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마케팅팀에서 일하던 이치원 대표는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대학 생활 때도 창업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동아리와 학회를 이끌던 그였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그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외국인 창업비자 1호로 어렵사리 창업의 관문을 넘었지만, 출시 후 큰 호응을 기대했던 서비스는 시간 속에 조용히 흘러만 갔다. “시장이 너무 작다.”는 투자자의 조언은 어느덧 현실로 와 닿았고, 6명이던 팀원은 그와 개발자 2명만 남게 되었다.
친구들은 30대에 들어서면서 하나둘 결혼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다른 서비스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친구들은 청첩장을 주면서 “결혼 준비는 다신 하기 싫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 떠올린것이 결혼 준비 앱 ‘웨딩의 여신’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스마일게이트의 ‘오렌지팜‘ 신촌센터를 찾았다.
(주)제이제이리컴퍼니 이치원 대표(32)
“결혼 준비 다신 하기 싫다.”
당연한 거였다. 일생 처음인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사람들은 대개 플래너에게 일을 맡기게 된다. 참고로 결혼 준비에는 약 20개 항목이 있다. 예를 들어 예단의 경우 결혼 한 달 전에 신붓집에 보내야 하므로 제작 기간까지 고려해서 결혼 2달 전에 맞춰놔야 한다.
“당신은 지금 이걸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차근차근히 해준다면 결혼 준비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2번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사업 실패를 겪은 후였다.
지난 경험을 통해 서비스 아이디어를 바로 개발에 옮기는 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우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서비스 기능을 기존 플랫폼에서 최대한 많이 구현해보기로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서 정보성 콘텐츠, 예쁜 드레스 사진, 심리테스트 등을 게시했다. 구독자가 생기고, 그들이 친구들을 소환하면서 어떤 콘텐츠가 인기가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안에 베타 버전의 하이브리드 앱을 만들어 출시하였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2014년 4월에 출시한 ‘웨딩의여신‘은 예비 신부들이 어떤 준비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결혼 도우미이자, 예비 신부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앱은 크게 3가지 기능이 있다. 결혼 준비 항목별 콘텐츠 제공, 익명으로도 질의·응답이 가능한 채팅 기능, 그리고 사용자가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D-day 일정표 기능이다.
특히 일정표의 경우 예산, 지출, 분담 정도 등을 입력하면 이를 반영한 D-day 계산이 이뤄지게 되고, 일정마다 관련 팁이 하단에 나타난다. 이 일정표는 초대를 통해 공유할 수 있고 대화하면서 같이 예산을 짤 수도 있다.
웨딩업체들과의 제휴는.
서비스를 만들면서 강남에 있는 웨딩 스튜디오부터 시작해서 40여 웨딩업체를 돌아다녔다. 웨딩숍, 드레스 가게 명단을 구축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90% 이상의 웨딩업체들로부터 거절당했다.
“웨딩업체들은 예비 신부들만 모여있다면 알아서 연락이 올 거다. 절대로 먼저 찾아가지 말라.”는 웨딩플래너 후배의 조언을 들은 후 생각을 바꿨다. 웨딩업체 명단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예비신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총력을 다했다.
다른 서비스가 가격 이야기만 하는 광고로 가득할 때 우리 앱은 예비 신부들의 고민 나눔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자 정말로 서비스 출시 8개월 후 강남의 유명 웨딩홀에서 광고 문의가 왔다. 최근에는 웨딩 컨설팅 분야 1, 2위 업체로부터 협력 제안을 받았고, 하루에도 여러 곳의 웨딩 업체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사용자 반응은.
현재까지 8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였고, 월간 실질 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는 7만 명을 넘었다. 특히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면서부터 사용자가 많아졌다. 한 해 약 24만 쌍이 결혼하는 웨딩 시장에서 월 7만 명이 방문한다는 것은 웨딩 업계에서 의미 있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서비스 초기에 ‘웨딩톡’ 소통 창구에 공개적으로 “앱 사용이 불편하다.”는 비난 글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완성도 있는 앱을 출시한 게 아니어서 사용에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글을 지워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를 역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개발 계획을 정리한 엑셀 시트까지 캡처하여 공개적으로 해당 글에 댓글을 달고, 다른 사용자분들도 사용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예상외로 좋은 반응이 일어났다. 관리자가 직접 답변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면서 적극적인 소통에 고마워하는 댓글이 달렸다. ‘우리 치부를 드러내는 게 맞나?’ 싶었지만, 우리 팀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였다. 요즘도 버그를 고치거나 새로운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직접 글을 올려 사용자들과 함께 고민한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수익모델에 대해 고민 중이다. 드레스와 웨딩홀 등 웨딩 관련 업체를 연결하는 O2O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앱 안에서 전국에 있는 모든 웨딩 업체를 찾고 예약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투명한 가격 공개 정책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애의여신’, ‘육아의여신’ 등 여성의 생애주기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여성 대표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게 꿈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웨딩 산업은 다양한 업태로 이루어져 있어서 관련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최근 카쉐어링 스타트업 ‘쏘카‘와 협업하여 웨딩 업체들을 알아보러 다닐 때 택시비를 절약할 수 있게끔 가입자 대상 쏘카 3시간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고, 추가 협업을 논의 중이다. 얼마 전에는 이사 관련 스타트업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예비 신부들이 신혼집으로 이사할 때 필요한 서비스에 관해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이외에도 여러 스타트업들과 새로운 협업을 모색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스타트업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란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61] 예비신부 3명 중 1명이 쓰는 결혼 준비 앱 ‘웨딩의여신’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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