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데이 좀비의 구강상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부모가 가장 먼저 교육시켜주는 것 중의 하나가 칫솔질이다. 구강 위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외출 후 손발을 씻는 것 만큼 칫솔질을 습관화 시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 칫솔, 맛있는 치약은 물론이고 칫솔시간을 재 주는 작은 모레시계, 아이들용 만화 등등 정말 많은 상품들이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상품들과 부모의 노력은 당장 아이의 구강상태를 청결하게 해주어 이가 썩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왜 구강상태를 청결하게 해야 하는지 자각하여 이를 자신의 습관으로 가져가도록 돕는 것이다.
게임성을 동기 인식(Motivation Awareness)와 행동 디자인(Behavior Design)의 중요한 수단으로 비중 있게 바라보는 미국에서 최근, 할로윈데이를 맞아 재미있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치과 협회 (ADA, America Dental Association)와 팝캡 게임즈(PopCap Games)가 공동으로 ‘Stop Zombie Mouth’라는 프로모션이다.
할로윈데이에 아이들은 무서운 코스튬을 하고서 이웃 집들을 다니며 ‘사탕 안 주면 괴롭힐 꺼야(Trck or Treat)’를 외치며 사탕을 많이 받아 먹는다. 따라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당분이 아이들의 이를 괴롭히게 되는데, 이 프로모션은 할로윈 행사 때 사탕먹지 말고 무료 게임쿠폰을 다운받아 게임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구강 위생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가관중의 하나인 미국 치과 협회(ADA)가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 여성가족부가 이 이야기를 접했다면 아마 그런 단체를 당장 해체하려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생각의 틀을 현실 문제와 연결지어 보면, 그 안에 숨은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아이들의 차아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아이들이 할로윈데이 때 사탕을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 치아 손상이 크다는 현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팝캠 게임즈의 대표적인 게임중의 하나인 플렌츠 대 좀비 (Plants vs. Zombie)는 윈도우, 맥OS, 엑스박스, 닌텐도DS, 플레이스테이션 등 거의 모든 디바이스에서 전세계 1억 2천만 명 이상이 즐기는 매우 대중적인 디펜스류 게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비의 구강상태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울 것이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잘 엮어 스토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정확한 현실 문제(할로윈데이 때 아이들의 과도한 당분 섭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사람이 즐기는 문화 코드 ‘좀비’를 게임속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의 일반 상식(좀비의 구강상태)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시켜주어 의도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 캠페인을 접해본 아이라면(어른도 마찬가지), 앞으로 할로윈데이 때마다 또는 좀비를 볼 때마다 ‘좀비 입속’을 상상해 보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인식을 바꾸어 스스로 행동이 달라지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치인이든, 광고인이든, 종교인이든, 경영인이든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재료 삼아 스토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가 결국 사람들의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더욱이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그냥 접하는 스토리가 아니라, 나와 내 주위 실제 현실이 관여된 스토리라면 그 설득력은 배가된다. 즉 좋은 경험은 ‘흥미’이자 ‘재미’이기 때문에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Stop Zombie Mouth’ 캠페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향후 국내에서도 ‘흥미’와 ‘재미’로 접근 해 본다면, 게임에 대한 일방적인 부정적 편견을 넘어 창의적이고 멋진 캠페인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