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보수화, 부익부 빈익빈 현상’ 투자동향으로 살펴보는 국내외 스타트업 생태계
근래 몇년 스타트업으로 대변되는 창업이 세계의 화두다. 민간주도의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중국의 대중창업, 만중혁신 시범기지, 영국의 테크시티, 프랑스의 프렌치테크티켓, 칠레의 스타트업 칠레 등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육성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각 나라마다 스타트업이 향후 국가경제를 이끄는 동력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현상이나 트랜드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정치적 이슈의 영향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삭감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고, 투자경색 움직임도 뒤따르고 있다. 스타트업은 이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며 창업 생태계의 악영향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느끼는 창업 생태계의 움직임은 어떨까?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파트너가 25일 매쉬업엔젤스 스타트업 서밋에서 이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대표 파트너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적 현황
지난해에 비교해 올해도 여전히 많은 신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몇 번의 피보팅(사업 아이템 변경) 이후 성과를 도출하는 곳, 내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팀들은 많지만, 아쉬운 부분은 비즈니스 아이템의 포화현상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다. 신선한 아이템의 등장이 예전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 차별성이 적은 상태에서 기존 경쟁사가 있는 영역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차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 버티컬한 시장에 들어가 J커브의 성장을 하는 스타트업이 되기보다 시장성 차원에 자영업 규모로 축소되는 한계 사례도 보인다.
테크 스타트업의 수가 대폭 증가했다. 매쉬업 엔젤스가 테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올해 테크스타트업의 수가 두 배 늘었다. 그리고 다수의 좋은 팀이 테크스타트업에 도전중이다. 여기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기술력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화, 고도화가 덜 되어 있다는 단점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도전 스타트업도 증가하고있다. 미국이나 중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쪽을 보는 경향이 늘고 있다.
분야별 스타트업 현황
-광고(AD) 스타트업의 경우 에코마케팅, 퓨처스트림 등 코스닥 상장 사례가 나왔다. 커머스는 타분야에 비해 빠른 매출 증가세가 보이지만 영업이익이 생각보다 지연되는 부분이 숙제다.
-핀테크는 O2O에 이어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있다. 이중에 P2P대출의 경우 업계에서는 업체당 연 1억까지 투자 한도를 예상을 한 반면에 1천만 원으로 한도가 낮춰져서 해당 기업들의 실망감이 있다. 이러한 규제완화가 성장의 숙제로 보인다.
-O2O 분야는 지난 1년 간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뛰어든 영역이다. 다만 카카오가 어느 영역에 투자한다는 루머만 나와도 해당영역 스타트업에게 큰 여파가 미쳤었다. 최근 카카오가 플랫폼화를 선언함으로써 약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커머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비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영영에서 MCN이 피크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과열양상이었지만 올해는 다소 꺽인 추세다. MCN기업들이 커머스와 손잡고 타겟을 중국쪽으로 잡고있다. 이 외에도 여러 콘텐츠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올해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그리드잇(오늘뭐먹지)은 50억 투자유치를 하기도 했다. 1인 가구 시장이 늘어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부 인디게임들이 선방을 하고있지만 게임쪽은 최근에 투자건수 감소 추세다. 인공지능(AI) 분야는 기술분야 중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다. 다만 국내에 관련 스타트업 자체가 적은편이다.
-VR이나 AR 또한 각광은 받고있지만 모수가 적다. 이 분야는 개인이 소유하는 보급형기기가 대세가 될 것인지 아니면 테마파크 등에 설치되는 전문형 기기가 대세가 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성장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확실한 것은 마니아층이 많기 때문에 ARPPU((지불 유저 별 결제금액)는 상당히 높을것이다.
-IoT는 B2C쪽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IoT는 B2B쪽에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영역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ICT가 아닌 바이오쪽은 기술특례, 성장성 특례가 추가되면서 코스닥 상장이 용이해졌다. 기술분야 중 가장 많이 상장이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투자자들도 관심이 많다.
국내 투자 생태계 현황
플래텀에서 발표한 스타트업 투자동향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 하자면, 2015년과 2016년 1~7월까지 누적 통계를 보면 투자금액과 건수는 올해 더 늘었다. 또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벤처 투자동향을 보면 투자금액(4.5%)은 줄었지만 투자건수(10.7%)는 늘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앞서 말한 숫자와는 조금 다르다. 주변 투자자들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스타트업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기업 밸류에이션도 작년보다는 다소 다운되는 경향이다. 초기VC의 경우 과거에는 서비스 지표만으로 투자를 집행했지만, 근래는 수익모델까지 검증하는 추세다.
보수적인 경향이 있기에 클럽딜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들어 VC 단독으로 7억 투자하기보다 4억+3억식으로 두 군데, 혹은 세 군데 VC가 함께 투자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시리즈B 투자도 덩달아 검증이 강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성과 확장성을 감안하면 시리즈B 투자유치 정도는 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그런 측면에서 시리즈B 유치를 못 하면 스타트업은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여차하면 영업이익을 맞추던지,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다 그런것은 아니다. 여전히 괜찮은 스타트업은 VC들끼리 경쟁이 펼쳐진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마이크로VC가 새로 생겨나면서 프리시리즈A 단계에서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투자 단계를 건너뛰고 투자유치를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마이크로VC, 프리시리즈A VC, 시리즈A VC간 경계 파괴되고 있다.
