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분야가 인도네시아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은 시기는 불과 3년. 업력이 길지 않은 동남아 ICT시장에서 성공이라 평가받는 기업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더더군다나 한국업체의 사례는 정말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ICT 시장은 게임으로 시작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기업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혹은 게임업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PT.KREON (이하 크레온)입니다. 크레온은 2007년 IT의 불모지와 같았던 인도네시아에서 게임 퍼블리싱 사업으로 출사표를 던져 뿌리를 내린 기업입니다. 크레온은 거의 10년 가까이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 내 FPS, RPG 등의 게임장르를 석권하였고, 20만명이 넘는 동시접속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입니다. 한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터넷 트레픽을 많이 잡아 먹는 회사로도 불렸죠.
해외에서의 성공은 운도 일부분 작용하겠지만, 기업의 피나는 노력과 시장을 보는 안목, 추진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현지화가 함께 이루어지지 못하면 결코 이루어 내기 힘든 결과입니다. 크레온이 어떻게 인도네시아 시장에 안착했는지 크레온에서 기획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용진 실장을 만나봤습니다.
크레온 사무실 전경
크레온(Kreon)이라는 명칭은 어떤 의미인가요?
‘Creative On’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C를 쓰면 발음이 ‘ㅉ’가 되어서 Creon이 아닌 Kreon으로 씁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면 회사명 발음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필자 주) 딩고로 유명한 한국업체인 ‘Make us’가 인도네시아에서는 ‘마케우스’로 불리고 있습니다.
크레온은 왜 인도네시아 진출을 선택했나요?
창업자 중 몇 분이 솔루션을 납품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왔다가 시장 잠재력과 비즈니스 가능성을 봤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에 먼저 들어온 멤버가 자리를 잡고 관련 영역에 니즈가 생기면서 CTO 등이 추가로 넘어 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자리를 잡기 위한 초기 전략과 현재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초기에는 현지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고,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처음에 서비스한 2개 게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서 자금압박을 겪기도 했고요. 그러다 ‘포인트 블랭크’가 큰 호응을 받으며 시장에서 어렵사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쟁쟁한 FPS 게임들이 있었음에도 포인트 블랭크가 인도네시아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타임머신 전략과 시장선점, 현지화 정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크레온은 한국에서 게임 시장의 발전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게임 시장이 태동중인 인도네시아에서 상황 예측이 가능했어요. 또한 이 시장에서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인지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로컬법인을 설립하여 현지에서 생기는 모든 난관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PC 및 네트워크 환경을 고려하여 게임 클라이언트 사이즈를 조금이라도 작게 만들려고 했어요. 그리고 소득이 낮은 현지 유저들의 특성을 감안해 한국적인 과금 관행을 폐지하고 현지화 된 기간제 아이템을 선보였죠. 그런 과정을 통해 FPS 슈팅게임 장르에서 국민게임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크레온은 일종의 타임머신 효과로 시의적절하게 시장에 진입했고,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심도있는 현지화 전략으로 방어를 했어요. 우리의 성과에는 다양한 전략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자들과 팀원들의 근성도 있었다고 봐요. 해외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수 많은 복병들을 만나게 되고, 이 모든 복병들은 시간과 비용으로 무게를 감당해야만 합니다. 밀림 숲을 헤쳐 나가듯 하나하나 해결해 갔던 초기 멤버들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지금의 크레온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체득된 노하우가 싱가폴, 말레이시아로 거점을 확장할 때에 여지없이 발휘되었고요.
근래 많은 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황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최근 인도네시아 게임시장도 모바일로 트랜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어 가고 있고, 그 중심에는 텐센트와 같은 중국의 거대자본이 있습니다. 이젠 특정시장에서 오랫동안 선두를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크레온의 수성전략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항상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새로운 시장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요. 크레온은 이미 모바일게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요. 동남아 로컬 보드게임 시장을 잡기위해 발리에 독자적으로 스튜디오를 구축했고, 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Diamond Capsa Susun”이라는 게임이 인도네시아에서 분야 매출 상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크레온의 가장 큰 수입원인 온라인게임들도 2015년부터 인도네시아를 넘어 싱가폴,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는 등 시장확대를 하고 있어요. 진출로 끝난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에서 FPS 장르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죠. 불과 6개월만에 말이죠.
인도네시아 PC방 ‘와르넷’ 전경.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크레온은 바닥에서부터 사업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텐데요.
