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만 아니라 올 한 해 중국 스타트업, IT 업계도 부침을 겪은 2016년 이었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여전히 활발히 투자를 진행했으나 지난해처럼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또 초기 승승장구하던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는 사례도 발생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역동적인 한 해였다.
2016년 한해 중국 스타트업과 ICT 영역에서 회자가 된 10대 사건을 살펴봤다.
디디추싱&우버차이나 합병
8월 1일, 중국 양대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우버차이나(优步中国)가 합병을 발표했다. 양사의 합병으로 디디추싱의 시장점유율은 90%를 상회하며 택시 등 차량 공유 서비스 영역에서 천하통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합병 후 기업가치는 무려 350억 달러(약 39조 원)다.
디디추싱과 우버의 합병은 3년간 지속된 차량공유서비스의 출혈 경쟁의 종지부를 찍은데에 의의가 있다. 디디추싱은 외부 경쟁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해 독점 기업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다만 어느 나라든 독점기업에 뒤따르는 정부의 규제가 남아있다. 이번 합병 후 중국 정부는 ‘인터넷 콜택시 경영 서비스 관리 규정(网约车经营服务管理办法征求意见稿)’을 발표하고 운전자 자격을 해당 도시(1선 도시)의 호구를 가진 자로 제한 하는 등 규제 수준을 높였다. 이러한 규제는 인터넷 콜택시 수량 급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편 양사의 합병으로 최대 이익을 보고 있는 곳은 디디추싱이 아니라 중국 인터넷 결제 서비스 업체인 즈푸바오(支付宝)와 웨이신즈푸(微信支付)라는 평가도 있다. 차량공유, 음식배달 등 O2O 서비스의 보급에 힘입어 즈푸바오, 웨이신즈푸(微信支付)의 저변이 확연히 넓어졌기 때문이다.
바이두 허위 의료 광고, 웨이쩌시 사망
올해 4월 12일, 21세 대학생 웨이쩌시(魏则西)는 활막육종이라는 희귀병으로 2년 동안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병환에 차도가 없자 바이두(百度) 추천 검색을 통해 알게된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생물면역 치료법’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는 치료를 위해 약 20만 위안(약 3천 600만 원)을 썼지만, 몇 달 뒤 암세포가 폐까지 전이돼 숨진다. 문제는 해당 치료법이 임상실험 조차 이뤄지지 않는 엉터리 치료법이라고 밝혀지면서다. 이 사건으로 바이두는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신뢰성과 도덕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웨이쩌시 사망 사건으로 바이두는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의료 관련 광고를 전면 중단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 감소라는 큰 손실을 입었다. 이보다 더 큰 손해는 바이두가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데 있었다. 해당 사건으로 바이두는 물론 중국 전체 포털의 상업성과 도덕성이 논의되는 계기가 되었다.
파피장, 1,200만 위안 투자 유치
3월 19일, 왕홍 파피장(Papi酱)은 쩐거지진(真格基金) 등으로부터 1,200만 위안(약 22억 원)을 투자 받았다. 파피장은 중국 중앙희극학원 재학 시절 메이파이(美拍), 먀오파이(秒拍) 등 동영상 플랫폼에 자체 제작 영상을 올리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온라인 빅마우스다. 방송 시작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2,000만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면서 2016년 최고 왕홍으로 평가 받았다. 투자 유치 후 파피장은 자신의 영상에 들어갈 광고 상품을 경매로 내놨고, 2200만 위안(약 38억 3천만 원)규모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활동 중인 왕홍만 100만 이상으로 집계되는 치열한 경쟁에서 파피장의 인기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3월 쩐거지진과 함께 파피장에게 투자한 루어지쓰웨이(逻辑思维)는 파피장에게 투자한 것이 올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언급했다.
17세 창업자, 션치바이화 폐업
어린 나이(17세)에 창업을 한 대표로 인해 한동안 중국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션치바이화(神奇百货)가 최근 회사 홈페이지 문을 닫았다. 션치바이화에 투자한 엔젤 투자사인 촹신구(创新谷)는 ‘션치바이화를 포기했다’고 언급하며 ‘지우링우허우(95后, 1995년 이후 출생자) 창업 열풍은 헤프닝’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은 중국 창업 열풍 그래프가 꺽인 해로 기록될듯 하다. 스타덤에 오른 지우링허우(90后) 창업자, 심지어 링링허우(00后)의 청년 창업자들이 하나 둘씩 실패를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장미빛으로만 표현되던 중국 청년창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투자자들의 성급한 결정, 그리고 창업 스타를 만드는데만 몰입한 언론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중국에서 인터넷 관련 창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인건비, 운영비 등 필요한 자본금이 높은 편이다. 자금력이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20세 전후 청년들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이다.
