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윤홍조 대표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원했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학교내 봉사 동아리를 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처음 만났다. 그것을 계기로 인간의 존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 그는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고 싶었다고 한다.
윤홍조 대표가 이끌고 있는 소셜벤처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와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는 착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존엄성을 소중히 여기게 될 때 회사가 자연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마리몬드하면 떠오르는 꽃 패턴이다.
대학생때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이때 한 비정부단체(NGO)에서 할머니들의 꽃 그림 작품을 보여줬다. 그림들은 보기에도 예뻤고, 이를 응용한 패션 제품을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제조 경험과 역량이 부족해 생산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다 제품이 아닌 ‘패턴’이라는 콘텐츠가 관련 산업과의 연관성도 크고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에 집중하자고도 마음먹었던 것도 이때다. 2013년 3월부터 패턴에 집중해 사업을 전개했다. 할머니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들 각자의 인생 역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스토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카테고리마다 설명이 길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이트엔 콘텐츠 설명이 길고 다양하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웹툰도 있다.
고객 현황, 매출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2013년 3월 이후 고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류와 K-pop으로 인한 해외 고객도 느는 추세다. 2015년 기준 매출은 16억원인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이미 작년 매출보다 많다. 2017년엔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기부금을 회사 운영비의 몇 퍼센트 비율로 고정시킬지도 검토하고 있다.
물건이 금방 동나 고객들의 원성을 살 때가 있다. 전략인가?
종종 듣는 질문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평소에 몇 천 개씩, 많을 땐 만개도 넘게 발주한다. 다만, 대규모 생산을 하기에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다.
연예인 홍보 효과도 보고 있다.
매우 감사하다. 팬이 선물해준 것이 마음에 들어 착용하거나 우리 이야기를 듣고 직접 구매해 입는 연예인들이 있다. 나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는데 유명인과 대중이 동참해주고 있어 앞으로는 더 바빠질 것 같다.
팀은 어떻게 구성돼있나?
회사엔 총 27명이 근무하고 있고 경영지원실, 브랜드전략실 등 다른 회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구조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사내 조직 중에 브랜드 스토리실이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을 만나고, 스토리를 발굴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이 부서를 통해 회사 미션에 진정성을 입히려 노력중이다.
마리몬드의 미션은 회사에 어떤 의미인가?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회사를 왜 설립했는지, 이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담은 총칭이기도 하다.
소셜벤처와 여타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업하는 이유 아닐까. 사업 운영이 힘들어졌을 때 끊임없이 회사의 미션을 생각하며 버티는 데서 차이가 있다고 본다. 다만 소셜벤처와 여타기업은 둘 다 수익을 창출하고 널리 알려지는 것을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는 두 분야의 구분은 없어질거다.
마리몬드는 소셜벤처로 불리운다. 영업 이익의 50%를 기부금으로 내는 것도 그런 이유일거라 본다. 사업 미션도 중요하지만, 성장과 지속성을 갖는데 어려움이 있을텐데.
사람의 존엄성 회복이 사업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에 소셜벤처를 지향한다. 우리는 매출이 늘어날수록 우리의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고, 그런 바이럴이 발생하면 할머니들에게 기부금이 많이 전달되는 구조다. 즉, 매출이 늘수록 우리의 의미가 사회에 더욱 명확히 전달되는 형태인 것이다. 우리는 슈즈 브랜드 탐스를 롤모델 기업 중에 하나로 보고 있다. 탐스는 처음엔 작은 회사로 시작했지만 사회공헌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큰 회사로 성장했다. 마리몬드 또한 자연히 더 커질 것이라 본다.
*편집자 주: 탐스(TOMS)는 신발 및 아이웨어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으로 2006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이들은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ONE FOR ONE’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며 전 세계적으로 착한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 탐스는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 실적을 공표하지 않지만 연간 매출이 약 2억 5천만 달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사의 롤모델이 있다면.
구글과 옐로모바일, 탐스 같은 다양한 기업이다. 이들 기업 관련 기사는 스크랩해서 보고 익히고 있다. 회사에 크고작은 문제들을 위 기업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했는지 공부하고 있다. 현재 우리 회사는 확실한 선례가 없어서 다양한 기업 모델을 보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조합해보며 실험하는 중이다. 그렇게 해야 건강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며 다양한 반응을 접했을텐데.
