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의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13] 계약서 시리즈_①계약의 성립과 형식
사업을 하다 보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일이 빈번하게 생깁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을 체결할 때가 되면 계약서를 꼭 작성해야 하는지, 작성한다면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막막해서 인터넷에서 표준계약서를 찾아보게 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구두로 어느 정도 합의하고 업무를 진행 중인데 계약이 체결된 상태인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약이란 무엇이고, 언제 성립하는지, 어떠한 형식을 갖췄을 때 성립하는지, 서면 계약서 작성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계약서와 관련된 주요 검토사항들을 정리해 시리즈로 하나씩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계약의 정의 및 성립 형식
계약이란 ‘계약 당사자 사이의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내용상 합치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법률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A가 B에게 일정한 내용의 계약 체결을 제의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B가 이를 승낙하면 성립되는 것이 바로 계약입니다.
이 때 계약 성립의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의 합치가 이루어진 바로 그 순간입니다. 또한 의사표시의 합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는 “의사의 합치는 원칙적으로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인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앞서 알려드린 계약의 정의를 자세히 살펴보면 계약이 성립되는데 필요한 일정한 형식이나 방식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이는 계약이 성립되는데 별도의 형식을 요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문서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서에 날인을 해야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계약 체결 사실이나 내용을 확실히 할 목적에서 일정한 방식을 요구하는 경우(예를 들어 상법 제340조의3 제4항에 따라 주식매수선택권부여계약에 관한 결의가 있으면 상당한 기간 내에 그에 관하여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을 때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이를 해제할 수 있는 경우(예를 들어 증여계약의 경우 민법 제555조에 따라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추지 않으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예를 들어 유언의 경우 민법 제1060조 이하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등은 예외적으로 반드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위의 경우는 말 그대로 예외이며, 일반적인 계약은 구두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
그렇다면 구두로도 충분히 계약이 성립하는데 번거롭게 서면 계약서 작성은 왜 하는 것인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말로 한 계약 내용은 서로가 다르게 이해하거나 시간이 지나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일방 당사자가 악의적으로 합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합의 내용을 다르게 주장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 글로 작성된 계약서가 없으면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 계약의 내용 등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계약서가 있다면 이런 문제들은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계약서 작성은 ‘증명’에 목적이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계약서는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분쟁을 예방하고, 실제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들이 어떠한 내용으로 상호 합의를 했는지 그 사실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합의한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만 있다면 그 형식에는 구애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추후에 상대방이 다른 주장을 할 수 없도록 표현에 주의하여 계약 내용을 작성하는 등 합의한 내용을 명확히 나타내고 권리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에 집중하시는 편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원문 : [스타트업 법률가이드] 계약서 시리즈_①계약의 성립과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