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트업 IR #2] 당신은 VC 앞에서 PR을 하고 있습니까, IR을 하고 있습니까?

IR(Investor Relations)은 투자자들과 관계를 맺는 행위로, 투자를 염두에 두고있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투자유치에 성공한다면 사업에 날개를 달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IR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는다. 투자가 달려있기에 강점도 드러내되, 사업 파트너라는 측면에서 약점 역시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VC들 역시 이 과정에서 답답해한다. ‘진짜’ 내용을 알고 싶은데 좀 처럼 그 진짜 내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VC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IR과 PR(Public Relation)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PR과 IR은 소구하는 대상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PR과 IR의 차이에 대해 살펴보고,  VC들이 원하는 ‘진짜’내용이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IR과 PR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

일반 PR자료의 구성

일반 PR자료의 경우 가장 먼저 기업소개를 하고,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게 된다. 현재 회사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연혁표로 정리하고 성과는 도식화하여 한 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한다. 이후 수상내역과 현재 자본상황 및 멤버구성 소개가 이루어지며, 마지막은 회사의 사회적 의미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 및 최종 목표 와 비전으로 마무리하는게 보통이다.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기업소개
  2. 사업의 목적과 시작동기
  3. 회사 위치
  4. 연혁표 및 성과
  5. 수상내역
  6. 자본 상황 및 투자유치 상황
  7. 멤버구성
  8.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최종 목표 (비전)

물론 사이사이에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예쁜 디자인과 도식화를 빼고 나면 큰 내용의 틀은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위 내용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알 수 있으나 VC들이 원하는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 VC들은 자신의 파트너를 고르는 입장이지 기업의 설명을 듣는 대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파트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PR과 IR은 다르다. 수치화할 수 있는 정보 Yes!

다수의 스타트업이 VC들을 만날 때 하는 실수가 PR하듯이 사업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VC들은 운영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인데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캡스톤 파트너스처럼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고, 알토스 벤처스처럼 점수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두 가지 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VC들은 모두 수치화된 자료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초기에 재무적인 성과를 바로 보여주기는 힘들다.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 VC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기에 VC와 협력한다면 이런 성과가 나올 것 같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러이러한 이유에서 몇분기 까지 이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보는 VC들에게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스타트업은 NO!

VC들은 콜드콜(Cold Call:직접 컨택하는 경우)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이들이 이렇게 된 데는 콜드콜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 콜드콜을 통해 만나본 기업들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선 ‘왜 사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사업계획서에서 드러나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는 것이 주된 문제였다. 그저 ‘잘 될 테니 투자해달라’는 식의 설득은 VC들이 가장 빈번히 듣는 말이자,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다.

필요한 것만 남겨라. 그리고 조사하라. 

VC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펀딩에는 상대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는 이를 강조하며 본인도 비슷한 실수들을 많이 반복했음을 고백했다. 펀드 펀딩을 위해 LP들 앞에서 ‘펀드를 어떻게 운영해서 어떻게 수익을 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놨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설립된 시기나 수상내역 역시 사족일 뿐이다.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도 스타트업이 털어놓는 창업시기, 자본금의 액수 등은 전혀 보지 않는다고 했다. 소프트뱅크밴처스의 문규학 대표 역시 회사주소, 연혁, 조직도 순의 PT는 집중력을 헤친다며 청자가 투자자라는 점에 입각하여 5-10페이지정도로 축약된 자료가 가장 좋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깔끔하게 핵심만 요약’해 달라는 것이다.

각 VC의 ‘특성 파악’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 성장한 기업에 엑셀러레이팅을 위해 투자하는 VC가 있는 반면에, 극초기 스타트업들을 골라 투자하며 인큐베이팅을 겸하는 VC도 있다. 다루는 대상의 단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례로 퓨쳐플레이(대표 류중희)는 LP구조가 아니라 투자자가 있는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고 있고, 초얼리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재무자료를 거의 보지 않는다. 대신 얼마나 써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지 함께 시뮬레이션 하는 것에 집중한다. 한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의 경우 투심보고서 내용을 보고 판단한다. 이처럼 각 기업마다 선호하는 자료들은 형태가 다 다른데 한가지 형태의 자료를 가지고 여러 VC들을 무작정 만나러 다니는 것은 헛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쉬업 이택경 대표는 단호하게 말한다. “투자자들은 항상 스타트업 팀들에 대한 레퍼런스를 체크, 공유하는데, 스타트업 팀들은 왜 투자자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를 하지 않느냐”라고. 스타트업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왼쪽부터)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 캡스톤 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소프트뱅크 벤처스 문규학 대표

