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플래텀] 플래텀이 꼽은 5월의 ‘볼 것’
「중국일람」 (정경록, 비아북, 2017)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중국에 대한 여러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중국에 대해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을 지양하고 우리가 가진 중국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거꾸로’ 뒤집어 보자고 말한다.
중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에 따르면 지금의 위기가 중국 사업을 재점검하고 재조정하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이라는 국가의 작동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 (로히트 바르가바 저/이은숙 역, 원더박스, 2013)
마케팅 전문가 로히트 바르가바 교수가 쓴 라이코노믹스(likeonomics, 호감 경제학)의 한국어 판. 호감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도 통용된다. 소비자에게 마음을 얻지 못한 기업은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는 조각배와 같다. 외부의 작은 변화에도 전복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기업은 팬이 생기는 것과 같다. 팬은 추종하는 아이돌의 소소한 잘못에 쉽게 변심하지 않는다. 그만큼 기업은 소비자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악재를 겪었음에도 애플이 소비자의 지지를 받는 것도, 중국의 신흥 강자 샤오미가 ‘미팬’이라 불리우는 지지층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하는 것도 모두 소비자에게 매력있는 기업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기업은 메스 혹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회사와 제품을 브랜드화해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제품 판매를 도모한다. 하지만 기업을 알리는 것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은 경제를 이해하는 데 호감도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하고, 사람들이 왜 어떤 조직이나 사람들은 신뢰하고, 또 다른 조직이나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는지를 살펴보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아울러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다섯 가지 키워드 진실성(Truth), 관련성(Relevance), 이타성(Unselfishness), 단순성(Simplicity), 타이밍(Timing) 등 ‘TRUST 원칙’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화가의 통찰법 : 비즈니스를 바꾸는 예술가의 눈」 (정인호, 북스톤, 2017)
파블로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화가들은 어떤 통찰법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통찰법이 우리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최근 경영계에는 비즈니스 현장에 예술적 요소를 도입하는 ‘예술적 개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책은 각 챕터별로 앞부분에는 천재적인 화가의 일생과 성공 비결을, 뒷부분에는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의 사례를 담고 있다. 주로 애플, 아이데오와 같은 글로벌 혁신 기업의 이야기가 많다. 아주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딱딱한 경영 전략을 명화, 그리고 이를 탄생시킨 예술가의 삶과 엮어 흥미롭게 제시한다는 점이 재밌다. 특히 2장의 모방을 통해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피카소의 사례, 4장의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통찰 등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2016)
2016년 출간된 이 책은, 노회찬 정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노회찬 대표는 책의 내지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고 적었다.
소설은 82년도에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김지영씨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쉽게 읽히지만 마음은 무겁고 괴롭다. 많은 독자들이 말하고 있듯 나와 나의 친구 그리고 나의 어머니가 또 다른 김지영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시절서부터 회사원, 결혼과 출산 그 이후의 삶까지. 김지영씨가 겪는 크고 작은 차별의 일화는 여성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보편적이어서 딱히 큰 고난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돼?”
우연히 공원에서 ‘맘충’을 비웃는 회사원들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은 김지영씨에게 남편은 그저 등을 토닥이며 ‘아니야, 그런 생각하지마’라고 말한다. 아니라는 위로로 지워지지 않는 전혀 다른 세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82년 김지영씨의 삶에 공감할 수 없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읽어봄직 하다. 독서의 가치 중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대리 경험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것이라면 말이다.