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대표가 친구와 함께 대학생 강연단을 만들어 활동할 때였다. 한 번은 강연회를 열었는데 마케팅에 실패해 청중이 5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실패한 강연이었다.
그런데 강연이 끝나자 관객 한 명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힘들었던 과정을 털어놓은 강연자의 이야기에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는 거였다. 한 사람 마음의 떨림을 전하는 일은 꽤 어렵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그에게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어린 시절 장기간 입원 생활로 자존감이 낮아져 있던 그가 꿈꾸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사람들에게 영감과 떨림을 주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직장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디노웍스 박종일 대표(26)
사업 아이템으로 책을 선택했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게 책이었다. 책 덕분에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때에 위안을 얻었고, ‘책이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싶었다. 사람들에게 떨림을 전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일의 가치 등 모든 게 연결되는 지점이 창업이라는 확신을 가졌을 때, 그럼 내가 책이라는 사업아이템을 갖고 서비스를 기획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2014년 11월 ‘오디오북’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책을 낭독한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스트리밍하는 서비스였다. 기존 오디오 시장에서 비싼 생산단가로 인해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없으니 단가를 낮추면 되겠다는 생각에 출시하였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오디오북 서비스를 접을 즈음 한 가지 특이점은, 고객도 출판사도 오디오북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카드뉴스를 더 좋아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책을 주제로 한 카드뉴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첫 번째 사업 실패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던 셈이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하면 사업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오디오북을 소개할 때는 6개월 단위, 1년 단위의 거창한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사업이 물거품이 되니 그런 게 소용없었다. 그래서 멀리까지 고민하는 것 대신에 3가지 가정을 세웠다.
첫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 수 있는가. 둘째, 우리를 도와줄 플레이어들(출판사, 포털, SNS 사업자 등)이 관심을 가지는가. 마지막으로 셋째, 누군가가 이것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가였다.
2번째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리가 첫 번째 사업을 통해 찾은 고객의 문제는 ‘책의 발견성’이라는 문제였다. 한 달에 수만 권의 책이 시장에 쏟아지다 보니 독자들은 어떤 책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과거에는 서점에서 책을 읽어보고 구매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다 보니 독자들이 책을 발견하고 맛볼 기회는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즐겨보는 카드뉴스로 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사업화할 만큼의 반응이 온 건 아니었다. 10번째 책 소개까지 페이스북에 올려놓고선 같이 일하던 친구와 순댓국에 소주 한 잔을 하러 나간 그때였다. 페이스북 알람이 계속 울리더니 ‘좋아요’ 및 공유 수, 도달률이 폭발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걸 조금만 더 키우면 사업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은 후부터 작년 말까지 꾸준히 페이스북에 카드뉴스 콘텐츠를 올렸고, 좋은 레퍼런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세상에 나온 지 7년 된 책이 우리가 소개한 이후 8천 부가 더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재판에 들어간다든지, 새로운 출판사들로부터 견적 문의를 받는 식으로 말이다.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디노웍스’는 모바일 지식 콘텐츠 창작자 그룹이다. 작년 6월부터 모바일 문법에 맞게 책 속 인사이트와 이야기를 카드뉴스나 영상으로 제작하여 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크게 인사이트 있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어웨이크(awake)‘와 책 속 재밌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 끝을 접다‘ 이렇게 2가지로 나뉜다.
서비스 출시 후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출판사들에 이런 콘텐츠를 이해시키는 게 힘들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책을 카드뉴스 형태로 소개하는 게 판매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없었다. 오히려 책 내용을 미리 보여주면 책을 사지 않게 될까봐 불안해했다.
영업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았지만 결국 좋은 레퍼런스가 쌓이자 모든 고민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카드뉴스로 책을 소개하고, 얼마만큼의 구독 수치를 기록하고, 그 수치가 구매까지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니까 출판사들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우리는 특정 앱이나 웹사이트 형태로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고 ‘페이스북 페이지’, ‘빙글’, ‘카카오 1boon’, ‘카카오 채널’, ‘카카오 플러스친구’ 등 멀티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10월 평균 한 콘텐츠당 39만 명에게 도달하고 있다.
“정말 몇 년 만에 책을 보게 한 페이스북 페이지”, “저, 이 콘텐츠 보고 15년 만에 책 처음 샀어요.”라며 인증샷을 첨부한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도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최근 가장 좋았던 레퍼런스는 ‘데드맨’이라는 도서이다. 출간된 지 3년이 지난 책인데 우리가 소개한 뒤 베스트셀러 1,000위 밖에서 종합 5위, 문학 부문 2위까지 진입했다. 구간이 이 정도로 팔리는 경우는 TV에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드물다.
향후 계획 및 목표
이번 달에도 다음 달에도 망하지 않고 매출을 내고 싶다. 처음 세웠던 가설도 어느 정도 검증했고 손익 분기점도 넘겼지만, 불안한 건 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제 얼마만큼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지가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과제이다.
이를 위해 개별 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되돌아보면 내가 1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처음 읽게 된 계기는 ‘해리포터’라는 책 덕분이었다. 재미있어서 읽다 보니 책을 읽는 힘이 길러졌다. 이를 계기로 재미있어서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다양한 책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우리는 그런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우리의 미션은 사람들 마음에 작은 떨림을 전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디노웍스를 모바일 지식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계속 지켜봐 달라.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89] ‘책 사서 읽게 한 영향력’ 모바일 지식 콘텐츠 그룹 ‘디노웍스’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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