각 VC들의 펀딩구조를 알아봐야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요약해야 할 지 막막하다면 VC들의 펀딩구조를 참고하면 된다. 즉, 그 VC가 조성한 펀드의 종류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VC의 운영은 개인펀드냐, 민간펀드냐, 모태펀드냐, 정부출자펀드냐에 따라 관리감독체계가 달라진다. 또 그에 맞춰 개별 투자권에 있어 요구하는 서류의 수준이 달라진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품 개발할 시간도 부족한데, IR에 필요한 자료 만드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투자자의 요청으로 재무제표를 만든다는 것은 원래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창업을 한다는 건 기업의 모든 일을 다 관리한다는 의미인데, 투자를 앞두고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을 뺏긴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덧붙여 기존에 재무제표와 같은 기본 문서를 미리 업데이트를 해두면 각 VC들에 맞게 자료를 변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말해 평소에 꾸준히 판올림을 해둬야 하는 사항인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사업 개시와 함께 해당 자료를 준비해놓고, 각 VC에 맞는 펀딩 형태로 정리하면 좋다. 그게 투자자에 대한 기본적인 파트너십이다.

VC는 어떻게 만나나?

VC들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지인 추천’이다. 믿을만한 사람의 추천이 있다면 VC들 역시 ‘발품’파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인추천’의 방법을 활용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라면 온오프믹스 양준철 대표의 저서인 위대한 IT벤처의 탄생에 수록된 임지훈 대표의 이야기를 참고하자. 임대표는 “핸드폰으로 무작정 전화(콜드콜)를 하는 경우가 가장 좋지 않다. VC들이 서류로 리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화 대신 이메일로 예의를 지켜 작성하며, 메일은 짧은 회사 소개와 팀, 대표 소개로 5줄이 넘지 않도록 해야 좋다. 첨부하는 문서는 2쪽정도의 워드 작업 후 PDF로 변환해 보내는 게 가장 깔끔하다. 수십 장에 걸친 소개 글은 자세하긴 하지만 보내봤자 앞에 5장 읽고 묻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는 어쩌다 VC와 마주칠 일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2분안에 피치를 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중에 깔끔해서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라는 말은 절호의 찬스가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깔끔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의미다.

VC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IDG벤처스코리아 이희우 대표, 메쉬업 이택경 대표, 본엔젤스 강석흔 이사 

투자유치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가 정신’

고루한 이야기라 느낄 지 모르겠지만 VC들은 하나같이 ‘사람’에 투자한다고 말하며 기업가정신을 강조한다.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는 기업가정신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초기투자의 경우 문제에 봉착했을 때 리더의 기업가정신에 따라 문제의 해결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은 사람을 굉장히 중요시한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데이터를 중시하는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떻게 판단해서 발전을 시켰는지 등을 보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대표 역시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며, 아이폰을 만든 건 강인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잡스가 애플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잡스>에서 스티브잡스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히피문화를 직접 체험해본다. 이 보이지 않는 가치에 집중한 애플은 이후 그들의 제품들에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출시일에 맞춰 밤을 새며 기다려 구매를 하는 대중들을 보면 애플이 이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고, 목표를 달성했는지 알 수 있겠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힘. 이는 VC들이 원하는 파트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핵심이다.

VC 심사역들이 스타트업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포스텍 스타트업 데이 2015현장)

최종 정리

IR을 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요소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1. 문득 찾아올 기회를 위해 언제든지 2분안에 피치해낼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놓기.
  2. 무작정 전화하는 것은 No! 주변에 도움 찾기
  3. 콜드콜이 이루어져야 할 경우 이메일로 단순하게, 깔끔하게
  4. 왜 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보여주기(기업가정신 어필)
  5. 각 VC별 특성 파악하기 (어떤 스타트업을 타겟으로 하는지, 어떤 펀딩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등)
  6. 재무 관련 자료들은 IR할 때 만들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조금씩 해놓기

IR을 앞두고 있다면 위에 요소들 정도는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딱 보면 안다’는 VC들과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손을 뻗으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몇가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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