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도심에서 함께 만들기’ 메이커페어 선전 2018
세계에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트렌드다. 국가 경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둘러 제조업 재공업화를 추진해 선진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며, 독일은 ‘독일 2020 첨단기술 전략’과 ‘공업 4.0’을 통해 제조공장의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인도, 일본 등도 뒤질세라 제조업 업그레이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글로벌 시류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메이커 교육에도 예산이 집행 중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영역은 실패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제품 개발 및 양산 등 시간과 자금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드웨어 기업은 어렵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특별하지 않고는 투자 유치도 어렵고 소비자의 선택도 요원하다.
특히 중국의 하드웨어 기업의 양과 질은 가장 큰 경쟁 변수다. 한국을 비롯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제품과 디자인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드웨어에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여야 승산이 있다. 바이오영역처럼 상부상조해서 돕는 모델이 나와야 하드웨어 분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에서도 광둥성 선전(심천 深圳)은 혁신 제조 스타트업을 키우는 토대라 평가된다. 대규모 공장단지를 비롯해 소규모 부품생산이 가능한 소규모 공장형 기업이 활성화 되어 있기에 각국 제조 스타트업이 몰리는 추세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다.
이 도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메이커페어 선전(Maker Faire Shenzhen, MFSZ2018, 深圳制汇节)’은 선전의 제조 인프라 기반을 축제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행사다. 아울러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 메이커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다. 처음에는 소규모 전시회였으나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으로 대변되는 정부기조와 맞물려 2014년 행사를 기점으로 도시를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 메이커와 촹커(창업자)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선전서 열린 역대 메이커페어가 도심과 대학 등 넓은 야외 공간에서 개최된 것에 비해 올해는 실내 위주의 행사였다. 하지만 디자인소사이어티 건물 4개 층과 해변 공간을 테마별로 구분해 방문객의 주목성을 높였다.
행사에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영국, 스웨덴 등 28개국 300여 개의 단체와 메이커가 초대되었다. 비율로는 중국 메이커가 70%로 많았다. 3일간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9만 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2015년 20만 명 가까이 몰렸던 것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매년 1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찾는 규모있는 메이커 행사임은 분명했다.
각국 참가팀은 부스와 공연을 통해 아이디어를 뽐냈다. DIY, 3D 프린팅 등 창의력이 가미된 작품과 제품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작품 영역에서 미국의 뉴욕인터렉티브팀의 iONature:Wheat Field는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팀도 다수 참여했다. 메이커페어 서울에도 참여한 심프팀은 이번 행사에도 4달러 금고 등을 선보여 중국 관람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메이커 캠프(Maker Camp)에는 간쑤성, 베이징, 청두, 광저우 등 중국 내 지역 뿐만 아니라 캐나다, 태국, 네덜란드에서 온 지도자들이 메이커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아울러 대만, 광저우, 선전, 홍콩의 6개 단체에서 준비한 아두이노(Arduino) 교육 등 프로그램은 메이커들의 생활 방식을 보여줬다.
이외 메이커페어의 심도를 높이는 워크샵 프로그램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특히 메이커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사들을 초청되어 경험과 미래 메이커운동의 방향에 대해 공유했다. 아울러 가족 관람객을 비롯해 학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각 부스에서 진행되었다.
다만 지난 4년 간 이 행사를 관람, 취재하며 느꼈던 중국식 메이커페어의 활기는 감소된 측면이 있었다. 지난 3년의 행사가 당장 시장에 내놓아도 팔릴만한 제품, 비즈니스 연결을 추구하는 성격이었다면 올해는 교육적인 부분에 포커싱되었다. 물론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메이커페어 선전은 여전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메이커들의 활력이 모이는 축제였다. 그리고 여전히 글로벌 메이커 간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메이커페어 선전 2018을 이미지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