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과 항상 연결되어 있음은 인간 사고의 확장과 더불어 우리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마샬 맥루한이 얘기한 인간 신체의 확장으로써의 미디어를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현재 우리는 체득하고 활용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방송과 통신은 이미 그 경계가 사라 진지 오래고, 오히려 대중들의 사용 형태가 서비스 자체를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대중은 내가 쓰기 편하고 효율적이면서 재미있는 서비스에 관심이 있지, 기존 정의된(구분된) 미디어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 즉 교육 서비스, 뉴스 서비스, 음성 서비스, 문자 서비스, 게임 서비스의 경계를 넘나들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기관 및 이해 관계 회사들은 제도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관심’을 기존 서비스 틀 안에 가두어 규제하기 바쁘고, 새롭게 꿈틀대는 참신함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인터넷 실명제부터 망 중립성 문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 잘못된 또는 좋은 정보의 급속한 확산과 정보 보호 등등 수많은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미디어 혹은 서비스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생각하기 전에, 논란의 출발점, 인터넷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속성을 같이 공감해 본다면’생각의 힘줄’이 단련되지 않을까? 이에 맞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어서 탐방을 해 보았다.
2012년은 1982년 5월 아시아 최초의 인터넷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이 한국에 개통된 이레 30년이 된 해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올 해 열렸었는데 지난 11월 3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기존과 다른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NHN, Google, Daum의 후원으로 인터넷주인찾기, 망중립성이용자포럼, CCKorea, 생활코딩 등 자생적 인터넷 단체들과 개인이 직접 기획부터 발표, 이벤트, 공연, 물품까지 하나하나 준비하여 ‘제 1회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을 개최 했다.
‘사랑한다’를 이 악물고 발음하면 ‘스릉흔드’가 된다. 인터넷에 대한 애정 뿐만 아니라 깊은 미움까지 담아 표현한 것이다. 행사 전체 감독을 맡은 블로거 민노 씨는 “인터넷에서 소비자는 수동적 서비스 소비에 머물지 않고, 사용자(User)라는 정체성을 회득했다”면서,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인터넷 유저”로서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이용자로, 생산자로, 더 나아가 창조자로 거듭해서 스스로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인터넷의 ‘영원한 베타’ 정신을 강조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의미 있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하는 단체나 개인이 자신의 활동을 알리고, 공감하고, 또 서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오전 세션은 미디어, 커뮤니티, 개발자, 문화, 비즈니스 트랙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다. 위키미디어 운동 류철박사, 낭만 IT로 널리 알려진 김국현씨의 큐레이션 스타트업 에디토이, ‘블로거들의 다정한 이웃’이라 자칭하는 블로거 민노씨의 SNS 딜레마와 그 대안에 대한 고민, 여성커뮤니티의 특성과 관심을 얘기한 ‘화장빨’ 회원님들, 인간 본성론과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과 인터넷’ 신정규씨,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영리 온라인 사이트 ‘생활코딩’ 이고잉씨, 디지털 음악의 미래에 대한 JJS 미디어 이재석 대표와 뮤즈어라이브 이성규 대표의 대담, 오픈소스하드웨어에 대한 멋진 프로젝트들,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각색해 망중립성에 대한 한국 실정을 풍자한 젊은 미디어 작업자 장혜영(해멍), 사회운동 지원 ‘소셜펀딩’과 문화창작자 후원 ‘텀블벅’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등등 너무나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들로 꾸려졌다.
점심에는 김나은 부모님의 생업인 ‘닭강정’ 가게 마케팅의 성공 노하우가 담긴 ‘소셜닭강정’과 복태의 테이블에서 준비한 친환경 후식 그리고 생물학 박사 출신의 개발자가 준비한 ‘개발자 커피’가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오후 세션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오픈웹,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모여 만든 ‘망이용자포럼’과 해멍이 함께하는 인터넷 멍에의 전당 시상식을 통해, 인터넷 실명제를 법제화 하는 데에 주축이 되었던 정치인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 되었다. 또한 뮤지컬 스타일의 새로운 토론회를 시도하며 공도 던지고 받고 웃고 노래하고 떠들며 소리치며 ‘인터넷’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의 시간도 가졌으며, 개발자이자 보사노바 듀엣인 ‘나비다(naVida)’, 인터넷(사운드 클라우드)에 무료음반을 올린 ‘오후(5Who), 그리고 “롹엔롤을 중심으로 많은 관계에 관해 노래하는” ‘관계맺고’, 유유자적청소년밴드의 축하공연으로 화려한 제 1회 스릉흔드 페스티발 공식 행사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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