할머니 가족들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 이럴 때 사업을 허투루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든다. 또, 브렌드가 존재해줘서 고맙다는 후기를 들을 때는 감동이 크다. 큰 자본을 가지고 운영되는 회사도 듣기 어려운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는 마음이 너무 안좋고 힘들다. 초심을 잃지 않고 운영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마리몬드 패턴의 모티브는 동반자를 상징하는 꽃과 키워드다. 이들은 현재 동반자 할머니들이 가진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꽃에 담아 소개하고 있다.
착한 이미지도 중요하겠지만, 좋은 품질로 인정 받아야 가치가 오래간다고 본다. 마리몬드 제품의 차별점은 뭔가?
우리는 하이패션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제품의 퀄리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 부분에서 차별점을 가질 생각은 없다. 품질이 좋은 제품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 우리처럼 ‘도와주세요’를 말하는 단체는 많다. 우리는 거기에 대중이 좋아하는 그래픽을 가미했다. 그 부분을 더 강화해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등과 제품 콜라보레이션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테면, 자켓과 코트 등 안감에 우리의 꽃 패턴을 사용해 리미티드 에디션 형태로 내놓는 거다.
현재 회사의 주요 관심사는 뭔가?
가장 먼저 투자 유치, 그리고 어떤 투자자에게 받을 지를 고민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셀럽 홍보 효과로 인한 해외 구매자들이 늘고 있어 역직구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진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대거 채용하게 될텐데, 그때 겪게 될 성장통 또한 주요 관심사다.
성장통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나?
자연스러운 거다. 그게 두려워 성장하지 않을 순 없지 않나. 다만 성장통을 최소화하는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조직문화를 점검, 강화하려 한다. 제도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쓸모 없으면 소용없다. 진솔하게 팀원들에게 다가가 해결해 나가려 한다.
인원수 대비 매출이 적지않다. 자생도 가능할텐데, 굳이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이유가 있나?
보편적인 사업현황으로는 급할게 없다. 하지만 사업에 티핑포인트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돈은 사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그 비용으로 개발자와 MD를 채용해 흥미로운 커머스를 만들거나 위안부 할머니 외 다른 동반자를 찾으려 한다.
투자 유치가 고민이라고 했는데.
VC에게 투자받는 건 퍼블릭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다만 외부 투자자들로 인해 경영 및 회사 방향성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앞서 설명한 탐스 또한 본인들이 포기할 수 없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어 투자에 매우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탐스가 비상장사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할거다.
마리몬드의 미션에 공감하는 엔젤투자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연락은 많이 받고 있다. 결정을 잘 해야할 것 같다.
해외진출 계획도 있다.
국내에선 어느정도 지나면 정체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건 제품 라인을 더 늘리거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 두 가지다. 현재 해외 구매 고객을 동향을 보면 역직구만 해도 규모가 커질거라 본다. 국내에서 성장하면서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해외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주요 진출 시장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루트로 마리몬드 제품이 해외에 나가고 있다. 해외 고객들은 이 제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궁금하다.
우리도 궁금해서 구매한 몇몇 해외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 제품에 담긴 배경은 그 나라 역사시간에 공부해 어느 정도는 알고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셀러브리티가 착용한 것을 보고 의미가 좋아 구매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때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은 것이, 외국 고객들의 구매 이유도 한국 고객과 같다는 것이었다.
마리몬드의 중장기적 목표는 뭔가?
현재 외부에 알리진 않았지만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서비스를 수평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다. ‘존귀함의 회복’이라는 회사의 미션 아래 여러가지 활동을 해보는 중인데 다 잘됐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론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사회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대표 윤홍조에게 ‘마리몬드’란 어떤 의미일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준 소중한 선택이다. 창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기업 조직 문화에 순응하는 회사원이었을 거다. 대학시절 성향은 이성적인 면이 강했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달라졌다. 사업에 인격을 부여해 말하자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운 존재’다.
이 사업을 통해 사회에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업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모든 사람은 존재 그 자체다. 모든 자신이 스스로 존엄하고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싶다. 그리고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게 됐을 때 우리 브랜드는 자연스레 사라질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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