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불어도 괜찮아’ 뜨거웠던 창작자들의 축제 현장
지난 22~24일 중국 선전시 난산지역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 선전 2016`은 첫 단추를 어렵게 꿰었다. 당초 21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태풍 하이마의 이동경로에 선전시가 있었기에 안전을 이유로 개막 전날 행사가 하루씩 뒤로 늦춰지는 결정이 내려졌다. 선전시는 21일 전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지역 대부분의 회사도 임시 휴무일으로 지정되었다. 무더위를 피해 가을 날씨에서 성대히 열겠다는 주최측의 의도가 태풍으로 인해 차질을 빚은 것이다. 메이커페어 선전은 지난해까지 매년 6월경에 열렸었다.
태풍이 잦아들긴 했지만 22일은 실내에서 열리는 포럼만이 진행되었으며, 전시와 이벤트 등 본격적인 야외 행사는 23~24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행사 마지막 날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었기에 온전히 관람객을 맞이한 날은 일요일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모객은 지난해에는 미치지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메이커페어 선전이 열린 남산구 행사장에는 첫 날에만 주최측 추산 6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사실상 하루 반나절 간의 전시기간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관객이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2006년 미국의 ‘메이크(MAKE)’지 행사에서 시작된 메이커페어(Maker Faire)는 세계 최대의 DIY 행사다. 11년간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34개국에서 메이커 행사를 개최해왔으며, 2014년까지 개최된 메이커페어 행사는총 150회가 넘는다. 동행사는 혁신과 창의적 창조의 무대로 메이커 문화를 전파하는 축제인 동시에 온가족이 모두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10월 15~16일 양일간 서울혁신파크에서 5회 행사가 열렸다.
중국 선전(심천)에서는 2012년부터 메이커페어를 개최해왔으며, 규모로만 놓고보면 세계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9만여 명은 메이커페어 역대 기록이기도 했다. 올해는 날씨의 영향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지만 여타 국가에서 펼쳐지는 행사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행사다.
이번 메이커페어는 선전 난산구(區)와 차이후오 메이커 스페이스(Chaihuo Makerspace)가 협력하여 주최했다. 행사장 내 안전, 의료시설, 화장실 등은 인프라는 시정부가 맡고 행사의 실무는 민간기관이 맡는 모양새였다.
행사에 앞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과기부, 인재개발사회보장부, 재경부, 공신부, 교육부, 중앙선전부 등과 함께 전국 쌍창(쐉창 双创) 창업주간을 선포해 중국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알리기에 열심이었다. 도로 곳곳에 리커창 총리가 주창한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깃발은 선전시 대로변에 나부끼고 있었다.
올해 메이커페어 선전은 22일 실내에서 포럼(ZAO Talks Forum)을 시작으로 조용히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전세계 메이커, 스타트업, 기업 등이 부스 형태로 참여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나 상품을 선보인 이틀날 단번에 열기를 뿜어 내었다. 또한 로봇컴뱃을 비롯해 각국 선수들의 드론 조정 실력을 겨루는 드론컴뱃 등은 관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3일 중국을 비롯해, 홍콩, 마카오에서 온 16개 팀이 참가한 로봇컴뱃의 결승 현장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어린이를 비롯해 매 경기마다 50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의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또 최대 드론 생산국이자 가장 큰 드론제조사인 DJI가 본사를 둔 지역답게 드론컴뱃 역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드론끼리 부딧쳐서 승부를 내는 경기방식이라니.
최대 메이커 행사답게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과 기업도 부스를 열고 현지 기업 및 VC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모습이었다. KOTRA가 마련한 한국관에 모인 16개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중국 관람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또 호남제주권 대학생 연합창업동아리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참여한 브이드림(V-dream)팀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행사 둘째날 자정시간까지 펼쳐진 패션쇼와 아키메이크 파티(akimake party)에는 메이크페어 포럼 강연자, 참가 기업, 직원 및 참가자가 모여 음악에 맞춰 화합하는 모습이었다.
‘협력’은 메이커들에게 중요한 단어이다. 이번 메이커페어 선전 2016은 글로벌 협력의 가능성과 중국의 혁신본능을 보여준 행사였다. 천재지변에 의해 지난해 규모에는 못 미쳤지만 규모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메이커들의 활력이 모여드는 축제로는 모자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