인도네시아에서는 PC방을 ‘와르넷’이라고 부르는 데, 한국의 PC방처럼 식별하기가 쉽지 않고 열악해요. 초창기에는 와르넷의 위치 자료 등 DB가 없었기에 수소문해가며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와르넷을 직접 찾아 다녔습니다. 한국처럼 CDN 서비스가 잘 발달된 나라가 아닌지라 신규 게임CD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PC에 설치하고 일일이 포스터를 부착하며 신규게임 시연과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와르넷 업주들에게 쫓겨나는 것도 다반사였고요. 불과 몇년 전 이야기에요. 하지만 현재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 와르넷 업주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어요. 우리 게임들이 그들의 수익성을 높여준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PC 등 설비 사양이나 시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어요.
그리고 인도네시아 결제시장이 워낙 열악하고, 신용카드 결제문화가 발달되지 않아서 현지 PG업체를 찾는 것도 큰 일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선불카드(바우처)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전국을 발로 뛰면서 유통시켰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핀테크 사업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늘고있는 추세인데요. 시장 흐름을 잘 읽었다고 봐요. 아직도 인도네시아 시골에는 한국 돈 천원도 안되는 10,000루피아 짜리 종이 바우처를 팔고 다니는 장사치들이 있고, 전체 판매량은 무시 못할 수준입니다.
한 가지 자랑을 하자면, 인도네시아의 IDC 경쟁력이나 서비스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데에 있어 크레온이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저희가 진출했을 당시 인도네시아의 IDC는 항온항습이 안되는 것은 다반사였고, 더 큰 문제는 수시로 IDC 건물내 전기가 끊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크레온 SE팀 직원들이 밤낮 없이 IDC로 출동해 수습을 진행했는데, IDC 직원들이 신기하게 봤어요. 전기가 끊기는 이슈로 인해 IDC에 긴급 대응하러 뛰어간 업체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IT업체나 스타트업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큰 돌은 잘 피해 가는데 작은 돌에 넘어진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업에서 예측은 중요한 부분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예측한 대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항상 자신의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틀렸을 경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늘 준비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복병은 차고 넘칩니다. 과거에는 인건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최저임금 상승, 4대보험 등 준조세 증가로 그 부분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져 가고 있어요. 더불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현지 인재를 찾는 것도 일입니다. 인도네시아 파트너사와 에이전트를 믿고 일을 맡겨 두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인 투자촉진 정책을 연일 쏟아내지만 정작 일선 하급 기관에서는 그게 무슨 정책인지도 모르는 일이 허다해요. 반대의 경우도 많고요. 이민 정책들이 아무런 공지 없이 별안간 시행해 버리기도 하고, 아주 터프하게 집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뒷돈을 요구하는 공무원들 역시 많습니다. 사전에 투자 및 사업전략을 철저히 수립하고 진출하더라도 현지에서 작은 변수들을 간과하거나 직접 챙기지 않으면 비즈니스 진행 자체에 큰 타격을 받거나 상당히 지연될 수 있습니다.
10년전 크레온이 이 시장에 도전했던 마음가짐이나 지금 진출하는 스타트업의 도전정신에는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전히 기회의 땅이고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시장입니다. 인도네시아를 경험해 보니, 어느 분야든 한번 자리를 잘 잡으면 국민 성향상 유행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롱런합니다. 게임서비스 내 CS업무를 하면서 체감한 것입니다만, 인도네시아처럼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국민이 없어요.
크레온이 주최한 게임대회 진행 모습
크레온의 향후 사업방향이나 지향점에 대해서 이야기 부탁 드립니다.
크레온의 1기가 온라인 게임 퍼플리싱으로 반향을 일으켰다면, 2기의 목표는 비즈니스 다변화를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에 중국 스마트폰이 다량 공급되어, 블랙베리가 아닌 스마트폰을 국민이 소유하게 된 것은 아주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향후 2~3년내에 첨단 기술과 다양한 컨텐츠들이 접목되면서, 인도네시아 모바일 시장은 쇼핑분야, 핀테크 분야, 모바일 서비스나 게임시장에서 급상승하는 시기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큰 파도가 몰려오는 것이지요. 크레온은 이 파도에 올라 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모바일 게임분야에서 동남아시아 점유율 확장을 도모하고, 온라인 게임분야에서 인도네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거점을 발판으로 태국, 베트남까지 진출하여 중국 자본과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입니다. 또한 게임시장 이외에도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검토중인 한국 모바일서비스 업체들의 제안들을 현재 사안별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술과 서비스 운영 경험에 인도네시아에서 쌓아온 크레온의 현지화와 매니지먼트 능력이 합쳐지면 시장 내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한국 게임 개발자들이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도전정신을 가지고 조금만 눈을 돌려 본다면, 한국 외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근일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크레온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상훈 커머스링크인터네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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