ’25/7(=하루 25시간 1주 7일 동안)’ 비즈니스 생활에 개인적인 약속은 거의 없다면서도 활기차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서비스 모두 Y콤비네이터 사무실에 입주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디의 Agrivi는 페이스북과의 미팅이 잘 풀려 협업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농업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며 기대에 차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또 함께 머무르는 동안 Agrivi가 중국 언론에 ‘눈여겨 볼 10개 어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되어 숙소의 중국인과 기사를 함께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중국인 씨(Xi)는 구글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 독일인 스테판(Stephan)은 구글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위해 왔습니다. 스테판은 부인과 4,5살되는 두 아이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었는데요, 건너들은 바로는 로봇 분야 월드 챔피언이라고 합니다. ‘듀로비스 다이브(Durovis Dive)‘라는 가상현실 기기 개발자이기도 하면서, 일명 ‘구글카드보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스테판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역시 가상현실 분야였는데요, 공간과 물체, 움직임 등을 3D로 재현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탱고(Project Tango)‘였습니다. 스테판 덕분에 구글 카드보드로 즐거운 저녁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또 다른 중국인 라빈다(Lavinda)는 23살로 버지니아에서 학교를 다니다 스타트업의 디자인직 일을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원래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코딩이 적성에 맞지 않아 디자이너로 전향했다고 합니다.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밋업(meetup) 행사에 다니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무급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부지런한 친구였습니다. 마운틴뷰에는 한 달 정도 있었는데 각 국에서 온 전문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좋다네요. 슈퍼주니어 희철의 팬이기도 해서 한국에 대해 상당히 많은 걸 알고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 어느 쪽에서 더 일을 얻고싶은지 물으니 일단은 다양한 경험을 쌓기위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싶지만, 나중에는 중국에서 일을 하고싶다네요. 아무래도 중국에는 가족도, 친구들도 있어 몸도 마음도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혼자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커홈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확실한 휴식을 원한다면 적절한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IT에 관심이 많다면 즐거운 대화를 나누실 수 있을 겁니다.
- [1/4] 실리콘밸리 체험기: 500스타트업 생활 part1
- [2/4] 실리콘밸리 체험기: 500스타트업 생활 part2
- [3/4] 실리콘밸리 체험기: IT인들의 숙소, 해커홈
- [4/4] 실리콘밸리 체험기: 후발대 일정 및 출장 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