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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간이 공공보다 뛰어한 시대”… AI 정책수석 구상 밝혀

29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열린 ‘혁신성장의 씨앗, 스타트업 레벨업!’ 간담회 (왼쪽부터)김희정 커넥트닷츠 대표,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김정태 MYSC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 윤석원 에이아이웍스 대표

5월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 공유오피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소셜벤처 대표들과 마주앉았다. 그의 앞에는 수첩이 놓여 있었다. 그는 간담회 내내 그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이제는 민간이 공공보다 훨씬 뛰어난 단계입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다. 행정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성장의 씨앗, 스타트업 레벨업!’ 간담회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여섯 명의 소셜벤처 대표와 한 명의 정치인이 나눈 솔직한 대화였다.

김정태 MYSC 대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송인혁 유니크굿컴퍼니 대표, 윤석원 에이아이웍스 대표, 김희정 커넥트닷츠 대표. 재생에너지, 돌봄, 콘텐츠, AI.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이재명은 귀 기울여 들었다.

AI 전담 수석이라는 발상

“정부가 민간에 위임하면 효율화되고 비용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재명은 AI 전담 수석을 두겠다고 했다. AI 위원회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행정 책임자의 인식 능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잘 알지 못해요.”

그래서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 역량이 공공 영역보다 훨씬 뛰어난 시대라고 했다. 행정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미래세대에게 빚을 넘기지 않는 법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가 재생에너지 이야기를 꺼냈다. 독일 이야기였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0%로 늘리겠다는 계획. 2035년 독일 세대는 어떤 유산을 물려받게 될까.

“초기 투자비용도 모두 회수되고 햇빛과 바람만 있으면 친환경 에너지가 생산되는 막대한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상속받게 됩니다.”

이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자력발전소와 비교했다.

“원자력발전소 같은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폐기물 부담을 다 후손에게 넘기는 것이죠. 태양광 발전 등은 몇 년 후 다 원가를 회수하고 나중에는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수 있어요.”

미래세대에게 빚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관점이 아주 좋다고 했다.

김종규 대표가 가상발전소 개념을 설명했다. 복잡한 기술적 설명이었지만 이재명은 쉽게 풀어냈다.

“전국 전기가 줄어들면 값이 올라가죠. 그러면 내 차에 저장된 전기를 팔 수 있어요. 수백만 대가 다 연결되어 있다면 충전하거나 놀고 있는 전기차에서 뽑아 팔 수 있죠. 이게 바로 가상발전소에서 하는 일입니다.”

참석자들이 웃었다. “1타 강사 같으셨어요.”

공간에 스토리를 입히는 마법

유니크굿컴퍼니의 송인혁 대표는 흥미로운 사례를 들었다. JTBC ‘크라임씬’을 중국에서 현실 공간 추리게임으로 발전시킨 이야기였다. 전국 4만5천 개 매장, 9조원 시장.

“우리는 거기서 그냥 방송만 하고 끝나는데, 중국은 공간과 결합하니까 엄청난 산업이 됐어요.”

메리히어 2층 70평 공간이 미스터리 호텔 컨셉으로 바뀌었다. 연간 15만 명이 돈을 내고 온다. 경기도 구 청사에서 세계 최대 규모 집객 이벤트를 열어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공간이 낡고 버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있으면 사람이 얼마든지 몰려와요.”

이재명은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문화산업은 지방 균형발전이나 지역발전 아이템에도 상당히 부합합니다. AI, 첨단기술, 재생에너지 다음으로 제일 중요하게 관심 가지고 있는 게 문화산업이에요.”

모두의 AI라는 철학

에이아이웍스의 윤석원 대표는 자신의 회사 이야기를 했다. 베트남 지사까지 포함해 170명 직원 중 60명이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경력보유 여성, 시니어 등 취약계층이다.

“모두의 AI를 제대로 하려면 철학이 필요해요.”

그는 ‘ESG AI 바우처 사업’을 제안했다. 사회문제나 환경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려는 곳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정부가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LLM 개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명확했다. “특정 기업이 주도하기보다 공익법인이나 공익기업에서 여러 기업과 학계가 힘을 합쳐 모든 사람이 공유재처럼 쓸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소셜벤처를 경제사절단에

MYSC의 김정태 대표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세 가지였다.

