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EW2015] 모바일 혈액진단기 개발 중 맞닥뜨린 7가지 난관과 교훈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네이버 개발자컨퍼런스 데뷰2015(이하 DEVIEW2015)에 국내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비(BBB, 이하 비비비)를 비롯해 뷰노(VUNO), 매장관리 솔루션 개발사 조이코퍼레이션(ZOYI) 등 기업 관계자가 발표자로 나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그중에 비비비는 모바일 혈액진단기 엘리마크(elemark) 및 연계 의료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한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하드웨어 기획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불과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기업이지만 현재 대표적인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비비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총괄하는 조영운 시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DEVIEW2015 발표자리에서 지난 8개월간 모바일 IoT형 의료기기 엘리마크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와 경험을 전했다.
기존 혈액진단 시장의 문제점 – 시간, 비용, 진단결과 데이터의 손실과 단절
기존 건강검진 혹은 혈액검사는 비용과 기회비용 면에서 가격차가 심하고 보험적용이 안될경우 환자가 고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또한 검사 시작부터 결과 데이터를 받기까지 최소 2~3일이란 시간이 소요되고, 무엇보다 건강검진 결과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그냥 버려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조영운 개발자는 시간, 비용, 진단결과 데이터의 손실/단절이라는 위 3가지 문제에 주목하여 모바일 환경을 이용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서 제품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엘리마크는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혈액진단기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파트에 센서 모듈이 결합된 형태의 디바이스라는 것이다. 현재 엘리마크는 혈당 측정이 가능하며 올해 연말까지 콜레스테롤 측정 기능이 추가되어 2016년 최종 50여가지 바이오마커 측정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조 개발자는 올해 초부터 약 8개월 간 하드웨어 기획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FDA 인증까지 개발 과정에서 비비비 하드웨어 엔지니어들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어떠한 이슈를 경험하였고 각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를 공유하였다.
모바일 혈액진단기 엘리마크(elemark)의 제품개발 싸이클
첫 번째 난관, 세상에 없던 제품의 스펙 결정 문제 – 오버스펙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애자일 방법론에 익숙할 것이다. 애자일 메니페스토 중 “비록 개발의 후반부일지라도 요구사항의 변경을 환영하라”는 항목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변경사항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이 메니페스토 항목을 하드웨어에 적용하는 건 조금 무리이다. 하드웨어는 아이디어, 스펙 결정, 제품 디자인을 결정한 후부터 제품 개발을 시작한다. 그래서 초기에 결정한 제품 스펙을 중반부, 후반부에 변경하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비비비는 초기에 시중에 판매되는 혈당검사지를 모두 지원하는(측정가능한) Multi-in-one 디바이스를 기획, 설계를 다 마치고 제품 프로토타입 개발하고 공장에서 기판 제조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략적인 이유로 검사지를 하나만 사용가능하도록 제품 스펙을 최종 변경해야 했다. 거의 중반까지 제조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제품 설계를 변경해야 하여 기간과 비용 부분에서 낭비가 발생한 것이다.
두 번째, 세상에 없던 제품의 스펙 결정 문제 – 다운스펙
제품 기획 당시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혈액진단기’라는 세상에 없던 디바이스를 만들다 보니 레퍼런스용으로 참고할 만한 기기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주로 혈액측정에 활용하는 의료기기인지라 일반 스마트폰처럼 고스펙 카메라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여 2MP 카메라를 채택하였다.
그렇게 스펙 결정해서 제품을 만드는 도중에, 병원에서 사용할 경우 환자 코드와 스트립 코드를 읽어야 한다는 점을 발견하여 ‘바코드와 QR코드 스캔 기능’을 구현해야 했다. 급하게 2MP 카메라로 테스트를 해보니 오토포커싱(자동초점) 기능이 없어 사람 손으로 앞뒤로 움직여 초점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일반 스마트폰처럼 고화소 카메라를 넣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설계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AP 사양에 맞추어 카메라 스펙을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결국 5MP로 재변경하였다. 제품 스펙 변경으로 단가 또한 개당 1달러 추가되어 예산 오버 문제가 발생하고 생산도 1주일 이상 연기되었다.
