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이노베이션 웨어러블 월드컵’ 결승 진출한 ‘루퍼’ 이야기
‘내가 엔지니어 체질은 아니구나.’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이용우 대표는 대외활동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적성을 발견했다. 직원 수 50명, 연 매출 80억 원에 달하는 경제 교육 회사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다가 팀장 자리에까지 오르면서 경영 전반을 익힐 기회를 얻었던 것.
가속도가 붙은 그는, 과연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부딪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여러 기업의 대학생 프로그램에 도전하였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까지 받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취업’보다 ‘주도적인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 그에겐 아직 경험해보고 싶은 게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교동 사무실을 찾았다.
지금의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계기
창업을 결심했던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은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를 위한 응급상황 알림 웨어러블 팔찌였다. 그러나 기술 개발 후 사업화에 실패하였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그 기술을 제품으로 만드는 건 천지 차이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최고의 기술만이 답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작은 기술이더라도 얼마나 우리 삶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았다.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진 투박하고 큰 기기는, 신기할 순 있어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기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의 사업팀을 꾸릴 때는 디자이너들을 먼저 모았다. 그리고 IoT 기술을 접목한 지금의 패션 아이템으로 피보팅(pivoting)하였다.
디자이너를 먼저 모았다고.
초기에 개발자 팀원들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무슨 IT 회사에 디자이너밖에 없느냐.”고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 나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앞으로 디자이너의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젠 IT도 명품 같은 아이덴티티 유지가 필요하고, 그걸 만들어가면서 성장해나가야 한다.
기술은 평준화되고 있고, 그 회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는 게 나는 디자인이라고 본다. 기술을 삶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디자인이다. 그래서 디자인과 기술을 갖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IDIO(I Discover Invisible Opportunities)라는 회사명을 지었고, ‘삶을 향하는 기술(Tech To Life)’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제품을 소개해달라.
‘루퍼(Looper)‘는 블루투스 통신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소지품 분실을 예방하는 스마트 패션 액세서리이다. 핸드백, 차 키, 지갑 등 다양한 소품에 부착할 수 있는 패션 액세서리 형태로 개발되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루퍼가 달린 분실물을 찾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루퍼의 내장 버튼을 눌러 스마트폰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루퍼가 아니더라도 저전력 블루투스(BLE)가 내장된 제품이라면 앱과 연동되어 사용자에게서 멀어졌을 때 똑같이 분실 알림을 줄 수 있다.
한편, 보조 기능으로는 3가지가 있다. 첫째, 회의 중이거나 영화관에서 가방을 놓고 화장실에 갈 때 매너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둘째, 휴대폰을 기준으로 마지막으로 페어링 되었던 곳을 GPS로 보여줘서 그 공간의 30m 반경 안에서 분실물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분실 위치 지도를 친구들에게 문자나 SNS로 공유하여 같이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열쇠고리에 어떤 IoT 기술을 담았나.
작은 액세서리에 칩과 배터리를 넣으려면 무엇보다 작은 배터리를 써야만 한다. 일반 편의점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작은 코인 배터리 말이다. 그리고 이 작은 배터리로도 기존 배터리와 같은 퍼포먼스를 내려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상황인지 알고리즘’이라는 걸 만들어 특허 출원을 했다.
상황인지 알고리즘이란,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블루투스 신호 주기를 어떤 때에는 빠르게, 어떤 때에는 천천히 주어 배터리 소모량을 조절함으로써 효율적인 사용성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집에서 수면 중인 시간에는 신호 주기가 빠를 필요가 없다. 만약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을 수면시간으로 치면, 배터리 소모량의 3분의 1 정도를 줄일 수 있다.
앞서 말한 기술만큼 디자인 개발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최고급 이탈리안 가죽을 사용하여 비비드 컬러톤과 파스텔 컬러톤의 태슬을 만들었고, 금속 공예 작업에서 착안한 액세서리 상단 부분을 디자인했다. 참고로 태슬 형태 제품에 통신 기술을 넣는 것도 특허 출원을 해놓은 상태이다.
국내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시했다고.
지난 7월 전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목표 펀딩 금액 대비 130%를 달성하여 총 19개국에 5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였다. 11월에는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출시 6시간 만에 목표 펀딩 금액 100%를 달성하여 국내 시장성 검증도 완료하였다. 이에 따라 각각 내년 1월 말과 3월 초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선주문 고객들에게 제품을 배송할 예정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케팅, 양산 등 제품 출시를 위한 전 과정의 준비를 경험했고, 이 때문에 더 빠른 출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고객들은 “선물하기에 딱 좋은 것 같다.”고 했고, 분실 방지뿐만 아니라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차 키 등을 찾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느꼈던 건 브랜딩의 어려움이었다. 크라우드펀딩 참여자분들은 물건을 사준다기보다는 후원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제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성이 전달돼야지만 사준다. 아직 있지도 않은 제품을 5만여 원을 주고 살 리가 없지 않은가. 고객이라기보다는 우리의 팬인 셈이고, 상당히 중요한 분들이라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우리가 아무것도 없을 때 도와준 분들이니까.
달리 보면 크라우드펀딩은 준비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덤볐다가는 자칫 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배웠다. 모금에 실패하거나 납품기일을 못 맞추면, 그 실패 이력이 플랫폼에서 지워지지 않고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된다.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향후 계획 및 목표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를 가리는 2016/2017 ‘이노베이션 웨어러블 월드컵‘에 한국 기업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였다. 그래서 오는 2월 7일, 독일 뮌헨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패션에 IoT 기술을 접목한 브랜드를 만드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이다. 열쇠고리뿐만 아니라 카드지갑, 파우치, 선글라스 등 다양한 패션 제품에 접목할 수 있고, 실제로도 이와 관련한 협업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내년 제품 양산을 통해 루퍼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원문 : [찾아가는 인터뷰 93] 한국 최초 ‘이노베이션 웨어러블 월드컵’ 결승 진출한 ‘루퍼’ 이야기
안경은 앱센터 외부필진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즐깁니다. 글로 정리해 사람들과 공유할 때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