즈푸바오, ‘샤오위엔르찌’ 폐쇄
현재 중국 소셜네트워크는 상품 홍보 및 판매의 주요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즈푸바오(支付宝, 알리페이)는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 기능과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경쟁자인 웨이신즈푸(微信支付, 위챗페이)가 웨이신 홍빠오(红包)의 대박으로 다수의 즈푸바오 사용자를 웨이신즈푸로 끌어들인 것이 컸다. 발등에 불 떨어진 알리바바는 급하게 소셜네트워크의 기능 도입하기 위해 즈푸바오에 ‘샤오위엔르찌(校园日记, 학원일기)’, ‘바이링르찌(白领日记, 화이트칼라의 일기)’등의 커뮤니티를 개설한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커뮤니티에서 선정성 이슈가 터지면서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즈푸바오 운영사인 마이찐푸(蚂蚁金服)는 이 두 커뮤니티를 패쇄했다.
여성 전문 온라인 쇼핑몰 3사, 모구제(蘑菇街), 메이리슈어(美丽说), 타오스제(淘世界) 합병
6월 15일, 모구제(蘑菇街), 메이리슈어(美丽说), 타오스제(淘世界) 3사가 합병을 발표하면서 저소득에서 고소득 층을 커버할 수 있는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3사의 합병은 앞서 언급한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합병, 메이퇀(美团)과 다종디엔핑(大众点评)의 합병처럼 파급력이 크진 않았지만,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연합으로 관련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2년 동안 중국에서는 수많은 M&A가 이루어졌다. 이는 중국의 인터넷 관련 산업이 이미 성숙 단계로 자원이 큰 기업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징동, 이하오디엔(1号店) 95억 위안에 인수
6월 21일, 징동(京东)은 세계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이를통해 징동은 월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인 이하오디엔(1号店)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하오디엔은 그저 양사 합작의 첫 단추일 뿐이다. 징동은 이하오디엔 인수를 기점으로 월마트와 연합해 알리바바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알리바바와 징동은 부동의 선두 기업이다. 여타 기업은 자신의 영역에서 확장을 꾀할뿐 이 1, 2위 업체를 쫓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더 이상 염가의 제품이 아닌 고품질과 물류 시스템을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는다. 징동은 드론택배 도입 등 물류와 유통부분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웨이신즈푸, 즈푸바오 현금 인출 서비스 수수료 부과
3월 1일부터 웨이신은 웨이신즈푸 사용자당 현금인출 누적 금액 1,000위안(약 18만 원)까지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1,000위안 초과부터는 0.1%의 수수료가 적용되어 건별 최소 0.1 위안의 수수료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즈푸바오 역시 10월 12일부터 개인 사용자의 2만 위안 이상 되는 현금 인출에 대해 0.1%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웨이신즈푸와 즈푸바오의 이어지는 수수료 부과는 중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현재 생활 전반에 보급된 웨이신즈푸와 즈푸바오는 유력 결제 수단이 된 상황이다. 게다가 결제 서비스와 연결된 플랫폼의 강점으로 사용자들이 수수료 부과를 핑계로 발길을 끊지 않을거라는 평가다. 실제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중국 인터넷 업계는 하나 둘씩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을 중단하는 추세다.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의 허위 광고, 성난 여론
8월 15일, 메이퇀(美团),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卖), 어러머(饿了么) 등 메이저 음식 배달 플랫폼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유는 메이퇀과 어러머가 무허가 식당을 통해 서비스를 했고, 자격 미달인 식당이 판매 상위 5위에 들도록 했다는 것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저변이 넓어진 O2O 서비스다. 수십 개의 유력 서비스가 출혈 경쟁을 펼쳐 현재 바이두와이마이, 메이퇀, 어러머 등 메이저 3사만인 살아 남았다. 다만 기존 음식 배달 서비스를 모방하는 산자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늘어면서 메이저 3사도 살아남기 위한 방책으로 심사 기준을 낮춰 입점사를 늘리다 적발된 것이다. 그동안 음식 배달 플랫폼에 투자된 누적 금액은 최소 50억 달러(약 6조 380억 원)로 더 이상 추가 투자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안으로는 수익모델 창출 혹은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거론되는 중이다.
인터넷 대출, 중국 정부의 규제
8월 24일,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银监会)는 ‘인터넷 대출 중개업 활동 관리에 대한 잠정 조치(网络借贷信息中介机构业务活动管理暂行办法)’을 발표하며 고객의 자금에 대해 3자 예탁을 실시하고, 관리와 감독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금 예탁 기관과 인터넷 대출 기업은 각자의 업무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 2년간 다소 무분별하게 성행해온 인터넷 금융 업계에 제동을 것은 규제다. 이로인해 중국 P2P 업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거나, 수익을 조정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가지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폐업하는 기업도 나올거라는 전망이다.
이번 규제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편으로 건실한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와 함께 선두 기업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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