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259] “위챗으로 중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쳐요”
올 봄, 중국 출장길에 만난 중국인 친구는 함께 있는 내내 <태양의 후예> 이야기를 했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들여다 본 대다수의 중국인은, 필자가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디서든 호감을 표현했다. 이 드라마 한 편을 통한 경제적 효과가 3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이로인해 형성된 한국어 교육 시장의 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류 팬만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 유학생의 수는 5만 명 정도다. 이는 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59.4%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장학금을 주며 불러들인 중국 유학생이 접할 수 있는 한국어 교육 컨텐츠는 많지 않다. 대학 내의 ‘한국어학당’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 기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중국 유학생의 적응과 정착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점점 높아지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를, 모바일 단에서 풀어내기 위해 도전한 스타트업이 있다. 고려대 중국 경영 관련 동아리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가 창업한 ‘쇼우한(Shouhan)‘이다. ‘전화 한국어’ 같지만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이들을, 홍콩의 라이즈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나봤다.
홍콩 라이즈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쇼우한의 홍성우 이사(좌), 조영훈 대표(우)
‘전화 한국어’라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쇼우한’이라는 서비스 명은 휴대폰(手机)과 한국어(韩语)를 합친 단어다. 우리는 피하고 싶은 표현이긴 하지만 ‘전화 한국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이해하기 쉬울거다. 우리가 전화로 일본어나 영어를 배우듯이, 중국인들이 모바일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서비스다. 현재 서비스는 중국의 메신저인 ‘위챗’의 음성통화기능과 자체 수업관리시스템을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반은 틀리다고 한 이유는?
기존 시장에 있는 ‘전화 영어’는 필리핀 등지에서 값싼 노동력을 채용해 수업을 제공한다. 우리는 강사를 소싱하는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 강사 자격을 한국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한정했고, 강사 본인이 가능한 시간 만큼만 일한다. 많이 버는 강사는 한 달 수입이 40만 원 정도 된다. 또 ‘전화 한국어’라는 용어로 한정 지어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서비스다. 아직 출시하진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앱을 출시한다. 앱을 통해 영상 강의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세 친구, 한중합작팀 만든 이유?
공동창업자인 홍성우 이사와 이민 이사는 원래 고려대학교 중국경영전략 학회라는 동아리에서 만났던 친구들이다. 이전에 내가 SNS 서비스를 창업했었는데, 잘 되지 않아 서비스를 접고 이번 아이템에 도전했다. 아무래도 중국 시장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인만큼, 한중 합작팀이라는 것은 우리 팀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일단 시장 이해도 자체가 다르다. 중국 VC들도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중국어로 피칭하고 대화 나누는 걸 더 반기더라.
대학생 창업팀이 도전하기에 좀 진부한 서비스 아니냐고?
진부하냐, 참신하냐는 중요치 않았다. 쇼우한은 니즈와 시장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서비스가 없어서 시작한 거다. 재학 시절 중문과였기 때문에 중국 친구들과 언어 교환을 많이 했다. 근데 함께 파트너를 하는 중국 친구가 한국어 읽기, 쓰기 모두 잘했는데 말을 잘 못했다. 나는 대학와서 중국어를 배웠는데, 전화 중국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너는 전화 한국어 해봐라’라고 권유했더니, 자기도 찾아봤는데 없다고 하더라. 요즘 한류가 열풍이니까, 당연히 전화로 하는 한국어 교육 서비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 때부터 자세한 조사를 시작했다.
수업 진행 과정은.
먼저 학생은 15분 간에 시범 교습을 받게 된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 경우, 교사를 선택하고 수업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 예약을 마치면 알리페이와 텐페이 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이후 위챗에서 약속한 시간에 교사와 만나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가격은 월 5시간 수업에 388 위안(한화 약 6만 원), 3개월 15시간 수업에 1,100 위안(한화 약 19만 원), 6개월 30시간 수업에 2,100 위안(한화 약 36만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쇼우한의 실제 수업 진행 화면
대학생 교사의 수업 퀄리티 점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먼저 대면 면접을 통해 교사를 채용하고 있고, 채용 후에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수업 진행 상황 점검도 필수다. 교사는 자신이 수업한 녹음과 피드백 파일을 회사와 학생에게 동시에 보내야 한다. 이 데이터를 점검하면 어떤 사람이 좋은 교사인지를 왠만큼 걸러낼 수 있다. 만약 교습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주의를 주거나 적절한 교육을 진행한다.
정량적인 평가는, 실제 수업받는 학생의 재 결제율과 성적 향상 수치를 살펴보면 된다. 우리가 분석해본 결과 확실히 대학 초년생 보다는 3,4학년 학생들이 좀 더 성실하더라.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면접 볼 때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가져야할지도 명확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교재를 통해 트렌드에 맞춘 토픽을 다룬다.
▲쇼우한이 자체 제작한 한국어 교육 컨텐츠
모바일을 통한 한국어 교육의 기회와 한계?
가장 큰 장점은 1대 1 교육을 높지 않은 가격에 받을 수 있고, 비언어적인 요소가 배제되기 때문에 온전히 언어 자체에 집중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음성 메시지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듣기와 말하기 실력은 빨리 늘지만 읽기와 쓰기 교육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앱 상에서는 영상 강의를 테스트해 볼 예정이다. 3~5분 간의 짧은 스낵 비디오를 만들건데, 중국인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에 대한 이해를 자막 등을 통해 도울거다. 얼마 전 실시간 영상 대화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중국 기업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가능성은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있다.
최초 메인 타깃은 중국의 한류팬이었다.
한류팬에게 편하고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한국어를 가르치자고 접근했다. 웨이보 마케팅도 이런 식의 접근으로 타겟팅 광고를 시작했는데, 사실상 모인 고객군을 보니 한류팬 이외에도 한국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출하고 싶은 중국인들도 많았다. 중국 현지가 아니라 한국 내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도 많은 편인데, 이들은 우리 마케팅이 아니라 입소문을 통해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현재 유료 고객의 80%는 중국 현지인, 15%는 한국에 와 있는 중국 유학생, 5%는 북미 지역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매출은?
한 달 기준 160건 정도의 유료 결제가 발생하고 있다. 매출액은 월 1,100만 원 정도다. 올해 들어서 매달 30~40%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누적 유료 결제는 750건 정도 된다.
올해 안에 앱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앱을 출시해서 안정화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우리는 앱을 우리 비즈니스를 위한 안테나로 보고 있다. 이 안테나를 통해 시장과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감지하고, 여기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첫번째는 앞서 말한 짧은 인터넷 강의를 시도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교재 개발이다. 유료 수강생 1천 명을 목표로 달려가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