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와이콤비네이터에서 3개월 간 배운 것

해외 유명 창업 교육 기관(Accelerator)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고 돌아오는 국내 스타트업의 수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뷰티 커머스 기업인 미미박스가 2014년 실리콘밸리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 보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같은 해에는 마이쿤이 500스타트업(500startups)을, 2015년 IoT 기업 비트파인더가 뉴욕의 테크스타즈(Techstars)를 각각 졸업했다.

이와 같은 해외 액셀러레이팅 참여가, 그 기업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를 넘어 국외 시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눈을 열고, 해외 네트워크의 첫 단추를 끼우기에 이만한 기회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미박스 외에도 두 개의 국내 스타트업이 지난해와 올해 YC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가사도우미 O2O 서비스 ‘미소(miso)’와 레슨 중개 서비스 ‘숨고(soomgo)’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경험한 YC만의 교육 철학은 무엇일까. 미소 빅터 칭 대표와 숨고 김로빈 대표를 한 자리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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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김로빈 대표(좌) / 미소 빅터 칭 대표(우)

두 기업 모두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엑셀러레이터, 그중에서도 YC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소 : 난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랐고 일리노이 대학을 졸업했으며, 첫 직장 생활도 미국에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늘 YC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미소 창업 초기에 투자자 미팅을 가졌는데, 당시에는 카카오도 시장에 들어오겠다고 선언했던 시기였고 유사 업체가 폐업한 사례도 있어서 모두들 망설이더라. 영어 소통도 가능하고 해외 인맥이 있으니 해외 투자 유치를 준비해보자고 생각한 게 계기가 됐다. 사실 YC에는 4수 끝에 합격한 것이다.

숨고 : YC는 미 포브스지에서 선정한 탑 100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중 1위 기관이고, 하버드 MBA 보다 경쟁율이 치열하다. 그 명성에 걸맞게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과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막강한 동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스타트업을 이끌다 보면 늘 앞이 캄캄한데, YC는 전 세계에서 온 스타트업 1,000여개 이상을 육성했고, 그들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2005년부터 10년 이상 연구해온 곳이다. 먼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멘토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지원하게 됐다. 

YC 지원서 작성 과정 중에 인상 깊었던 질문이나 평가 기준이 있었다면. 

숨고 : YC의 경우 공동창업자들은 누구이며,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이 지원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또 회사 이름으로 지원서 1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창업자 3명이 각자 작성하여 취합하고 제출하게 된다. 지원서를 보면 초기 스타트업의 핵심은 ‘창업자들 그 자신’이라는 관점이 녹아들어 있다. 

창업 초기에는 대다수 기업이 그들이 개발하는 제품에 대한 시장성(product market fit)을 확실히 입증해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YC는 개발 아이템 보다, 핵심 멤버들의 유연성이나 대처력을 더욱 중요하게 본다.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시장 상황의 변동이나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에 대해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길면 10년 이상 온갖 고생을 해야하는 험난한 여정이기 때문에, 핵심 맴버들이 끝까지 버틸 사명감(이 일을 왜 하는가)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또 창업자가 성장해온 스토리를 살펴봄으로써 그가 앞으로 겪게 될 난관들을 해쳐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인물인지를 살펴본다.

국내에는 창업자 1인 체제가 많은 편이다. 꼭 공동창업자들이 지원서를 함께 작성해야 하나. 

숨고 : 한국 기업 입장에서 좀 독특하게 느낄 수 있는 측면이다. YC는 대표자 1인만 지원하는 경우는 합격률이 낮다. 미디어에서는 늘 대표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지만, 자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 1명 내지 2명과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YC는 조언한다. 심지어 공동창업자들의 회사 지분율이 10% 이상 되지 않으면 YC에서 공동창업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지원서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우리 팀의 경우, 함께하는 공동창업자 2명(김환 CTO, 강지호 CPO)가 2010년과 2012년에 YC 지원과 탈락의 경험이 있다는 게 강점이었다. 이들은 2011년에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엑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500startups) 프로그램을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YC 합류 이후에는 어떤 경험들을 했나. 

미소 : 일단 팀이 탄탄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싫든 좋든, 미국에 가서 함께 동고동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 3 짜리 집을 구해서 9명이 함께 살았다. 아침, 저녁, 점심 같이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잠드는 것이다. 업무뿐 아니라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우리 팀에게 있어 유의미한 경험이었다.

숨고 : 실리콘밸리는 미국을 통틀어 평균 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1조 원 이상의 자산가들도 가장 많이 거주한다. 소득 격차도 상당해서 사회적 갈등이 심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공동체 의식이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소득자와 자산가들은 사회책임 의식이 강하며, 평소에도 굉장히 소박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숨고 : YC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막 실리콘밸리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현지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업무 생산성을 위해 중고 모니터 3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온라인에서 모니터를 파는 사람을 발견해, 레드우드 시티의 한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곧 미니밴을 몰고 온 한 중년의 아주머니와 만나 제품을 구매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분은 자신의 딸 학교에 기부하기 위해서 예전에 일하던 회사의 오래된 모니터를 처분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몇 주가 지났는데, YC 프로그램 중 창업자가 자신의 엑싯 스토리를 공유하는 튜스데이 디너(Tuesday Dinner)라는 세션이 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어느 분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바로 모니터를 팔았던 그 아주머니였다.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아주머니가 바로 실리콘밸리 게임회사 카밤(Kabam)의 공동창업자 홀리 리우(Holly Liu)였다. 카밤은 얼마 전 넷마블이 9천억이 넘는 비용으로 인수했던 모바일 게임사다. 이 경험을 통해 성공을 이룬 후 사회와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다. 또 후배 창업자에게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드라마같은 에피소드다. 미소도 홈조이 전 대표를 만났다고.
(*Homejoy, 1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2015년 폐업한 실리콘밸리의 청소 기업)