Lesson 1
초기에 스펙을 꼼꼼히 정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필수적인 스펙과 추가 기능/불필요한 기능 스펙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추후 요구사항 변경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염두해두고 시간과 금전적인 부분에서 여유를 두고 계획해야 한다.
세 번째, 심천에서의 고배
심천은 중국의 기획경제도시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울 만큼 제조인프라가 방대한 곳이다. 최근 들어 심천이 싸고, 빠르고, 제조 파트너가 많다는 점에서 ‘제조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울 정도이다.
하지만 비비비는 심천이 집중 조명을 받기 전 시점인 올해 1월 초 심천으로 건너가 약 111일간 헥스(HAX)에서 제품 기획부터 제조까지 진행하였다. 팀 전원이 중국어 구사 불가, 심천에 대한 전무한 경험 때문에 심천에서 제조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론은 심천이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에 비해 생각보다 빠르지 않고, 생각보다 싸지 않고, 생각보다 “같이 할 수 있는” 제조 파트너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초기에 무작정 심천으로 들어가 현지 제조기업들에게 영어로 메일을 뿌렸다. 그리고 영어 메일에 응답이 오는 업체와 미팅을 잡고 업체 선정을 하다보니 심천에 그렇게 많다는 제조 업체들과 미팅할 수 없었고 미팅을 하더라도 검증이 안된 업체들도 많았다. 현지에서 퀄리티 좋은 제조 파트너들은 대부분 중국어로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 우리는 그들이 아닌 소수의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과 일정 조율을 협의해야 했다.
Lesson 2
심천에는 실제로 퀄리티 좋은 제조 파트너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려면 그리고 그들 중 좋은 파트너를 물색하려면 무엇보다 중국어 구사가 중요하고, 중국 내 검증된 제조 네트워크를 찾아서 그 이너써클 안으로 들어가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1 – 디바이스 기능 구현 앱은 최초 소프트웨어 기획 범주에 미포함
초기에 디바이스 개발을 맡은 하드웨어 팀은 모두 심천에 건너가 있었고, 소프트웨어 팀은 서울에서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소프트웨어팀은 모바일 혈액진단기의 혈액진단 결과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자가 쉽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의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안드로이드 모바일 혈액진단기의 혈액측정을 구현하는 앱이 소프트웨어 개발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날, 심천 하드웨어 팀에서 디바이스 동작이 잘 되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들어와 하드웨어 동작 가능한 테스트용 앱을 개발했다. 그리고 3월 즈음 한달 뒤 데모를 나가야하니 데모용 앱이 필요하다라는 요청이 있어 급하게 또 데모용 앱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난 뒤, 소프트웨어 팀은 다시 서비스 개발 돌입하여 4월 베타서비스 오픈을 목표로 달렸다. 한달 뒤, 기기가 동작되는 소프트웨어까지 FDA 인증을 받아야한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급작스레 서비스 앱 개발을 중단하고 상용화 앱을 기획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몇 개월간 우리는 디바이스 기능구현용 앱을 3번 개발했지만, 스프린트 3번이 아닌 별도의 앱 3개를 만든 것에 불과했다. 애자일, 프로토타이핑도 아닌 의도하지 않은 프로토타입 3개만 개발하고 개인적인 경험만 남았을 뿐이다.
다섯 번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2 – 의도하지 않은 프로토타이핑 앱만 3개 개발
디바이스를 심천에서 개발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팀은 디바이스를 보지 못한 채 디바이스를 구현하는 앱을 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기존 일반 스마트폰으로 앱을 개발하여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 스펙의 코드를 맞추어서 코드를 작성했고, 시리얼 포트 권한 문제 또한 발생했다.
코드 문제를 풀려면 시리얼 포트 권한을 풀어줘야 하는 문제가 있어 소프트웨어 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깊이 고민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안드로이드 OS를 빌드(Build)하거나 루팅(Rooting)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방법을 고민하다가 심천에 있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저희는 안드로이드이지만 기존의 스마트폰과 달라서 OS를 다시 빌드(Build)해야 해요.”
우리가 만든는 디바이스는 기존의 스마트폰과 다르다는 점을 깜빡하고 있었다.하드웨어 개발자와 한 마디 이야기를 나눈 다음 다 해결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 부분은 하드웨어 엔지니어의 의견만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관점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서로 대화를 하면 생각외로 쉽게 풀리는 부분이었다.
