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295] “감정노동 없는 세상을 꿈꾼다.” 신의직장 노승태 대표
‘체리를 부르면 어떻게? ‘체리블로썸’.’
썰렁한 아재개그를 카카오톡에서 즐길 수 있는 ‘아재개그봇’이란 인공지능 채팅봇 서비스가 있다. 이 챗봇을 개발한 기업은 ‘신의직장’ 명칭의 스타트업으로 ‘클로저’라는 챗봇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신의직장에서 내놓았고, 앞으로 내놓을 서비스들은 우선 재미가 있다. 하지만 말초적 재미만을 쫓지 않는다. 이면에는 근로자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노승태 신의직장 대표를 만났다.
노승태 신의직장 대표
본인소개 부탁드린다.
직장에서는 웹 개발 업무를 했다.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신의직장을 창업했고. 올해 6월 법인 설립 후 챗봇 ‘클로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넉달 된 스타트업이다.
왜 창업했나.
기존의 불편한 문제를 재치 있게 해결해보고 싶단 마음이 컸다. 이런 생각에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개인적으론 어머니가 사업을 하셔서 보고 배운 점도 한 몫 했다.
챗봇,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것을 사업아이템으로 구상한 이유는 뭔가.
업무용 메신저 패턴을 보면 업계 소식 혹은 서비스 관련 사이트 링크를 많이 주고받는다. 그걸 쉽게 보여주는 프로젝트성 챗봇을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기업과 고객의 통로를 챗봇이 더 밝혀줄 때 서비스의 가치가 커질거란 판단이 들어 지금의 형태로 발전시켰다.
동종서비스와의 차별은 어떤 것이 있나.
차이점은 유연함이라고 본다. 우리는 모든 채팅 서비스에 연동이 되는 봇을 만들고 있다. 유사 서비스 내에서도 우리 서비스를 연동시킬 수 있다. 사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과 우리 서비스의 기본 구조는 같다. 하지만 부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본다. 우린 당장 오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를 만든다. 미래와 오늘은 다르다.
현재 우리는 누구보다 챗봇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과의 실시간 접점을 위해 챗봇을 만들고 싶어 한다. 연령대와 고객층, 업종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기에 채널에 맞는 챗봇을 내부에서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외주 업체를 구할 텐데 챗봇을 개발해 본 외주 업체는 찾기 어렵다. 우린 챗봇만을 다루기 때문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향후 인공지능까지 적용시켜 메신저로 사람이 하던 일 대부분을 봇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챗봇이 어떤 분야에 잘 활용될 수 있을까.
CS 업무를 혁신적으로 분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업무 분야 가운데 가장 노동집약적이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CS다. 이 분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사람이 적어 몰입해서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유용하다. 몰려드는 고객대응으로 정작 본 업무를 못 보는 이들을 많이 봤다. 이 부분을 훌륭히 보완해줄 거란 생각이 든다. 추가적으론 고객의 취향대로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예약시스템이 따로 없는 로컬 음식점은 챗봇으로 간단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다. 또는 수험생들의 진학 상담을 담당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익화 차원은 차치하고라도 고객과 기업의 니즈를 신속하게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서비스의 장점이다.
서비스의 첫 고객이 행정자치부다.
세금 계산서를 끊는데 다른 고객도 아니고 정부였다. 운이 좋았다. 정부 기관이라 하면 보수적이고 수직적일거란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겪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변화와 편의를 위해 빠르게 움직여 일하더라. 협력부처와는 새벽에도 대화하며 일하고 있다.
회사 이름인 신의직장 그리고 서비스 클로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일단 회사명은 기본적으로 각 분야의 신급 전문가를 모신다는 의미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우리는 인간을 위한 봇을 만들고 있지않나. 장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담은 사명이다.
클로져는 사람에 가까운 로봇 만들기, 기업입장에선 더 가까운 로봇을 만들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사명과 서비스를 동일하게 가는 것이 어떻냐고는 충고를 듣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이 둘을 따로 보고 싶다.
팀 구성이 단출하다.
대표인 나와 CTO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다. CTO와는 작년 이맘때쯤 해커톤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합이 잘 맞았고, 함께 작업한 아이템이 상을 탔다. 우리 CTO는 새 기술에 두려움이 없고 제품에 적용도 잘 한다. 개발자가 갖춰야 할 요건을 다 갖춰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다.
특히 24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롤(리그오브레전드) 메신저를 만든 장본인이다. 공식 메신저가 개발되기 한참 전에 만들었는데,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게임 접속자와 대화가 가능한 메신저였다. 유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24개국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총 24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렇게 둘이서 같이 살며 밤낮 없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인력충원에 대한 니즈가 있으리라 본다.
개발자 두 명뿐인 팀이기에 늘 아쉽다. 디자인과 마케팅 등 분야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세 번째 멤버라는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재를 모시고 싶다. 현재는 각자 100%씩 에너지를 내서 500%로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명이 더 늘어 총 1,000%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반 직장에 취업하자는 생각으론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보잘 것 없는 회사지만 가능성 있다는 걸 믿고 이 회사를 같이 키우려는 분이면 좋겠다.
선배 창업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비즈니스 모델 수립부터 사업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까지 다양한 조언을 받고 있다. 1:1과외를 받는 기분이다. 덕분에 사업 초기를 큰 어려움 없이 버텨 나가고 있다.
단기적 사업계획과 비전을 말해달라.
현재는 서비스를 만들고 고객들에게 검증 받는 단계다. 연말까지 더 많은 실증 사례를 만들어 내려 한다. 궁극적으론 좋은 이들과 함께 ‘신의직장’을 만들고 싶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나.
스타트업은 단계별 성장 전 지난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치지 않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구성원들 각자의 행복 영역을 존중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대표 노승태에게, 신의직장이란 어떤 의미인가?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회사는 나 자신 그 자체다. 평소에도 바쁘게 살아왔지만 요즘은 자는 시간 이외엔 일만 하고 있다. 절박함과는 다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이 사업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는 것 뿐이다. 현재보다 회사 모양새를 갖추고 나와 회사를 분리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있을듯 싶다.
초기 사업가인만큼 각오 한마디 부탁드린다.
감정 노동이라고 불리우는 CS 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면 가치있게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본다. 널리 보면 마음의 여유도 생길 테고. 여기 챗봇으로 기여해 사회에 큰 변화를 이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