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돌 프로젝트 #8] 대표가 전문 지식이 없다면, 전문 지식을 가진 멤버와 함께하라
‘(주)파이브툴’은 기술기반 제조업 회사로, 사명은 야구 용어인 ‘five tool player(파워, 정확도, 주루, 송구, 수비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제조업에서 다방면으로 잘 해낼 수 있는 기업, 그리고 사업가가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파이브툴의 정기운 대표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참가한 창업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진다. 당시 선보였던 ‘마루더함(조립형 전기 매트)’는 세계 3대 국제발명전 중 한 곳인 ‘2014 피츠버그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다수의 특허를 출원되는 등 편리함과 기술력이 입증되는 중이기도 하다.
아래는 파이브툴 정기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 왼쪽부터) 파이브툴 김동환 이사, 정기운 대표
처음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애초에 창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취업을 하려고 했었죠. 그리고 공부도 더 하고 싶었어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크게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알고서 저지르고 싶었어요. 근데 마지막 학기에 정말 우연치 않게 학교 창업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당시 두 달 동안 거기에만 몰입했던 것 같아요. 1차 평가 때, 꼴등을 했던 아이디어였는데, 결국 우승까지 끌고 갔죠. 그리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어쩌면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의 순간’이라면 안 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좀 더 공부를 하고 했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경영대를 졸업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기술이 필요한 제조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어요. 기술 창업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죠. 맨땅에 헤딩을 했으니 시간이나 노력이나 배로 들어갔어요. 잘 아는 사람이 하면 한 달도 안 걸릴 일을 저희는 6개월 이상 걸렸으니까요.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한계점이 있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전기 매트’는 공대 쪽에서 ‘전기’ 분야이지만, 그 안에서도 아주 세분화된 부분이에요. 전기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수 없이 많고요. 더불어 저는 문과였기 때문에 이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선 전혀 다른 사고를 해야 했어요. 그때 괴리를 참 많이 느꼈죠. 어찌 보면 깡으로 버틴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알면 알수록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해요.
생소한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마루더함의 ‘조립형(결합형) 전기 매트’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저희는 기존 전기매트의 문제점을 보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조사를 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매트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시 여겼고, ‘보관성’, ‘수리 및 폐기’ 그리고‘청소’에 어려움을 토로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조립형(결합형) 전기 매트’를 생각해냈어요. 어린이용 퍼즐 매트를 보게 됐는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기존 전기 매트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안전성’을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전기매트는 AC발열체(교류 전류)를 써요. 근데 저희는 DC발열체(직류 전류)를 쓰죠. AC발열체는 추운 겨울날 열을 빠르게 오르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전자파 발생이나 화재 위험과 같이 안전 사고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 돼요. 반면에, DC발열체는가열되는 시간은 다소 더딜 수 있지만, 전자파 발생이 없고, 고효율이기에 전기세 부담도 덜 수 있어요.
또한 직접 표면을 데우는 열선 방식이 아니라 탄소섬유를 이용한 원적외선 온열방식이기 때문에 저온 화상의 위험도 적고요. 그리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컨트롤러 프로그램 설정으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였고, 혹시 화재가 일어난다 했을 때도 AC 전기 매트에 비해 그 파괴력이 현저히 낮아요. 요즘 전기매트 시장에서도 AC에서 DC로 바꾸는 추세예요.
외견상 조립형이라는 것이 특이한데요.
조립형이기 때문에 우선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죠. 작은 자취방이나 캠핑을 갔을 때도 자기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진짜 퍼즐처럼요. 추운 날 밖에 방석을 가져가는 대신, 조각 하나만 가져가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는 효율성과 휴대성도 높고요.
그리고 매트를 낱개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접지 않고 차곡차곡 쌓으면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수리에 있어서도 한 조각이 고장 났을 때, 그 부분만 수리를 맡기면 되니까 편리하고요. 폐기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버리는 조각만큼만 사면 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죠.