미소 :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의 성공과 실패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홈조이 대표는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었는지 말해줬다. 여러가지 실패 요인이 있었지만, 먼저 공급자인 클리너(cleaner) 모집 비용이 높은 반면, 이탈율도 함께 높았던 것이 문제라고 일러줬다. 여러 업체 간 광고 경쟁도 치열했던 시기였다. 이탈율이 낮으면, 광고 비용이 높아도 괜찮지만 비싼 돈으로 고객과 공급자를 모아놔도 다른 플랫폼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아 폐업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하더라.

YC와 같은 해외 엑셀러레이터와 국내 엑셀러레이터 간 분위기 혹은 커리큘럼의 차이가 있다면. 

미소 : 일단 YC에서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 안가도 된다. YC가 끊임없이 창업자에게 강조하는 것이 ‘집중(Focus)’이다. 많은 대표가 자신의 시간 중 반을 사람 만나는 일에 사용하는데, YC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한다. 고객과 서비스에 대해 집중하고, 좋은 것을 만들어내면 자연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만약 YC에서 끊임없이 이를 상기시켜주지 않았다면, 네트워킹이 부족한 점이 불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자와 많은 YC 졸업자들이 한목소리로 집중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는 어떤 이점이 있다고 보나. 

숨고 :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네트워크’다. 한국 내에만 있으면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에 국한하여 사례를 접하게 된다. 한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외 투자자와 엑셀러레이터와 관계를 맺고 그들이 투자한 다른 스타트업 ‘동지’들과 성공·실패 사례를 함께 공유하면서 문제와 해결책을 접근하는 사고방식이 유연해졌다. 

국내외 투자 유치 과정은 어떻게 다른가. 

미소 : 내 생각엔 어디에 있던지, 투자받는 건 어렵다. 실리콘밸리가 자금이 많다고 해도, 막상 자금 유치를 이끌어내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이미 유치가 결정된 이후의 과정상의 차이가 있다면, 미국 쪽이 훨씬 계약서 형식이 간단하다. 우리는 오픈형 전환사채(Convertible Note)방식으로 투자를 받았는데, 전자 서명이 된 다섯 장짜리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그다음 날 바로 통장에 돈이 입금되어 있더라. 한국의 경우에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아무리 빨라도 몇 주가 걸린다.

또 YC가 도움이 되었던 점이, 투자자와 이야기 하다보면 기업 가치에 대해 딴지를 걸어올 때가 있다. 너무 높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때 ‘YC 파트너들과 상의해서 상정한 금액인데, 의구심이 든다면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겠다’고 말했더니, YC 파트너와 협의한 사항이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투자 과정에서 YC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도움이 된 경우다. YC 파트너들도 ‘우리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협상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 계획을 포함한 두 기업의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달라. 

숨고 : 물건을 살때 옥션과 지마켓을 찾는 것처럼,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찾는 곳이 숨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2018년 까지 1천여 개 분야의 서비스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서비스 제공 전문가들에게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만 제공하지만, 이후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각종 서비스(출장 서비스 일정 관리, 보험 서비스, 결제 관리 및 에스크로 등)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iOS 앱도 런칭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탄탄한 사업과 경험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할 생각이다. 

미소 : 올해에는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그래서 하루 당 1만 건의 주문을 받는 것이 목표다. 3월 내로 이사 청소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이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생활 리모콘’ 서비스로의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고객에게 생활·가사와 관련된 편리를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미소 : 미소는 가사도우미, 이사 청소·입주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기업이다. 미소는 2015년 8월 설립 이후 출시 5개월 만에 월 거래액 1억 원을 기록했고, 2016년 연간 주문 수 1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미소의 성장 배경에는 간편 예약 서비스와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4,000명이 넘는 전문 클리너를 관리하는 서비스 품질 관리가 있다. 미소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을 통해서 30초 내 간편하게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고, 서비스 이후에는 체계적인 고객 리뷰 분석으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월에는 서비스 출시 1년 7개월 만에 월 거래액 10억 원을 돌파했다. 

*숨고 : 숨고는 ‘숨은 고수’의 약자로 24시간 안에 필요한 레슨 고수를 찾아주는 전문 레슨 매칭 서비스다. 레슨 종류, 희망 지역, 시간, 예산 등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고수가 레슨을 학생에게 역제안 하는 형식의 레슨 매칭 플랫폼이다. 영어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부터 퍼스널트레이닝 등 스포츠와 여가, 꽃꽂이 동양화 같은 미술/공예 그리고 피아노나 드럼 같은 음악/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레슨 고수를 찾아주고 있다. 수수료도 1,500원으로 저렴하다. 숨고는 지난해 5월 본엔젤스로 부터 4억여 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지난 2월 까지 593%의 매출 성장을 이루었으며, 누적 거래액은 15억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기자 /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argot Jung is a Editor of Platum. She is covering the startups and also an member of the startup. She writes about news of startups and IT trends in Korea and China. She’ll do her best to convey information that can be helpful to entrepreneurs in a easy to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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