국내 투자 생태계의 특이사항 몇 가지
투자의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시리즈B/C 투자를 하다 작년에 시리즈A 단계로 내려왔던 VC들이 다시 시리즈B/C로 회귀하는 현상이 보인다. 일부 VC들은 ICT 분야에서 한계를 느끼고 바이오와 제조 등 다른 분야로 관심이동을 하는 중이기도 하다. 바이오가 상장조건 완화와 정부지원 등 환경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ICT분야에서도 AD분야 외 상장사례가 생겨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
은행/증권사의 공격적인 시리즈A 투자를 진행중이다. VC와의 만남에서 투자까지 최소 3개월 정도 걸리는 것에 반해 첫 번째 미팅부터 투자결정까지 1개월 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테크 스타트업은 예나 지금이나 초기 투자유치가 험난하다. 어느정도 성과가 나서 매출을 보여줘도 시리즈B 단계에서 투자하겠다는 VC들 경향이 있다. 시리즈A 단계에서부터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로 대다수의 기술 심사역들이 ICT보다 바이오나 제조쪽에 대한 심사를 더 많이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테크스타트업은 재무적 투자보다는 전략적 투자가 용이해 보인다.
역시나 가장 큰 숙제는 엑싯(투자회수)이다. 결국 IPO이냐, M&A냐인데, 우리나라에서 IPO는 활성화가 잘 되어있지 않다. 개선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관련 제도의 규제가 더 완화되어야 활성화 되리라 본다.
투자계약서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특히 포스트머니 산정, 경영실패에 대한 다소 애매한 규정, 연대보증 등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내 정부 정책 현황
신규정책으로 작년 12월 마이크로 VC 펀드의 결성되어 액셀러레이터와 초기 VC 사이의 프리시리즈A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그리고 올해 5월 액셀러레이터 관련법안 통과되었다. 이 법안에는 세제혜택과 펀드조성에 대한 근거가 들어가 있다. 시행령이 나오면 내년에 더 활발해 지리라 본다.
하지만 일부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 앞서 말했듯이 코스닥상장 규제 완화를 해준다면 투자자들도 엑싯이 용이해지기에 투자가 더 활성화 되지 않을까 싶다. 핀테크쪽과 O2O도 규제완화가 일부 필요하다.
또 국내외 정국 혼란으로 인한 스타트업 생태계 영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투자동향으로 살펴보는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
해외 액셀러레이터 현황을 보면 2015년부터 유럽, 중동을 제외한 지역의 신규 액셀러레이터 수가 하향세다.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스타트업 과열이 다소 꺽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액셀러레이터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러 자료를 보면 미국의 투자 생태계는 지난해에 비해 2016년이 크게 꺽인 것은 없다. 다만 건수는 전 영역에서 하향세다. 투자금액도 유니콘기업에 투자한 것을 제외하면 규모자체도가 줄었다. 여기서도 ‘위너 테이크 잇 올'(Winner Takes It All)이다. 중국의 BAT도 작년을 기점으로 올해 투자 기세가 꺾였다.
통계자료를 제외하고 업계 동료 등 실리콘밸리 현지 VC가 체감하는 동향을 들어보면, 미국 스타트업 중 시리즈B/C 투자유치 실패로 인한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 투자 열기가 식었다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엔젤과 시리즈A투자유치도 보수화와 난이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라는 YC(와이콤비네이터) 졸업 기업은 과거 거의 무조건 투자를 받았지만, 현재는 극히 일부만이 투자유치를 한다. 투자유치 성공률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에 중국계 기업의 투자가 늘고있다. 그리고 미대선 영향으로 미국 정부 정책의 영향에 따라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투자동향으로 살펴보는 중국과 일본의 스타트업 동향
2015년 상반기와 2016년 상반기를 비교해 보면 중국스타트업도 금액은 늘었지만 투자건수는 줄어들었다. 투자자체 추이를 보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보수화 되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현황과 유사하다. 자금난으로 인해 잘 나가던 기업들의 폐업의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BAT는 여전히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중이다.
중국 창업 생태계의 가장 큰 장점은 시리즈B 이후 BAT와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경쟁해 M&A가 활발하고 중국은 BAT가 중심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부러운 상황이다.
일본은 조금 다른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특징은 로켈비즈니스가 잘 되고,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판매가 용이한 시장이라는 거다. 더불어 펀드부분에서 투자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현재 과열양상이라는 것이다. 펀드가 과열되고 있기에 내년부터는 일본 투자자가 한국 등 해외기업에 관심 영역을 넓힐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창업을 한다면 IoT 혹은 공유경제
매쉬업엔젤스의 배치 스타트업 49개 팀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시 창업을 한다면 IoT/클라우드, 공유경제, 이커머스, ICT융합 분야 순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답변이 많았다. 배치팀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팀에 대한 설문에는 드라마앤컴퍼니, 눔, 스타일쉐어, 텐핑 순이었다.
한편 2013년에 결성된 매쉬업엔젤스는 이택경 대표를 비롯해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 민윤정 코노랩스 대표 등 5명의 파트너 및 매쉬업부스터로 명명된 전문 경영지원 협력사로 구성되어 있는 ICT분야에 특화된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그간 배치 3기 49개 팀에 투자 및 액셀러레이션을 진행해왔으며 현재까지 누적 후속투자유치는 880억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