첫째, 해외 순방 시 경제사절단에 소셜벤처를 포함하자는 것.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아젠다가 되고 있어요. 내년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 같은 기회에 소셜벤처가 경제사절단의 품격을 높여드릴 겁니다.”

둘째, 세액공제권 거래제도.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확보한 세액공제를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2022년 IRA 이후 친환경 세액공제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게 했는데, LG는 작년에 6,700억 원의 친환경 세액공제를 거래해서 이익을 만들었어요.”

셋째, 지역 투자 시 소셜벤처 전용 펀드. 후쿠오카의 사례를 들었다. “도쿄로 이전하는 기업들을 보니 남아있는 기업 대부분이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였어요. 그래서 후쿠오카를 소셜벤처의 수도로 만들자는 비전을 선언했죠.”

이재명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제3섹터의 딜레마

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이재명은 근본적인 문제를 꺼냈다.

“민간과 공공의 경계가 점점 애매해지고 있어요.”

공익적 활동과 이윤동기의 기업활동, 그 중간쯤에서 활동하는 것이 제3섹터라고 했다. 그런데 왜 정부가 하는 복지사업 위탁을 비영리법인만 할까? 민간에게 개방해서 협력하면 안 될까?

하지만 그도 민영화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공공기능이 민영화돼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 점점 돈벌이만 하는 기업으로 변질하곤 했죠. 그 우려 때문에 아예 봉쇄가 돼버린 거예요.”

그의 해법은 AI였다. “AI시대에는 그거를 적절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경계선을 넘어가는데 탁 제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창업가형 정치인

김종규 대표가 흥미로운 말을 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창업가 마인드’예요.”

관리자형 CEO와 창업가형 CEO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여러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대전환 시기에 필요한 리더십은 창업가형 정치인이에요.”

그는 우회적으로 이재명을 평가했다. “후보님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때 하신 일들을 보니 관리자는 아니신 것 같아요.”

이재명은 웃으며 답했다. “창업가와 관리자 마인드, 이것도 재밌는 발상이네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행정가가 돼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대통령, 시장 이런 사람들은 원래 행정가가 되면 안 되고 행정가를 지휘하는 창업가형이 돼야 해요.”

마스크 5일의 기적

이재명이 자주 언급한 사례가 있었다. 마스크 공급 시스템. “5일밖에 안 걸렸어요. 정부에서 공공 발주를 해서 했으면 한 6개월에서 1년 걸렸을 거예요. 민간에게 기회를 주고 민간의 참여를 다 이끌어내서 자체적으로 해서 5일 만에 만들었죠.”

윤석원 대표가 맞장구쳤다. “정부에서 앞으로 LLM 같은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만드실 텐데, 그런 거를 만드실 때도 진짜 모두의 AI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설계가 필요해요.”

과거와의 결별

이재명은 선언했다. “과거처럼 관에 의해, 정부의 경제계획에 따라 기업들을 만들고 지원해서 집중 성장시키는 시대는 가버렸어요.”

이제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씨를 뿌리고 성장하고 성공하는 시스템과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AI 전담 수석과 AI 위원회 활성화를 말했다.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행정 책임자의 인식 능력은 한계가 있어요. 세상의 모든 문제를 잘 알지 못하죠. 이제 민간 역량이 공공 영역보다 훨씬 뛰어난 시대로, 행정의 방향을 바꿔야 해요.”

1시간 남짓. 시간이 짧았다. 이재명은 아쉬워했다. “계속하고 싶은데 빨리 가야 된다고…” 그는 “정말 감사하고 계속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났다. 참석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김종규 대표의 말을 생각했다.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면 위대한 사람이 된다.”

모순 속에서 찾는 해답

이재명이 품어야 할 상반된 생각들. 민간의 효율성과 공공의 가치. AI의 혁신과 인간의 온기. 시장경제와 사회적 가치.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 주도 성장 모델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도 “AI 전담 수석”과 “AI 위원회 활성화”라는 또 다른 정부 개입을 예고하는 모순.

하지만 이런 모순이 반드시 약점만은 아닐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교조적 일관성보다는 현실에 대한 유연한 적응력일지도 모른다. 마스크 공급 시스템을 5일 만에 구축한 그 속도와 실용주의. 동시에 복지 사각지대에서 스러져가는 이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세심함. 이 둘이 공존할 수 있을까.

“소셜 유니콘을 만들자”는 그의 다짐. 단순한 구호가 아니려면 이 모순들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업가형 정치인’의 역량이 될 것이고,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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