Lesson 3
비비비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개발 경력을 쌓아왔고 IoT 제품 개발이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프로덕트(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기존 하드웨어 개발 경험에 착안하여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대로 각자의 전문 영역에 국한되어 겹치는 부분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IoT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별도의 팀이 아닌 같이 대화하고 협업으로 움직여야 하는 하나의 프로젝트 팀이다.
여섯 번째, 우리의 가장 큰 착각 ‘하나의 스타트업에서 2개의 프로덕트를?’
소프트웨어 팀은 서비스 기획 당시 ‘서버에 저장된 혈액검사 결과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전제하에 사용자에게 의미있는 건강정보, 실행가능한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 앱 서비스를 기획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생각이었다.
무려 4개월이란 시간동안 하드웨어 팀은 하드웨어와 펌웨어 개발에만 집중하고 소프트웨어 팀은 건강관리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였다. ‘혈액검사데이터 기반의 실행가능한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큰 목표 아래 하드웨어팀은 모바일 혈액진단기 개발과 소프트웨어 팀은 결과데이터 기반의 또다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큰 범위에서는 하나의 플랫폼이지만 개발측면에서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두 개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양쪽의 다른 산으로 가는 형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목표와 마일스톤, 제품 개발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었던 것이다. 대기업이라면 이런 방법의 서로 다른 제품이 병렬적으로 진행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게는 무리였다. 그래서 소프트웨어팀의 서비스 ‘bFit(비핏, 식단트래킹 서비스)’을 4월 말 베타 서비스 론칭한 후 6월에 과감하게 서비스 개발을 중단하였다.
Lesson 4
우여곡절 끝에 비비비는 bFit(비핏) 서비스를 중단하고 팀 내부적으로 재정비를 하였다. 재정비의 관건은 기존 혈액진단시장의 문제점 중 해결해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비비가 구현할 수 있는 프로덕트는 무엇인가 였다.
기존 혈액진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 비용, 결과데이터 관리의 부재/단절’이었다. 프로덕트 기획 초기에는 ‘결과데이터 관리의 부재/단절’ 문제점이 가장 크다고 판단하여 이 데이터를 손쉽게 관리하고 부가적인 서비스를 생각하였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 비즈니스와 제품 개발의 대략 한 싸이클을 돌아보니 ‘데이터 플랫폼과 괜찮은 서비스 개발’에만 치중하였던 오류를 발견하였다. 재정비 과정에서 비비비 팀은 왜 기존 혈액진단시장을 혁신하기 위해 ‘모바일 기능’을 채택했는지를 돌아보며, 모바일의 인터넷 기능을 이용한 ‘언제 어디서나 측정이 쉽고, 관리가 쉬운 혈액진단 서비스 플랫폼’이 우리가 제공해야할 핵심인 것을 다시 발견하였다.
일곱 번째, ‘인증’이라는 큰 산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제품을 열심히 개발했지만 엘리마크(elemark)를 시장에 바로 팔 수가 없다. 의료기기의 특성상 식약청 의료기기 인증(FDA)이 필수이다. 특히 의료기기 인증을 받으려면 굉장히 많은 문서 작업이 필요하다. 분량이 2~3쪽 짜리 문서부터 10쪽 이상의 서류가 100개 이상이다. 더구나 한국, 미국, 중국 국가별로 식약청 의료기기 인증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별로, 다른 언어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큰 이슈가 있다. 이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큰 산이었다.
현재 비비비는 미국과 한국 식약청 인증을 준비 중이다. FDA는 통상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6개월 혹은 1년을 매출이나 제품 연구개발 없이 기다리는 것은 굉장히 큰 리스크이다.
Lesson 5
하드웨어를 제품을 만들어 사업을 하겠다라고 한다면 반드시 기획단계에서부터 인증 부분을 염두하면 좋다. 비비비는 혈액진단기 개발 15년 경력을 지닌 개발자와 파트너가 있어 사업 초기에 FDA를 미리 준비하였다. 하지만 제품 기획 변경과 여러 가지 상황으로 준비가 부족했다. 헬스케어 IoT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초반에 제품 기획시 FDA 인증 조건을 염두하여 기획, 개발에 반영하고, FDA 서류 준비를 병행하여 진행한다면 시장 판매까지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