국내에서 창업에 대한 지원도 많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경우도 자주봐요. 예를들어 투자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가 그래요. 투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PT를 만들다 보니 진짜 창업자로서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노하우만 계속 쌓는 것이죠. 물론 처음엔 자본이 없으니까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없이도 론칭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봐요. 투자를 받아야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아니라 투자 없이도 해낼 것이라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요.
저희도 처음엔 투자를 받으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냉정해져요. 제품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제품이 나오기 바로 직전에서야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그만큼 진행시키려면 자본이 필요하죠. 창업자는 투자가 있어야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어느정도 만들어야 투자를 하니 서로 상충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돈을 빌려서라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왔어요.
창업하면 매일이 위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뭐가 제일 힘드셨어요?
첫 번째는 위에 언급했던 기술적인 문제였고, 그다음이 경제적 문제였어요. 처음에 다행히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시작했어요. 처음 도전하신다면 이런 지원사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투자를 바로 받으면 좋지만, 투자를 받기 전까지 어느 정도 역량을 쌓아야 하는데, 정부 지원을 받으면 조금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겠죠. 사관학교를 다닐 땐 경제적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오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적당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한 달 동안은 제조업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만나 일하기도 했었죠.
언제부터 ‘내가 지금 창업을 하고 있구나’가 피부로 와 닿던가요?
제 이름으로 처음 돈을 빌렸을 때에요. 창업 사관학교 때는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데 기술보증기금에서 1억을 빌리니까 잠이 안 오더라고요.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어떤 계약을 하게 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되고 흥정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니까 실감이 나더라고요.
선배창업자로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많은 희생을 안 치르고 오래갈 수 있다고 봐요. 처음부터 하이테크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는 건 무리이고, 조금 도움을 받으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또는 내가 전문 지식이 없다면, 전문 지식을 가진 멤버와 함께해도 좋고요. 누군가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도 공부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요. 그래서 팀이 굉장히 중요해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을 때, 300팀 정도 있었어요. 근데 1년 후 졸업할 때, 그 중 30%가 포기했더라고요. 그리고 1년이 지나면 생존해있는 기업이 30%정도고요. 사관학교에 입교해서 지원 받은 아이템을 1,2년 후에 70%가 포기하는 거죠. 들어가고자 하는 시장과 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뛰어들면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지지부진 끌게 되면 결국 내려놓게 된다고 봐요. 그나마 본인이 조금이라도 잘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겠죠. 아이디어를 ‘머리로만 생각하면’ 시장에 먹힐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로 합리화되는 경향이 있어요. 유의해야 할 부분이죠.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저희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에요. 전국으로 전기 매트 업체를 돌아다녔는데 다들 왜 이렇게 어려운 걸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시장조사를 하고 공부를 나름 했다고 하더라도 기본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으니 무모하게 시작했던 거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전국을 돌아다녔고,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만약 제가 좀 더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시작했다면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오셨네요?
포기라는 건 아직 생각조차 하지 않아요. 몸을 푹 담고 보니 적어도 3년 이상은 해보고 결단을 내려야겠더라고요. 대신 한 달 정도씩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포기는 아닌데, 발을 내디딜 힘이 없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마치 중간고사 이후, 바로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싫은 것처럼요. 하나를 해결했는데, 또 문제가 발생하면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그럴 땐 잠깐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죠. 요즘엔 오히려 조용하면 더 불안해요. 조용할 땐, 이거 어디서 더 크게 터지려고이러나 하면서요. 근데 그럴 때 정말 어김없이 일이 터지더라고요. (웃음)
마지막으로 창업자의 길을 걸으며 좋았던 것들은 무엇이었나요?
창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그 과정에서 존경할 수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요. 짧은 기간 동안 유무형으로 많은 정말 많이 얻었다고 자평해요.
원문 : 경영학도가 제조업 CEO가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